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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sm Jul 03. 2022

미니멀룩

less is more

'미니멀리즘'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을 휩쓴 유행어가 됐다. 필요 없는 것들을 하나하나 버리고 최소한의 것들만 남겨 사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한다. 패션에서도 '미니멀룩'이라는 이름의 스타일이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미니멀룩을 처음 봤을 때 느낀 생각들은 모던, 깔끔, 우아함이었다. '깔끔한 스타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남친룩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모던, 깔끔이라는 공통점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우아함에 있다.


출처: 르메르

미니멀룩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 르메르의 사진이다. 사실 '미니멀하다'라는 개념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옷의 디테일적 요소들이 적은 걸 미니멀하다고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옷의 기본적인 형태에 가까운 것일수록 미니멀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미니멀룩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고, 특히 어떤 브랜드를 보고 미니멀하다고 단정 지어 버리는 것은 더더욱 위험한 판단이 된다.



그럼에도 르메르 사진을 가져온 이유는 르메르는 '일상 속에서 오랫동안 입어질 수 있는 옷'을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옷의 가장 중요한 점은 질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꿔서 말하면 자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피자나 햄버거도 가끔 먹을 때는 맛있는데, 매일 먹으라고 하면 질리기 마련이다. 근데 밥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물론 아닌 사람도 있다). 심지어 맛있다. 패션에서 미니멀리즘은 대개 자극적이지 않기 위해 화려한 디자인적 요소들을 빼고 차분한 색감과 어느 옷에나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그럼에도 미니멀룩은 무난하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아함이 느껴진다.




'프렌치 시크'라는 말이 있다. 아무거나 대충 주워 입고 나와도 멋있는 프랑스 사람들의 패션센스를 가리켜 나온 말이다. 그들의 꾸민 듯 안 꾸민듯한 '꾸안꾸' 패션을 떠올리면 된다. 꾸안꾸의 가장 중요한 점은 '어딘가 다르다'라는 느낌이다. 이를 위해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브랜드들은 소재, 핏, 실루엣, 색감에서 그 차이를 찾았다.


단순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다




미니멀룩은 도전하기 쉬워 보이지만 표현할 수 있는 요소들이 적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에는 오히려 어렵다. 한정적인 요소들로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신발이나 가방에 포인트를 주며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스타일이 한국에서 많이 보인다. 이런 스타일은 자기 개성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여기에 '미니멀룩'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시작된다.


'미니멀룩은 ~해야 한다'와 같은 정답이 생겨버리는 순간, '자신의 표현'이라는 패션의 가치를 잃는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의 미니멀룩은 특정한 공식을 갖췄다. minimal에 이상한 말들을 덧붙이며 '최소화'라는 minimalism의 기본적인 정체성과 반대되는 스타일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이건 '미니멀리즘'이라는 문화에 심취해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다. 정확히는 미니멀리즘이라는 말이 주는 힘 때문인 것 같다.


미니멀리즘이란 말이 한국에 '유행'처럼 번진 것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유행은 결국 남을 따라가는 것이다. 정말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딘가 멋져 보이고 쿨 해 보여서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니멀리스트'라는 말은 솔직히 멋있다. 하지만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지듯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삶을 굳이 유행 때문에 추구할 필요는 없다. 패션에서도 '미니멀룩'이라는 이름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때 미니멀한 요소를 얼마나 활용할지를 고민해보고 적용해보아야 한다. 미니멀룩이라는 이름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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