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날고 싶다

문경민의 <훌훌>을 읽고

by 빛글사랑

제목을 보는 순간 상상했다. 날갯짓하며 가볍게 날 준비 하는 주인공의 홀가분한 이야기를. 책 읽기 전 내용을 단정 짓는 버릇이 있다. 수필은 비슷하게 맞기도 하지만 소설은 예상을 빗나가거나 반전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문 작가는 나의 예상을 모두 뛰어넘었다. 보란 듯이. 빗나갈수록 호기심을 자극했고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눈물을 훔치며 읽어야 했다.


주인공 열여덟 소녀 서유리는 담담하게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인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처럼 서유리의 말과 행동에 몰입했다. 작가는 입양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입양은 어른의 선택이지 결코 아이의 선택이 아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자신의 입양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까. 좋은 환경에 입양되어 부모 사랑을 받은 아이와 할아버지 아래 근근이 어려운 형편으로 살아가는 아이 모두 마음의 상처는 같을 것이다. 보호자의 따스한 사랑 없이 자란 서유리가 애잔했다. 자신을 입양한 후 버리고 간 엄마가 낳은 동생 연우를 대하는 장면은 눈물 없이 읽을 수 없었다. 자신이 받고 싶었던 사랑이었을까.


유리가 티 없이 맑을 수 있었던 건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윤과 미희, 주봉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서로의 가정사를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않았다. 대신 유리가 힘들 때마다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도왔다. 이것이 진정한 우정이 아닐까.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성공해서 보여주겠다고 복수하듯 말했지만, 그런 목표 덕분에 유리는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았다. 연우로 인해 할아버지와 관계가 부드러워지며 가족의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말랑한 정서를 가진 서유리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된 후 어른들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엄마 서정희도 외로웠을 거라고. 자신을 끝까지 책임지는 할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으로 동생 연우도 마음에 품게 된다. 살아가다 보면 저마다의 이유로 힘든 일과 마주한다. 그럴 때 친구 세윤과 미희, 주봉처럼 내 곁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을 떠올려 보자. 작가가 제시한 입양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의도치 않은 문제와 아픔에 직면하게 된다. 그럴 때 주인공 서유리를 떠올리면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다. 유리가 보여준 용기와 희망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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