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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패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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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sm May 21. 2022

새로운 교수님1

대화

내가 배운 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최고의 방법은 남을 가르쳐보는 것이다. 남에게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잘 알고 있다는 뜻이고, 그렇지 않다면 어딘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배우는 사람은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의 실력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배우는 사람은 최소한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은 없어도 가르치는 사람이 자신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아닌지 정도로도 상대방의 실력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동생은 최고의 교수님이었다. 옷에 관심 갖기 시작할 때 가장 크게 느낀 벽은 '도대체 어떤 것이 이쁜 것인가'였다. 당시의 기분은 마치 현대미술을 볼 때와 같았다. 명품 컬렉션을 보면 도대체 저게 왜 이쁘고 왜 화제가 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비싸기도 비싼 해외 브랜드 옷들이 왜 그리 비싸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무엇이 이쁜 것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옷을 사야 하는지도 몰랐다.


동생은 이쁜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려줬다. 동생 옷장에 있던 옷들은 하나같이 화려해 보이고 튀어 보였다. 이쁜 옷이라는 생각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동생이 하나하나 스타일링해 입은 걸 보여주니 패알못이었던 나조차도 '어떤 느낌'이 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동생이 이쁘다고 말한 것은 바로 그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이 세상에 모두에게 예쁜 옷은 존재하지 않는다. 옷은 개개인의 취향을 타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이쁜 옷이 누군가에겐 별로 일 수 있다. 그리고 모두가 이쁘다고 하는 옷이라도 누가 입느냐에 따라,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다. 패완얼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다. 옷은 이것을 드러내도록 도와주는 것일 뿐이다. 결국 이쁜 옷이라는 건 자신을 잘 나타내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다.


동생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은 것이었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아이템을 갖춰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화려해 보이는 옷이라도 자신만의 감성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이런 확신과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어울릴 만한 옷을 스타일링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동생의 전문가적인 모습을 보며 놀라기도 했지만, 더 놀란 이유는 이게 등교까지 1시간 남은 아침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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