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리도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글사랑 Feb 13. 2024

대궐 마루에 앉아

왕처럼 대접받는 식당이 있다면

    들어본 적 있는가, 물심양면. 이 고사성어는 물질적인 풍요와 정신적인 행복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지혜를 뜻한다. 풍요를 쫓다 보면 바쁜 일과 속 여유가 사라지고, 행복은 같은 가치관 가진 사람을 만나 생계에 소홀해지기도 한다. 두 가지를 두루 갖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무엇을 우선시하는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즉 목표가 중요하다. 어려서부터 장사하는 부모 밑에서 가게 물려받는 꿈을 꾼 소녀. 부모가 이른 새벽부터 정성스레 음식 만들어 마음 다해 손님 대하는 태도를 보고 자랐으리라. 가업을 이어받는 일이 드문 요즘, 보기 드문 가게를 찾아갔다. 막국수를 먹기 위해. 대기 손님이 많다 하여 일부러 점심시간을 피했지만 식당 안에 빈자리는 없었다. 우리는 번호표를 뽑았다. 젊은 부부가 하는 작은 가게라 다섯 명이 한꺼번에 앉을자리는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며칠 전 지인과 지나간 고기리막국수 가게가 생각났다. 한옥 한 채에 주차장을 3개나 운영한다고, 대기 시간이 길어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고 지인이 말했다. 그 가게는 왜 줄을 서서 먹는 것일까.


   꽉 찬 식당에서 식사하는 손님들은 편안해 보였다. 환한 미소로 테이블을 둘러보는 사장과 직원 덕분일까. 손님이 많고, 대기 손님까지 있으면 마음이 바빠질 거 같은데 식당 안 그들의 밝은 표정은 나를 더 기다리게 만들었다. 대체 저 안에 무엇이 있기에 저들은 이리 행복한 것일까. 식당 마루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무가 우거진 산책로, 주택가라 빈약한 주차 공간, 창호지를 바른 듯 하얀 벽면에 걸린 간판. 순간 식당 이름이 눈에 띄었다. 맛 집이라 찾아오면서 식당 이름도 제대로 음미하지 않았다니. 대궐막국수, 그제야 식당에서 풍기는 편안한 분위기와 사장의 환한 미소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거 같았다. 그들은 왕처럼 대접받고 있으리.


   “5번 번호표 손님 들어오세요.”

   마이크를 통해 선명하게 들리는 맑은 목소리에 기분 좋게 안으로 들어갔다. 깔끔하게 소독된 자리가 우리를 반겼다. 기다린 만큼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음식을 고르고 허기가 올라올 때쯤 따뜻한 메밀차 한 모금을 마시니 잔잔한 음악소리가 들렸다. 따뜻한 조명과 감미로운 음악에 취해 있는 동안 어느새 음식이 하나 둘 나왔다. 느긋한 마음 덕분인지 맛깔난 음식 본연의 맛이 그대로 전해졌다. 바쁘게 젓가락질 문득 얼음 되듯 멈췄다. 여기에 오는 손님은 막국수를 먹기 위해 오는 게 아니었다.


   맛있는 음식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불리 먹고 식당을 나서는데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가득 밝은 기운은 그 어떤 포만감보다 나를 행복하게 하였다.  그제야 서는 이유에 관심이 옮겨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덮어주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