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5번째 책이 출간됩니다.
잠들기 전 아이에게 읽어주던 이솝우화를 어른의 시선으로 풀어쓴 책입니다.
프롤로그로 소개를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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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나이 마흔쯤이면 어른이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 자문해봅니다.
1년 전 자신의 모습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10년이 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얘기가 다릅니다. 현재 모든 면에서 ‘능 숙함’이라는 면모를 뽐내고 있으니, 아마도 조금은 어른이 된 것 같습 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것을 알게 된 지금이지만, 결코 더 지혜롭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생의 시계를 10년이 아닌 30년 전으로 돌려봅니다. 초등 학생 시절의 저는 정의나 배려, 희생 그리고 희망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이치를 조금 더 깨닫고 지식이라 불 리는 정보를 머릿속에 가득 집어넣고 있는 지금 왜 되레 부조리하게 살고 있는 걸까요?
아이에게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는 순수함이 있습니다. 어 린 시절 들었던 해와 바람 이야기를 떠올려봅니다.
해와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누가 먼저 벗기는지를 두고 내기를 벌 였다. 먼저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날려버리기 위해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나그네는 추위가 심해지자, 옷을 더 꽁꽁 싸맬 뿐이었다. 그 모 습을 지켜보던 해가 나그네에게 강렬한 햇볕을 내리쬐었다. 결국 나 그네는 더위를 참지 못하고 스스로 옷을 벗어 던졌다.
이솝우화에 실려 있는 이야기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이 이야기를 듣고 사람은 ‘강함’으로 대할 게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은 어떤가요? 상대가 스스로 깨닫고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수십 가지 이유 를 들어가며 상대를 설득하고 여의찮으면 거친 돌풍을 일으켜 발걸음 을 떼게 만듭니다.
우리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게 되는 순간 어른이 됩니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잃어버리는 탓입니다. 이제 가슴 한편에 묻혀 숨어버린 순수함을 되찾기 위해 이솝우화를 읽습니다.
이솝우화는 고대 그리스의 이솝이라는 인물이 지은 우화를 말합니 다. 이솝에 대해 자세히 전해지는 문헌은 없습니다. 다만 그는 기원전 6세기 인물로, 뛰어난 이야기꾼 노예였다고 합니다. 이솝우화는 말, 사슴, 솔개, 여우, 사자 등 주로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교훈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해 지금까 지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습니다.
마흔에 읽는 이솝우화는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그저 재밌는 이야 기 읽기가 아닌, 그 속에 담긴 울림을 느끼고 세상의 이치를 다시금 깨닫는 과정입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우화를 읽고 사색하며, 가슴속 순수함을 어른의 순수함으로 갈무리하는 시간이 되 길 바랍니다.
이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