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은진 Sep 09. 2021

아빠의 제삿날 반갑지 않은 문자

코로나 확진자와의 동선 겹침 그리고 코로나 진단검사



이번 연도 9월 첫째 주 토요일은 아빠가 돌아가신지 2주기째 되는 날. 작년에는 제사를 지내드리지 못하고 언니와 나만 납골당에 방문해 작은 꽃다발만 붙여드리고 왔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도 그게 마음이 걸렸었나 보다. 2주기 때는 제사를 지내드리자고 며칠 전부터 연락을 해왔었다. 제사 당일 일이 있던 엄마는 리스트를 불러주고 일하는 동안 언니와 나에게 큰 마트에 가서 장을 봐오라고 시켰다. 그렇게 엄마는 잠깐 일을 하러 가고 우리 자매는 장 보러 가기 전 언니의 권유로 인해 아빠의 납골당에 오랜만에 들렸다. 그렇게 작은 꽃다발을 붙여드리고 조금 있다가 장을 보러 갔다.


언니와 상의를 해가며 장을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장을 보고 고기 전감과 국거리용 소고기, 떡을 외부에서 사기로 하고 계산대로 향했다. 나는 계산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열었다. 핸드폰을 열어본 순간 우리 자매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주 목요일 그러니깐 불과 2일 전 언니랑 남편이랑 같던 커피숍에서 확진자 동선이 겹쳤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언니한테 보여주니 언니도 핸드폰을 확인했다. 나뿐만 아니라 언니한테도 와 있던 문자이다. 그 문자를 보고 있던 찰나 남편한테도 연락이 왔다. 남편도 문자를 받고 일을 하고 있던 도중 연락을 해온 것이다. 남편과는 일단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우리는 잠시 멍해졌다가 물건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리는 것보다는 '일단 계산을 하고 나가자.'라는 판단하에 있는 정신없는 정신으로 어찌어찌 계산을 마치고 나왔다.


주차장에 주차를 했던 언니 차로 돌아와 일단 언니가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불같이 화를 낼 줄 알았던 엄마는 생각보다 담담했다.


" 엄마 우리 목요일에 갔던 카페에서 확진자랑 동선 겹쳤대. 그래서 장본 짐만 주고 코로나 진단 검사하러 바로 가야 할 것 같아."

"어쩌다가 동선을 겹쳐가지고 그런데? 나 괜히 머리가 아픈 것 같아."

'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언니는 갑자기 숨이 안 셔지는 것 같다 그러고 나도 갑자기 머리가 아픈 것 같아. 이게 바로 코로나의 폐해야.'

"그러니깐 하필 제사 지내야 하는데 겹쳤다고 떠가지고... 오늘 제사 못 지낼 거 같은데 오늘 격리하고 내일 음성 뜨면 내일 지내면 안 돼?"

"날짜가 지나면 제사가 무슨 의미가 있어 오늘 너네도 없고 결국 제사 못 지내고 넘어가는 거지. 일단 장본 짐은 엄마 마 집 앞에 내려놓고 벨 누르고 코로나 검사하러 가."


일단 장본 짐을 엄마 집 앞에 내려놓고 코로나 검사하러 가기로 한 우리는 마트 주차장을 빠져나와 엄마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가는 도중 그 카페를 가자고 한 언니는 나에게 엄청 미안해 했고 원래는 갈 예정에 없던 남편이 제일 운이 없네. 엄마가 우리를 벌써 코로나 확진자 취급을 하네. 등등 사소한 이야기들을 했다. 그런 이야기들로 조금은 진정을 하며 엄마 집으로 향했다. 엄마 집에 도착해 짐을 얼른 나르고 벨을 누른 뒤 엄마가 문을 열기 전에 우리는 다시 차를 타 걸어서 5분 거리인 우리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나는 남편이랑 함께 우리 차로 이동했고 언니는 언니 차로 이동해 가까운 보건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먼저 도착했던 언니는 우리가 보건소에 도착하기 직전 전화를 해 왔다. 보건소는 6시까지 검사를 해 주기는 하지만 사람이 많아 5시가 되기 전 마감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보건소 직원분께서는 세무서 옆에 8시까지 하는 선별 진료소가 있으니 그쪽이나 10시까지 하는 시청으로 가라고 권유해 주셨다. 그래서 우리는 집이랑 가까운 세무서 옆 선별 진료소로 다시 이동을 했다.


선별 진료소는 큰 주차장을 진료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서 체온 체크를 하고 안내에 따라 2층에 주차를 하고 3층으로 이동했다. 3층으로 이동하니 코로나 진단 검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기다려 문진표를 작성하고 또다시 긴 줄을 1시간 정도 기다려 코로나 진단 검사를 했다. 아무래도 외국인 노동자는 2주에 한 번씩 검사를 해야 하다 보니 외국인이 많았다. 1시간 30분 정도를 기다려 검사를 하는 데 코와 입에 하는 검사는 처음이다 보니 긴장됐다. 입에 하는 검사는 아프지 않고 무난히 했지만 코에 면봉을 넣는 순간 머리가 어질어질 해졌다. 코 깊숙이 면봉을 넣고 한 30초가량 빙글빙글 돌린 것 같았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코 안에서 면봉을 돌리니 자동적으로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검사를 마치고 원래는 언니는 언니 집에서 우리는 우리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혼자 있는 언니가 걸려 결국 우리 세 명은 우리 집에서 같이 격리를 하기로 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로 검사를 했던 언니와 나는 너무 배가 고팠다.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배달 앱을 통해 부대찌개를 시켰고 집에 도착해 김치전을 했다. 검사를 한 뒤 우리는 그나마 걱정을 덜어내고 저녁식사를 한 뒤놀다가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10시쯤 자고 있는 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음성인지 확인하기 위해 걸어왔던 것이다. 나는 비몽사몽하며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한 뒤 문자를 확인했다.


결과는 다행히 음성(Negative). 확진자랑 밀접 접촉은 하지 않았던 터라 음성(Negative)일 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막상 음성(Negative)이라는 문자를 받으니 안심이 됐다. 검사를 받았던 3명 다 음성(Negative)이라는 문자를 받았고 우리는 안심할 수 있었다. 이렇게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는 문자를 처음 받아보니 코로나 팬데믹이 더욱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백신 맞기를 계속 미뤄왔었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기 전 백신을 맞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동선이 겹치니 더욱더 빨리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집에서만 생활을 한다지만 가끔 집을 나가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나는 거의 집에만 있으니 안 걸리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들은 큰 오산이었다. 집에만 있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잠깐 나간 곳에서 동선이 겹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사건이었다. 또한 나는 QR코드를 찍고 방문자 명부를 쓰고 다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QR코드를 찍은 것에 대해 다행히라는 생각이 들었다. QR코드나 출입자 명부를 쓰지 않았으면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는 사실도 더 늦게 알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요즘 느끼는 사소한 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