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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패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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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sm May 28. 2022

새로운 교수님2

대화

동생의 강의는 계속되었다. 자다  상태에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느껴지긴 했지만,   물어보면 끝까지 대답해주었다. 입장을 바꿔 동생이 잠든 나를 깨워 물어봤 이렇게까지 알려주었을까 싶어 반성하기도 했다. 이제는 정말 동생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동생에게 부탁해 입었던 옷을 본 대학교 친구들은 무슨 일 생긴 거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전역하고 보는 것이니 사람이 달라졌겠다 싶으면서도 이렇게까지 달라졌을 거라곤 예상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했다. 그 앞에서 동생이 골라준 옷이라고 이야기하기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내 모습을 꾸미는 것에 동생이라는 치트키를 쓴 것이다. 이제는 나 스스로 꾸며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장르가 그렇듯 하루아침에 완벽해질 수는 없다. 아무리 동생이 설명하는 대로 듣고 입어본다 하더라도 어떻게 혼자 시도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사실 몇 번 시도해봤는데, 그러고 나간 내 모습은 너무나도 이상해 거울 보기가 싫었다. 하루는 날을 잡고 동생에게 부탁해 집에 있는 모든 옷을 꺼냈다. 셔츠, 바지, 재킷 가릴 것 없이 거실에 펼쳐두고 하나하나 입어보고 어떠냐고 물어봤다. 안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면 왜 안 어울리는지 물어봤다. 그제야 나는 내 체형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나는 여태 동생이 골라준 대로만 입었다. 따라 하기만 했기 때문에 옷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체형을 알기 시작한 후로는 같은 옷이라도 왜 동생이 입었을 때와 내가 입었을 때가 다른지, 반대로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조금이나마 어떤 형태일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동생은 옷 핏을 위해 10kg을 감량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냥 뺀 줄 알았는데 그게 옷 때문이었다니. 한 번 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동생은 몇몇 패션 유튜버를 알려줬다.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는 유튜버들부터 조금은 깊은 이야기를 해주는 유튜버들까지. 지금은 몇십만의 구독자를 가진 대기업 유튜버들도 그 당시에는 구독자 수가 몇 만 명에 불과했다. 그들이 추천하는 옷을 다 살 수는 없었기 때문에 보고 또 봤다. 동생은 거기에 더해 몇 개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알려줬다. 내가 도전해보고 싶은 옷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로, 많은 팔로워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의아했다. 유튜브는 그나마 말로 설명이라도 해주니까 이해가 됐는데 이 사람들은 자기들 옷 사진을 올리는 게 전부가 아닌가? 나한테 도대체 이들을 왜 보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됐다. 동생은 같은 바지라도 상의와 신발을 어떻게 다르게 매치했는지, 모자를 썼는지 벗었는지 어떤 안경을 썼는지와 같은 것들을 유심히 보라고 말했다. 그런 연출 하나하나가 사람마다 스타일마다 다른 것이며, 그 한 끝 차이가 완전히 새로운 무드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그때부터 패션에 대한 생각이 또 한층 달라졌다. 그냥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였다면 이제는 취미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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