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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패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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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sm Jun 05. 2022

What's your hobby

취미

대학교 교양영어 시간에 취미를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원어민 교수는 hobby의 의미에 대해 심층적으로 설명해줬다. hobby는 단순히 free time에 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라고. 그러니까 누워서 TV보기는 free time에 하는 것일 수는 있지만 hobby는 아니라고.


무엇이 그 차이일까.


특별한 기술을 통해 나를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는가.

그것이 차이라고 생각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패션은 hobby인가?




옷은 누군가에겐 의식주 중 하나일 뿐이다. 생활에는 필수적이지만 그 이상으로는 필요 없는 것.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기본만 하면 되지 뭣하러 돈과 시간을 들이냐'는 말을 하곤 한다. 비싼 옷을 사거나 명품을 사는 사람을 허세 가득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이것 참, 너무나도 안타깝다. 비싼 음식을 먹기 위해 돈을 벌고 좋은 집에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은 '노력'과 '성공'의 도달선으로 바라보지만, 비싸고 좋은 옷을 사는 것은 허영심으로 바라본다. 보이는 것만을 중시하는 삶을 경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왜 그렇게 패션에만 가혹한지 모르겠다. 좋은 옷이 비쌀 수는 있지만 비싼 옷이 전부 좋은 옷은 아니다. 같은 옷이라도 누가 입느냐에 따라,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옷이건, 본인이 만족하고 즐기면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옷은 나를 표현하는 일이다. 내가 가진 생각을 표현할 수도 있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런 것을 우리는 예술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음악이나 미술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철학을 인류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잘 전달되느냐가 작품의 예술성이다. 예술은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낙서나 흥얼거림을 특별한 예술로 보지 않는 이유는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사람도 그것에 공감한다면 낙서도 충분히 예술이 될 것이다.


'옷을 잘 입는다'라는 말은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얼마나 잘 표현하고 있는가.




어느 순간부터 패션은 나에게 생필품이자 취미가 되었고, 이제는 나를 표현하는 예술이 되었다. 남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내가 나를 잘 표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안 어울리는 옷이 무엇인지 만큼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그리고 이를 알기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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