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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드레 Dec 06. 2021

너무나 직관적이다. '주식 매매하는 법'이라니!

[책을 읽고, 생각을 잇고]'추세 매매자' 제시 리버모어의 주식매매법

코로나 이후 펼쳐진 유동성 장세에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 많이 유입되면서 이른바 '가치 투자'라는 투자 방식이 일종의 '교리'처럼 추종되고 있는 듯 합니다. 가치투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현명한 투자자' 벤저민 그레이엄,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과 같은 거성들을 필두로, 한국에서도 성공한 투자자로 방송에서 이름 깨나 들어보았던 사람들 중 다수가 스스로 가치투자자를 표방하고 있으니 투자방식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듣기 좋고 마음이 편해지는 말인가요, "저평가된 주식을 사라! 기업의 본질 가치는 변함이 없는데 가격이 떨어지면 사라! 주식이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들고 잊어라. 기다리다 보면 곧 달콤한 열매와 마주할 것이다!".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축약해서 적었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는 가치투자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가치투자를 관통하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말_(사진 출처 :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저 역시 가치투자자임을 자처하며 그에 어울리는 투자 방법을 고수하고 있지만, 가끔씩 '이 방법이 항상 옳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갖곤 합니다. 투자할 때 나름대로 기업의 재무정보 등 주어진 정량적 자료들을 바탕으로 종목을 분석하여 가치를 산정해 보고, 선택한 종목을 피어그룹들과 비교하며 스스로 산정한 가치를 검토하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산정해 낸 가치가 과연 시장에서 인정해 주는 가치가 맞을지 확신이 잘 서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투자의 본질>의 저자인 박세익 전무는 해당 저서에서, '주식시장의 IQ는 20,000이고, 나의 IQ는 80이라 생각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특정 종목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겠죠.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것이 적정가치다'라고 판단하여 매도한 주식의 주가가, 매도 이후 2~3배는 우습게 더 치고 올라가던 것을 지금껏 한 두번 본 것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이 잦아지면, 아무리 이익을 봤다 할 지라도 너무도 당연하게 기분이 나빠지기 마련이죠.



그렇기에 '항상 내가 팔고 나면 주가는 오른다'는 말은, 그것이 익절이 되었건 손절이 되었건, 어느 정도 가치투자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주식농부'로 유명한 가치투자자 박영옥씨 역시 얼마 전 집필한 저서 <주식투자 절대원칙>에, '경영자의 마인드로 이 회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비전을 갖고 함께 하는 것이 고수이고, 재무적 지표 등 숫자만 보고 접근하는 것은 중간밖에 오지 못한 것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습니다. 그 역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숫자 '그 너머에 있는 뭔가'를 보라는 말한 것이겠죠. 숫자에 함몰되는 것, 이는 어쩌면 가치투자자가 쉽게 빠지게 되는 함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치투자와 다른 방법이 또 하나 있죠. 정말 다양한 방식의 주식투자 방법들이 있겠습니다만, 당장 생각하기에는 주식투자란 크게 2개의 범주로 구분되는 것 같습니다. 가치투자, 그리고 기술적 분석이죠. 흔히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기 위하여 과거의 주가와 거래량의 흐름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알려진 기술적 분석은 쉽게 말해 '차트 분석'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가치투자의 고루한 방식에 조금씩 지루해지던 찰나, 너무나 직관적인 제목의 책인 제시 리버모어의 <주식 매매하는 법>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목차를 살펴보니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기술적 분석에 관한 내용이었고, 책 제목에서부터 저자가 주식 매매하는 방법을 떠먹여 주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도저히 읽지 않을 수가 없었죠.




1. [추세(모멘텀) 매매]


<주식 매매하는 법>저자인 제시 리버모어는 기술적 분석에 기반한 '추세 매매'를 신봉하던 투자자였습니다. 가격과 거래량을 핵심 지표로 삼고, 매매의 일정한 기준을 정해 시장이 형성하는 추세에 올라타 매매하라는 것이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죠. 두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는 '추세 매매' 투자자였습니다. 그는 시장을 예상하려고 하는 것은 도박이고, 시장은 예상해야 할 대상이 아닌 대응의 영역이며, 그저 시장의 추세에 순응하며 매매하는 것이 정답이라 말합니다.


추세매매의 창시자 _ 제시 리버모어

하지만 상승장의 추세를 보인다고 모두가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아님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당장 작년과 올해 초에 걸쳐 지속된 대세 상승장에서도 손실을 본 사람의 비율은 꽤 높은 편입니다. 특히 신규투자자의 경우는 더했죠.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추세매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일까요?


https://www.mk.co.kr/news/stock/view/2021/04/354019/


그 해결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명료 합니다. 그것은 바로 '시장에서의 선도주를 파악하고, 그 중에서도 장세를 이끄는 소수의 선도주(주도주)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2009~2011년 동안 이어진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장세와 같이, 시장에서는 상승 추세를 이끄는 주도주들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작년과 같은 경우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관련주들이 선도주였다 볼 수 있겠습니다. 무려 정부에서 한국거래소(KRX)를 통해 'KRX-BBIG K-뉴딜지수'를 발표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제시 리버모어는 시장의 선도주를 파악했다면, 이제 그 소수의 선도주들에 집중하여 투자하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소수의 선도주'들'이라 말한 부분에 주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BBIG 관련주라면 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4개 영역의 1등 선도주들에 각각 집중하여 투자하라는 것이죠. 이러한 투자방식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몰아 담는 집중 투자처럼 보이시나요? 리버모어는 이렇게 소수의 선도주들에 집중하는 투자야말로 오히려 튼튼한 각각의 바구니에 계란을 나눠 담는 '분산투자'라 말합니다. 한번 강하게 형성된 시장의 추세가 단기간에 중단될 가능성이 낮으니 상승추세에 동참한다면 수익을 낼 수 있고, 특정 선도주가 추세에서 벗어나 삐끗하더라도 나머지 선도주들이 상승 모멘텀을 지속할 것이니 리스크도 헷징된다는 것이죠.


제시 리버모어의 일대기를 다룬 <어느 투자자의 회상>이라는 책에는 증시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한 노인의 사례가 등장하는데, 그 노인은 투자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젊은이에게 다음과 같은 말만 되풀이 합니다.


이보게 젊은이, 지금은 강세장이라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말이 아닐까요. 리버모어는 강세장에서 테마주와 같은 비선도주들에 집중하게 된다면 '시장의 추세'라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집중해야 할 것은 오직 시장의 추세, 그리고 그 추세를 강하게 만들어 나가는 주도주들 뿐인 것이죠.




2. [추세 매매를 위한 원칙과 기법]


2-1. 손절매 원칙과 피라미딩

듣고 보면 너무나 쉬운 투자방법으로 보이는 추세 매매이지만, 이는 기업의 가치를 보는 것이 아닌 오직 시장의 추세만 보는 매매 방법이기에, 오히려 엄격한 매매 원칙들이 요구됩니다. 우선 리버모어는 추세매매를 지속하려면 '10% 손절매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추세를 형성했다 생각해서 어느 종목을 매수했는데, 해당 종목이 예상한 추세와 달리 하락세를 보인다면 본인의 생각이 틀린 것이니, 늦어도 10%하락 시점에서는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죠. 그가 생각하기에 손절매 원칙이란 주식시장에서 일종의 '보험'이었습니다. 손절매를 통해 예상을 벗어난 더 큰 하락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수 기회가 다시 주어졌을 때 자금 유동성도 미리 확보해 둘 수 있으니, 손절매를 보험이라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반면 예상대로 추세가 형성되어 투자한 종목이 이익을 보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오히려 '피라미딩 전략' 을 구사하라 말합니다. 즉, 상승세가 붙어 이익이 나는 종목들을 추가 매수하는 소위 '불타기'를 하라는 것이죠. "손실은 자르고(=손절매), 이익은 키우라(=피라미딩 전략)"는 그의 말은 이 모두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2-2. 전환신호의 활용

그리고 리버모어는 '전환신호'를 통해 항상 시장의 추세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말합니다. 이는 일종의 차트기법으로, 상승추세의 형성을 예상하는 전환신호의 사례들을 들어 보자면 주가의 흐름이 이중바닥을 형성 한다거나, 지지부진하던 횡보장의 박스권을 강하게 돌파한다거나,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특정 가격대(ex. 10,000원대 주가 -> 20,000원대 주가)를 돌파하는지의 여부 등이 있습니다. 시장의 추세 변화를 감지하는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 생각됩니다.



2-3. 시장을 통한 거래계획의 검증

또한 '시장이 당신의 생각(계획)을 확인시켜 주고 난 후에만 거래에 들어가라'는 내용을 강조했는데, 이는 대략 시장보다 조금은 늦게 움직여도 괜찮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상승 추세건 하락 추세건, 그 추세가 분명히 확인 된 후에 시장에 진입하라는 말이죠. 그렇기에 그는 당시 일반적인 투자자들과는 반대로 생각하여 주식이 신고가를 경신하면 매수했고, 주식이 신저가를 기록하면 매도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주가의 사소한 등락까지 이용해 돈을 벌 수 없으며, 꼭지에 팔고 바닥에 사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이다'고 말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명심해야 할 사항]


주식시장이라는 거대한 틀과 관련하여 리버모어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에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투기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주식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이전에 일어났었던 일들이고, 또 다시 일어날 일들이다."


"주식시장에 새로운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단지 가격의 움직임만 반복될 뿐이다."


"오늘 일어났던 일은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며, 미래에 일어날 일이기도 하다"


켄 피셔의 저서,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지금 새롭다 생각되는 일들 역시, 과거의 주식시장에서도 항상 있어왔던 일들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말은 월가의 전설인 켄 피셔의 저서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를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언론에서 이번은 다르다며 아무리 호들갑을 떨어도 실상 새로운 것은 없고, 모두 과거에 있었던 일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투자와 관련한 고전들이 지금껏 사랑받고 있는 것이겠죠.






그리고 아래와 같은 내용들도 함께 강조했으니, 거래 시 참고용으로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어떤 주식이 움직일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다 있다. 네가 똑똑한가, 시장이 똑똑한가?

 - 주식투자 역시 사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투자자에게 현금은 사업가의 재고자산과도 같은 것이다.

 - 정부정책에 맞서는 투자는 절대 하지 마라.

 - 기업의 내부정보를 믿고 이용하는 것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당신의 귀에까지 들렸다는 말은, 세력들은 이미 언제건 팔고 나갈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뒀다는 의미다.)

 - 계좌에 있는 돈을 단지 숫자로만 보지 말고, 실제로 인출해 봄으로써 '내 돈' 이라는 인식을 가져라.

   (리버모어 사후 등장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하우스머니 효과 방지'를 위한 방법과 일맥상통합니다.)

 - 뇌동매매를 방지하는 감정통제를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 잦은 매매를 하지 말라.



"인내심을 잃어버리고 추세 전환점을 기다리지 못하고 손쉬운 수익의 유혹에 넘어갈 때마다

나는 항상 돈을 잃었다. 분석이 무조건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지긋이 앉아서 기다리는 것, 그것이 돈을 벌어다 준다.

그리고 모든 정보를 경계하고, 내부자에게 절대 그 회사 사정을 묻지 마라."






개인적으로 가치투자의 방식과 추세매매의 방식이 적절히 혼합된 투자방법을 취하는 것이 옳다 생각합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보자면 A라는 종목을 5,000원에 매수했고, 스스로는 A의 가치를 10,000원으로 상정했다 가정하겠습니다. A가 어느 시점에서 10,000원을 돌파했을 때, 가치투자자는 '내가 판단한 가치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A를 매도합니다. 하지만 강한 상승추세를 탄 A는 이후 결국 50,000원까지 도달했습니다. 시장은 A를 '텐베거(ten bagger)' 종목으로 판단했던 것이죠. 이러한 사례가 있다고 할 시 가치투자자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리버모어의 추세 매매법에 근거할 때, 이러한 상황에서는 상정한 가치인 10,000원에 도달했다면 우선 추세를 확인하고, 상승추세가 지속 중이라면 하락반전의 전환신호가 나타나기까지 기다렸다가, 전환신호가 나타나면 매도하면 그만입니다. 이렇게 두 방식을 혼용하면 사례에서의 최대 이익 범위인 10배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가치투자만의 방식보다는 더 큰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추세매매 방식을 통해 기존의 가치투자 방법론에 일정 부분 '유연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겠죠. 


(성장성과 모멘텀을 중시하는 박세익 전무의 투자방법이 가치투자와 추세매매가 혼합된 방식을 취하고 있는 같으니, 필요하시다면 참고를 위해 <투자의 본질>을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추세 매매 방식이 가치투자 방식과 다양한 형태로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제시 리버모어의 <주식 매매하는 법>을 읽은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덮고 제시 리버모어의 생애에 대해 좀 더 알아보던 중, 전설적 트레이더로 추앙받는 그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삶은 비극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식 매매하는 법>을 통해 단지 주식 매매기법을 넘어, 우리 스스로에게 '주식투자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한번쯤 던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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