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책은 6살 딸아이와의 추억을 담은 일기 형식의 에세이였습니다. 30여 곳에 투고를 해서 운 좋게 한 출판사와 연이 닿아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첫 책이라는 소중함에 잠까지 줄여가며 정성을 쏟았습니다. 아내의 손글씨로 제목을 달고, 표지 일러스트는 직접 그려가며 가족의 사랑을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첫 책의 원고는 완성본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출간계약 후 2개월 만에 실물 책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내 이름을 단 책 한 권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힘을 많이 들인 탓일까요. 출간 이후 한동안 글 쓰는 일에 권태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수개월 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대로 책 한 권 내고 글쓰기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감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글쓰기에 몰입했습니다.
몇 개월에 걸쳐 쓴 이야기들이 책 한 권 분량이 되어, 출판사에 투고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쓴 글은 일상에서 느끼고 경험한 소소한 생각들을 담은 에세이였습니다.
2주간에 걸쳐 50여 곳 출판사에 투고를 하자 하나둘 답장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출판사의 기획의도와 맞지 않아 작가님과 함께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부디 눈 밝은 출판사와 연이 닿기를 기원합니다.'
구체적인 문구는 달랐지만, 거절의 의미를 담은 답장뿐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메일함을 확인하는 일과 속에 실망감만 커져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의 메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작가님께 제안드립니다'라는 문구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메일을 열어보자 본문의 시작은 여는 메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보내주신 원고는 신중하게 검토해 보았으나, 자기 계발서를 다루는 우리 출판사에서의 출간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메일을 열어보기 전 두근거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기계적으로 메일을 읽어나갔습니다. 그런데 거절의 의사를 담은 메일에는 말미에 뜻밖의 제안이 담겨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제 원고와 함께 저의 첫 번째 책을 함께 검토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렇게 제안을 했습니다.
'작가님의 딸아이와의 추억을 담은 책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혹시, 딸아이에게 전하는 인생 조언을 편지글 형식으로 써보시는 건 어떨지 제안드립니다.'
그랬습니다. 기획출간을 제안하는 메일이었던 것입니다.
첫 책에 쏟은 노력이 두 번째 책을 내게 되는 계기가 된 셈이었습니다. 빠르게 출간계약을 맺고 글을 쓰기 시작해 5개월 만에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딸아이가 20~30대에 접어들어 겪게 될 인생의 시련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처해야 하는지를 하나둘 써 내려가는 과정은 40대인 나 자신에게 하는 말과도 같았습니다.
저는 입버릇처럼 '운이 좋아서'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두 권의 책을 내는 과정도 운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깨닫게 된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인생의 운도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책에 쏟은 정성이 두 번째 책을 내게 되는 운을 끌여들였습니다. 저는 운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