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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드레 Oct 08. 2021

우리는 과연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투자자인가?

[책을 읽고, 생각을 잇고] <행동경제학>을 통한 투자적 인사이트 점검

  요즘 주식 시장이 참 매섭습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 중국 전력난에 따른 공급 축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대외적 경제 위험 요인이 산적한 상황에서, 우리의 소중한 계좌를 지키기는 정말 어려워 보입니다. 계좌를 바라보는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고 돌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겠죠. 코스피 3000선이 붕괴된 현재, 파란색의 숫자를 더해가는 계좌를 바라보는 마음은 다들 심란하기만 할 겁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득 이 책이 눈에 들어왔고, "행동경제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투자적 인사이트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리처드 탈러의 <행동경제학>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저, 안진환 역


다들 <넛지>라는 책을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행동경제학>역시 <넛지>의 저자이자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의 저서입니다.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란 뜻을 지니고 있는데요, 여기에서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하는 말이라 합니다. <넛지>는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 내는 방법들을 소개한 책이었는데, 이번 <행동경제학>역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경제적/심리적 측면의 설명들이 보다 보강된 듯한 느낌입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이 큰 줄기들을 잘 설명해 주신 분들이 많이 계시니, 필요 시 검색을 통해 참고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투자에 도움이 되는 관점을 얻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전반적인 내용보다는 본서에서 다루고 있는 투자에 대한 내용들을 인용하며 생각들을 간략히 정리해 보려 합니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0958434&memberNo=34904471&vType=VERTICAL




책은 다음과 같은 빌브레도 파레토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됩니다.


"정치, 경제, 좀 더 보편적으로 말해서 모든 사회과학을 떠받치고 있는 학문은 명백하게도 심리학이다. 심리학 원리에서 사회과학의 법칙을 이끌어낼 날이 언젠가 찾아올 것이다." - (빌프레도 파레토, 1906)


저자는 행동경제학은 전통 경제학과 완전히 다른 학문이 아니라 여전히 경제학 범주에 속하는 학문이며, 다만 심리학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과학을 폭넓게 받아들일 뿐이라 말합니다. 즉, 경제학 분야에 *이콘이 아닌 현실 그대로의 ‘인간’을 반영시킨 학문이라 볼 수 있죠. 기업을 운영하는것도, 기업의 직원과 대상 소비자 역시 모두 합리적 경제 주체로서의 인간이 아닌 지극히도 현실적인 인간들이기에, 저자는 경제적 모델을 통한 '예측'의 정확성 제고를 위해 행동경제학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주장합니다.


(*이콘 : 뜨거운 열정이 없는 존재, 최적의 선택만 추구하는 냉혈한, 경제학 가정의 근간. 이른바 경제학 원론부터 등장하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인 '합리적인 경제 주체'로서의 인간)






  경제학에서는 항상 '매몰비용'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무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죠. 일반적인 사람들의 행태를 반영한 행동경제학이니, 경제학이 무시하라 주장하는 ‘매몰비용’은 행동경제학적으로도 정말로 따르기 힘든 조언일 것입니다.


본서에서는 아래와 같은 가치함수, 그리고 전망이론이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가치함수 : 사람들은 이익을 좋아하지만, 손실은 더 싫어한다. 즉, 손실은 이익이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보다 2배나 더 슬프게 만든다. (손실회피의 개념)

*전망이론의 핵심 : 사람들이 이익의 차원과 손실의 차원에서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

가치함수_(출처 : 행동경제학)


상기의 개념들을 잘 생각해 보면, 어쩌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대개 손실을 싫어하니, 보수적 투자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책은 또한 ‘지불 비용 감소’라는 개념도 다루는데, 이는 매몰 비용의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옅어진다는 사실을 설명합니다. 즉 매몰비용은 일정 기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결국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우리는 투자에 있어 기존의 매몰비용을 생각지 못하고(경제학적으로는 무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기존의 실수를 답습하곤 하나 봅니다.






  그리고 '심리계좌'의 개념과 관련한 '하우스머니 효과'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대략적인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심리계좌는 개개인이 보유 중인 돈은 다 같은 돈이지만, 입출금계좌/예금계좌/증권계좌/연금계좌 등 각 계좌의 성질에 따라 그 돈을 바라보는 개인의 생각이 달라진다는 개념입니다. 가령 입출금계좌, 예금계좌 등은 언제건 입출금이 가능하다 여기는 가벼운 성질의 계좌라 생각한다면, 연금계좌 등은 감히 손 대지 못할 '신성한 계좌'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본서는 이러한 심리계좌 개념과 관련하여 '하우스머니 효과'라는 개념을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심리계좌 관련 : 게임에서 돈을 따고 있는 사람들은, 딴 돈을 ‘실제 돈’이 아닌, ‘하우스 머니’ 로 여긴다. 이런 하우스머니에는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된다.


즉 하우스머니 효과란 내가 게임에서 딴 돈 역시 소유중인 계좌들에 속한 돈과 다를 바 없는 실제의 돈이지만, 그 돈을 실제로 내가 보유하게 된 돈이 아닌 일종의 '사이버 머니' 정도로 생각하게 되어 생각 없이 쉽게 다시 투자(배팅)하게 된다는 것이죠. 많은 분들의 작년과 같은 상승장에서의 쉽게 이뤄 낸 수익들 역시 어쩌면 '하우스 머니'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책은 하우스 머니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우스 머니 효과, 즉 최근에 얻은 수익을 기꺼이 투자하려는 성향은 금융 시장의 거품을 조장한다."


한국 시장에서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작년 상승장에서 별 다른 노력 없이도(어쩌면 도박과 같이)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요즘처럼 장이 하락하더라도 투자 원금은 손실되지 않고 새로이 얻은 수익만 잃을 것이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심리가 생겨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세적 상승장에서의 큰 노력 없는 수익 역시 '내 돈'임에는 틀림없는데, 마치 사이버 머니처럼 쉽게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죠. 노력 없이도 계속 벌 수 있다는 성급한 낙관론에 취해, 큰 고민 없이 기꺼이 투자하게 되는 우리 개미들의 심리를 설명하는 듯 합니다.


저 역시도 증권계좌는 저 자신의 '심리계좌'에서 일종의 성역으로 인식하여, 출금을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하우스머니 효과를 방지하려면 일단 계좌에서 수익분을 인출해 '내 돈'이라는 느낌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인출한 돈을 자신을 위한 '행복 비용'으로 지출하건, 혹은 국내 시장에서 번 수익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재투자하건, '내 돈'으로 확실히 인식시키기 위한 방법들은 다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수익분을 온전한 내 돈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일종의 '신호'가 필요하다는 것이겠죠.






  또한 우리는 '만약 잃었으면, 한번 크게 수익을 보면 손실분을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렇기에 안정적인 투자 혹은 가치투자를 통해 안전마진을 깔고 가는 방식을 선호하던 사람들도 때때로 고위험 고수익 투자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를 '만회 효과'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 만회 효과 :  도박에서 돈을 잃었을 때 본전을 만회하려는 성향은 투자 전문가의 행동에서도 발견된다. 이 이론이 사실이라면, 금융 기업 관리자들은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직원들의 행동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상적인 위험 회피 성향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큰 손실로 압박에 시달릴 때, 만회할 기회가 있다면 극단적인 위험을 감수하려 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만회효과는 투자에 있어 전문가건, 비전문가이건 합리적인 경제주체인 '이콘'이 아닌, 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인간'임은 다를 바 없기에, 자금적 궁지에 몰리면 위험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투자에 있어 '자기통제'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높아질 것인데, 본서는 이를 고대 이야기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 중 사이렌의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풀어냅니다.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의 1891년 작 [오디세우스를 유혹하는 사이렌들].


"자기통제를 연구하는 거의 모든 학자(철학,심리,경제학자 등)가 한번쯤 끄집어내는 고대 이야기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와 사이렌의 이야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디세우스가 선원들에게 적용시킨 전략은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도록 유혹하는 위험 요소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었다(사이렌의 유혹의 노래를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밀랍으로 막아버리는). 즉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것이다.

...

반면 사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었던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위해 ‘서약 전략’을 선택, 자기 파멸을 피하기 위해 자신을 돛대에 밧줄로 묶는 방법을 택했다. 만약 사이렌의 유혹에 넘어가려 하면, 선원들에게 자신을 돛대에 더 꽁꽁 묶으라고 선원들에게 주문함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오디세우스와 사이렌의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유혹의 원인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자적 관점에서 바라볼 시, 이는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계좌를 계속 바라보다가 압박에 따른 손절이나 뇌동매매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계좌를 멀리해야 한다는 것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이와 관련하여 또 다른 사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버클리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 기부금 포트폴리오 관리자로서 자금을 투자하는 임무'를 부여하는 실험이었는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더 자주 들여다볼수록 위험을 덜 무릅쓰려 한다. 그것은 자주 들여다볼수록 그만큼 많은 손실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과를 자주 확인했던 학생들은(1년에 8번 확인) 투자에 있어 더욱 보수적이며 신중한 태도를 택했고 결국 전체 자산의 41%를 주식에 투자했다. 반면 1년에 한 번 성과를 확인한 학생들은 전체 자산의 70%를 주식에 할당하여, 결과적으로 더욱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이러한 실험들은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자주 확인하는 행동이 '위험 회피 성향'을 강화함을 증명한다."


즉 상기한 연구결과의 의미는, 투자자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너무 자주 들여다보기 때문에 주식 프리미엄(혹은 요구되는 주식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본인의 견해를 말합니다. "투자 자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특히 젊은 층에게는 주식쪽으로 크게 치우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뉴스에서 스포츠를 제외한 것은 절대 보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건 좀 과한것 같기도 한데, 가치와 전망을 확실히 따져보고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산 우량주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는 다음과 같은 각주를 달아 놓음으로써,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긴 했습니다.

*각주 : 물론 주식이 항상 오른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주 최근에 우리는 주가가 50%나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이가 들면서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을 줄여나가는 전략이 합리적이라 권한다.


역시 투자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독자들 본인의 몫인것 같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투자적 행동 지침들은 어떤것들이 있을까요? 역시 계좌를 체크하는 빈도를 줄이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매 분기, 혹은 1년에 한번 정도만 전체적인 자산을 체크한다던가 혹은 전체적인 자산 현황은 보지 말고 종목별 주가만 체크한다던가 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계좌를 너무 자주 보지 말자' 이것만 지켜도 충분할 것 같긴 하네요.






  효율적 시장 가설에 관련한 초기 연구가 집중한 부분은 '공짜 점심은 없다(No free lunch)'는 것이었는데, 이 개념의 핵심은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즉 공식적으로 가용한 모든 정보가 현재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기에, 미래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예측해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죠. 이는 주가에 모든 정보들은 '선반영'되어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기기 힘들다는 사실을 말하며, 저자는 마이클 젠슨의 말도 인용합니다.

* 마이클 젠슨 : "논문을 통해 전문적인 자금 관리자 역시 시장 평균을 넘어서는 성과를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이 논의는 지금까지도 인정받는다. 전문가들이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면, 누가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기기 힘들다는 것과 관련하여 '주식 투자는 미인 선발 대회와 같다'는 케인즈의 주장도 소개됩니다. (케인즈의 <고용과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12장 관련)


"전문적인 투자는 마치 100장의 사진 중 가장 예쁜 얼굴 6장을 골라내야 하는 미인 선발 대회와 같다. 이 시합에서는 참가자 전체의 평균적인 선호에 가장 가까운 사진 조합을 선택한 사람이 우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회 참가자들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예쁜 얼굴이 아니라 동일한 관점으로 과제를 바라보는 다른 경쟁자들의 호감을 가장 많이 얻을 만한 사진을 골라내야 한다."


사실 시장을 살펴보다보면, 실적과 무관하게 기대치와 수급이 몰리는 종목들이 당연하게도 주가 상승곡선을 가파르게 그리곤 하죠. 이렇게 미인으로 비유된 종목들을 선정하는 안목을 따짐에 있어, 저자는 투자자를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 가치 관리자(value manager) : 가격이 싼 주식을 사려는 사람

 * 성장 관리자(growth manager) : 조만간 가격이 오를 주식을 사려는 사람


이 두 분류의 공통점은 두 유형의 투자자 모두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사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들이 생각하기에 ‘다른’ 투자자들이 그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이후에’ 판단할 만한 주식을 미리 사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른 투자자들 역시 또 다른 투자자들의 ‘미래’ 가치 평가를 바탕으로 게임에 참여할 것이라 말하죠. 이런 현상에 빗대어 케인즈는 전문적인 자금관리자들이 복잡한 '예측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들과 관련하여 또 다른 말을 남겼죠.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는 죽었다." 어쩌면 이는 부족한 근거에 바탕한 예측 게임들에 대한 무의미함을 말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가치투자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가치 투자의 핵심 기술은 내재적, 장기적 가치 이하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주식을 발견하는 것인데요, 과연 언제 주식이 ‘싸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젠 다들 알고 계시는 개념일 것이지만, 어떤 주식이 싼지, 비싼지 결정하기 위해 그레이엄이 제시했던 간단한 기준으로 주가 수익 비율(Price Earnings Ratio, PER)이 있습니다. per가 높을 때 투자자들은 수익에 비해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per가 높은 기업이라는 것은 이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혹은 과도하게 인정받는) 있다는 뜻이죠. 이와 관련하여 '평균회귀현상'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수년간 실패를 거듭해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무능한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짊어진 기업이라 할 지라도, 이런 전형적인 예측이 사람들의 극단적인 예측 성향과 맞물릴 때 평균 회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무르익는다. 즉 평균회귀현상으로 인해, ‘무능한 기업’도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무능하지는 않으며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

포트폴리오 구성을 마친 뒤 5년 동안 패자그룹(3~5년간 저조한 실적을 보인 기업들)은 시장 전체에 비해 약 30%나 더 높은 성적을 보여준 반면, 승자 그룹은 약 10%나 더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소기업이나 가치기업의 포트폴리오가 대형 성장주 포트폴리오보다 분명히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는 지금까지도 나와 있지 않다. 즉 가치주가 더 위험한 것은 아니다."


현재 보유중인 종목들이 그저 주위에서 좋다고, 지금 시장에서 인정받는다고 매수한 종목들인 것인지, 현재의 실적이 부진한 종목들이라고 판단하여 놓치고 있는 기업들은 없는지, 한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로버트 실러는 "금융시장은 지나치게 불안정하다"고 주장하며 '비이성적 과열', 그리고 '야성적 충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관련한 본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_(이미지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논문 「주식가격과 사회적 역동성(Stock Prices and Social Dynamics)」에서 실러는 사회현상이 패션 시장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주식가격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치마 길이가 뚜렷한 이유 없이 짧아지거나 길어지는 것처럼, 주식가격 또한 경제학자들이 감지하지 못하는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닐까?  몇 년 뒤, 실러는 조지 애컬로프와 공저한 책에서 소비자와 투자자의 변덕스러운 태도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케인스의 ‘야성적 충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쌀 때 주식을 사서 비쌀 때 파는 방식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을까? 그렇다. 하지만….

시장이 역사적 흐름에서 크게 벗어난다 하더라도 결국 평균으로 회귀한다는 점에 주목하자.

...

투자자들은 과열 신호를 보이는 시장에 대한 투자는 경계해야 하고, 시점에 따라 사고파는 방식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경기가 언제 살아날지 예측하는 것보다 우리가 지금 거품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타이밍을 통해 돈을 벌려는 투자자들이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현재 주가가 높다고 해서 당연하게도 그 주가가 영원히 상승할 것은 아니며, 단기적 조정은 거쳐 결과적으로는 평균으로까지 회귀할 수 있음을 본서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누구나 '주가가 높다'고 생각되는 영역이라면 팔아야 한다는 말로, 매수는 좀 망설여 지지만 '너무 싸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시점이라면 오히려 사야 한다는 말로 읽힙니다. 전형적인 '고점 매도, 저점 매수'라는 당연한 말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언급하는 평균회귀현상이라는 것은 결과론적인 것이고, 평균으로 회귀하기까지 그 사이의 기간에 우리는 어떠한 행동을 취하게 되겠죠. 여러 시나리오들을 상정해 보며, 우리는 과연 어떠한 액션을 취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별도로, 투자와 관련되어 한번쯤 스르륵 읽고 넘어가면 괜찮을 만한 부분들을 추가로 간략히 인용해 봅니다.


 - 투자자별 선호주 : 기관 투자자는 중소기업 주식이 거대 투자자가 요구하는 유동성을 충족할 만큼 충분히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주식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 투자자는 기관 투자자에 비해 중소기업 주식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 주식시장의 ‘달력’ 효과 : 주식가격은 금요일에 올랐다가 월요일에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1월은 주식을 보유하기 좋은 시기이며, 특히 1월 초순에는 중소기업의 주식이 유리하다. 금요일 같은 휴일 전날도 좋다. 그동안의 논문이 이를 증명한다.


 - 지주사 디스카운트의 사례들 : 1923년 당시 젊은 벤저민 그레이엄은 듀폰(DuPont)이 GM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듀폰의 시장가치가 그들이 가진 GM 지분의 가치와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익성이 대단히 높은 기업이었음에도 듀폰의 스텁 가치는 제로에 근접해 있었다. 이에 그레이엄은 재빨리 듀폰 주식을 사들이면서 GM 주식을 공매했고, 이후 듀폰의 주가가 올랐을 때 큰돈을 벌었다.


팜-스리콤의 주식 거래에서 비싼 쪽이 매력적인 팜 사업부였고, 싼 쪽이 다소 활기가 떨어진 스리콤 모기업이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매력적인 기술주와 생기 없는 기존 산업의 주식가격 상승을 비교할 때, 우리는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시장은 때로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했다가 때로 둔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가격은 종종 오류를 범하고 때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게다가 가격이 기본 가치를 큰 폭으로 벗어날 때 자원 분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 본서 자체가 상당히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본서의 큰 줄기들을 제외한 투자와 관련한 부분만 정리했는데도 생각보다 분량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책이 투자서가 아닌 행동경제학에 대한 책이기에, 이 책의 결론을 말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저자인 리처트 탈러는 행동경제학의 최종적인 목표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모든 경제학자가 똑같이 마음을 열고, 합리적 모형이 중요하다고 인정하지 않는 변수를 그들의 연구에 통합하고자 할 때 행동경제학은 사라질 것이다. 모든 경제학 분야가 충분할 정도로 행동주의적인 학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콘만 살아가는 가상 세계에 집착해온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백기를 흔들 것이다."


즉 행동경제학은 '합리적인 경제 주체' 가정을 근간으로 성립된 현대의 경제학이 '현실의 인간상'을 반영시킨 현실적인 모델로 수정된다면 궁극적으로는 사라질 학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경제적 현안들을 살펴봄에 있어 이상적인 가정에 바탕한 숫자들은 물론, 그 이면에 감춰진 사람들의 심리까지 고려하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혜안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행동경제학을 읽으며 투자적 인사이트들을 참고하고 나니, 유럽의 투자 거장인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저서 중 한 권의 제목이 문득 생각나네요. 이 책의 제목으로 이 글의 핵심이 간략하게 정리될 것 같습니다.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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