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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빵 Jul 06. 2021

[리뷰] 영화 : 나이브스 아웃

모두를 의심하되 모두를 믿어라

you think one of us,

(당신은 우리 중에 하나가)

 one of his family killed him?

(그의 가족 중 하나가 죽였다고 생각해요?)

추리물에서는 모든 단서에 촉을 세워야 한다. 추리는 독자가 단서를 쫓아 작가를 따라잡는 치열한 추격전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독자가 이겨버리는 추격전은 시시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즉, 작가는 홀로 불특정 다수를 완벽하게 굴복시킬 판을 짜야한다. 물 잔의 손잡이 방향으로 범인이 어느 손잡이인지 알아내는 것, 담배꽁초가 타들어 간 정도나 씹힌 정도를 보고 초조함을 파악하는 것 등과 같이 작은 단서의 특징을 잡아내 중요한 단서로 만드는 추리의 기본 장치를 이용해서 말이다.




I have eliminated no suspect

(난 아무도 용의선상에서 제외하지 않았어)

All of them lied to me

(모두가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




그런데 이런 장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작가에게 뛰어난 관찰력과 상당한 지식이 요구된다. 가령 영국 드라마 '셜록'의 레전드 추리 장면이라고 불리는 시즌2 2화 '바스커빌의 개'에서 실직한 어부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셜록의 추리를 보면, 작가가 구체적으로 논리적 추리를 완성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들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독자들이 패배를 인정하게 만들려면 겨우 겉핥기식의 추리가 아니라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를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작가는 경찰이나 탐정이 아니다. 언제까지고 추리를 공부하는 데에 시간을 쓸 수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반전'이라는 또 다른 장치다. 추리물에서 단서 해석의 비중을 현격히 줄이고 '예상치 못한 결말'에 집중한 이 변종은 따지고 보면 추리물은 아니다. 게다가 일부 작가는 독자에게 제대로 된 단서를 제공하지 않고서 '어때 전혀 예상치 못했지?'라고 결론짓기도 한다. 작가가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반칙 수를 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덕분에 사람들은 과도하게 영화의 모든 것을 의심하고 추리가 아닌 추측을 하게 되었다. 제일 착해 보이는 사람이 범인이야. 가장 범인 같이 생긴 사람은 절대 범인이 아니지. 가장 못된 사람은 가장 먼저 죽을 거야. 등의 '클리셰'를 언급하며 말이다. 사적인 감정의 요소를 배제하고 사건 해결의 단서에 초점을 맞추는 이성의 게임과 사람의 겉모습이나 스테레오 타입을 가지고 단정하는 감성 게임은 완전히 반대 선상에 있는 것이다.


사실 외국에서는 추리와 미스터리의 차이를 두지 않고 ‘나이브스 아웃’처럼 미스터리물로 통칭해 부르고 있어서 이에 관한 별다른 논란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스터리를 추리로 해석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주 문제가 된다. 물론 작가가 얼마나 자세하게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가에 대한 기준이 칼로 자르듯 분명하지 않기에 추리와 미스터리를 구분하는 일은 불필요할지 모른다.




Harlan was perfectly fine

(할란은 완벽하게 괜찮았어요)

that's some heavy-duty conjecture

(그것 참 심한 억측이네요)




https://tv.naver.com/v/10690280

그런데도 사람들에게 이성적인 논리가 극대화된 장르의 가치는 분명히 짚을 만하다. '에드가 엘런 포'의 뒤팽은 감정과 정치의 이야기에 지루함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신선한 바람이었다. 미스터리라는 이름 아래에 포함된 산물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가는 일은 좋다. 하지만 사람들을 반하게 만든 추리물의 매력이 흐려지는 건 너무 슬프지 않을까. 무언가의 독특함이 일반화되는 일은 받아들여야 하는 순리일까.




+ 진짜 라이브톡 못 간 거 너무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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