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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머 Jan 23. 2024

어땠을까

싸이@2012

Stop livng in your imagination

영화 맨 프롬 토론토에는 세상 찌질이와 전문 킬러가 한 팀으로 나온다.찌질이는 그저 사소한 실수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킬러가 어쩔 수 없이 유모노릇을 하면서 속터지는 이야기이다. 찌질이는 중요한 순간에도 자신의 실수를 탓하면서 찌질-ing에 빠지는데 바로 그 때 둘 뿐인 엘리베이터 안에서 속터지는 킬러가 말한다. 네 상상속에 사는 것 좀 그만 두고 지금 해야할 일에 집중하라고, 그리고 제대로 해내라고.


어땠을까

새해가 시작된지 한참이다. 하지만 00도 하고 00도 해야지, 했던 새해 다짐은 아직 세상 빛을 보지 못 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매년 습관처럼 한 해를 반성하고 내년은 새 인생을 살겠다고 마음먹지만 결국 늘 같은 다짐을 반복하고 내 인생은 이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실망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운동을 해야지, 올해는 글을 써봐야지 하는 둥의 훌륭한 다짐들 중 하나라도 시작해봤더라면 어땠을까. 그때 잡을 걸 그랬나, 마지막에 안아줄 걸그랬나, 그 때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지금 삶이 달랐을까 후회하는 찌질한 그 노래처럼. 나는 언어에 소질이 있는 편이어서 어학 특기생으로 대학에 들어갔는데 그래서 대학에서 아주 신나게 놀았다. 프랑스어 전공으로 입학했지만 이미 불어를 어느정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때 열심히 했더라면 동시통역사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중에 정신차리고 서른즈음에 DELF를 다시 보려고 마음먹었지만 '어땠을까'로 끝났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차라리 제3외국어를 배워보자 마음먹고 일본어 수업을 한달 듣다 관뒀고, 그 다음엔 스페인어 사전을 샀고, 그 다음엔 이탈리아어 회화책을 샀었다. 그리고 오늘은 신나게, 하지만 진심으로 반성하는 마음으로 절대 영어 못 할 것처럼 생긴 버클리 음대오빠 싸이가 캘리포니아 걸 박정현님과 함께 부른 노래를 찾아서 무한 반복으로 듣고 있다.

'다른 사람 품 안에서 같은 추억하면서.'



다음은 나의 어땠을까 목록이다.

악기를 하나 더 배웠다면 어땠을까
이탈리아 여행 전에 언어를 공부했다면 어땠을까
20대에 운동을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한창 신사임당에 빠졌을 때 스마트 스토어를 열심히 해봤으면 어땠을까
친구들을 조금 더 자주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가끔 이웃을 집에 초대하고 사람들과 어울렸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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