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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패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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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sm Jun 26. 2022

남친룩

여자가 좋아하는 옷?

처음 이야기해보고 싶은 스타일은 '남친룩'이다.


'남친룩'은 그 이름에서부터 뜻을 알 수 있듯이 '내 남자친구가 입어줬으면 하는' 스타일이다. 근데 바로 그 이름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한다.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는 게 패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왜 여자친구의 눈을 의식해서 옷을 골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한다. 패션은 나를 표현하는 일인데 남 눈치를 봐가며 옷을 입는 게 어떻게 나를 표현하는 것인가라는 식이다. 허세 부리는 걸 비판하는 이유도 남에게 잘나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린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남친룩에 대한 이런 비판은 어느 정도는 맞다. 어쨌든 옷을 입는 건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싼 옷이라도 나한테 안 어울리면 이도 저도 아닌 옷이다. 하지만 나는 남친룩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남친룩은 패션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남친룩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옷인 만큼 다수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취향은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제각각이다. 내가 이쁘다고 생각한 개성 포인트가 누군가에겐 안 예쁠 수 있다. 나 스스로가 내 스타일에 확고하고 떳떳하면 문제 되지 않지만, 이제 막 패션에 입문한 사람들에게는 다른 이야기다. 어떤 게 나한테 잘 어울리는지 모르기 때문에 남들의 시선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들이 개성이 될 만한(혹은 누군가 별로라고 할 만한) 포인트가 없는 옷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남친룩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유다.


보통 남친룩이라고 하는 스타일은 몇 가지 아이템을 돌려쓴다. 단색의 니트나 맨투맨, 복숭아 뼈에서 끝나는 슬림 혹은 테이퍼드 핏의 슬랙스, 청바지를 입고 흰색의 스니커즈나 구두를 신는다. 의외로 셔츠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는 아는데, 셔츠는 알고 보면 입기 어려운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카라의 유무와 소재, 단추의 위치나 색깔, 핏과 기장감 등 브랜드마다 다양하게 연출해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남친룩은 기본기다. 수학으로 치면 사칙연산이다. 그래서 단점이 쉽게 질린다는 것이다. 누구나 안전하게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질릴 수 있다. 아마 무난하게 옷을 입고 싶은 사람 정도라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본인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남친룩의 틀을 깨고 싶어 진다. 나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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