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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패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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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sm May 14. 2022

처음2

옷이 뭐길래

 동생의 옷장에 있던 옷은 각양각색이었다. TV 프로그램에서나 볼법한 옷들부터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옷들까지 정말 다양했다. 심지어는 군복 같아 보이는 옷까지 있었다.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이런 옷들을 사는 데 200만 원을 썼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나름 가격 대비 합리적으로 구매한 것 같기도 하다), 그 당시로서는 이해가 안 됐다. 그때만 해도 옷이 왜 중요한지 몰랐으니까. 그리고 그 옷들을 동생이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안됐다. 너무 화려하고 튄다고 느껴지는 옷들이 많았기 때문이다.(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튀는 옷들은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시기의 나는 일 년에 옷을 한 두 번 살까 말까였다)




 내가 아는 동생은 게임을 좋아하고, 가족끼리 있을 때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튀는 옷들을 동생이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질투심이기도 했다. 나는 이제 막 옷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동생은 이미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2살 터울인 나와 동생은 같은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내가 동생보다는 공부를 좋아했기 때문에, 학교 선생님들과도 비교적 친하게 지냈다.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내 동생을 소개하고 다녔다. 잘 챙겨달라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동생은 나에게 있어 챙겨야 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내가 동생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면 가르쳐주었지, 내가 그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관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동생의 색이 담긴 옷들을 마주한 순간 이 관계가 뒤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질투인지 열등감인지 모를,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는 이 감정 때문에 차마 동생한테는 같이 쇼핑가자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동생이 아닌 친구들을 찾아갔다. 처음으로 뭘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옷을 사러 백화점을 가본 것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나는 국내 브랜드의 맨투맨 하나를 직접 구매했다. 가격은 39,800원이었는데, 휴가 나온 군인에게 4만 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 옷 하나면 나도 멋있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당연하게도 절대 멋있지 않았다. 핏이라거나 색감이라거나 하는 개념들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것보다 어떤 옷이 이쁜 옷인지 알지 못했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이 가장 이쁜 옷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한테 무엇이 어울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유튜브를 보며 관심을 쌓기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지금은 구독자가 50만이 넘어가는 대형 패션 유튜버들도 그 당시에는 10만도 채 되지 않았다.


시간과 돈과 감이 없던 나는 어쩔 수 없이 동생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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