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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빵 Aug 10. 2021

[리뷰] 영화 : 쿠스코? 쿠스코!

디즈니의 공주? 왕!

이거 말고, 이거!

승리자, 패배자

시간일 갈수록 '디즈니'라면 '공주'가 자연스럽게 따라붙고 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오로라, 에리얼, 벨, 자스민, 포카혼타스, 뮬란, 티아나, 라푼젤, 메리다, 모아나에 이어서 엘사로 아주 쐐기를 박았다. 여기에 아나스타샤나 앨리스와 같은 논란의 캐릭터들까지 말하자면 끝도 없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21세기에 공주가 되기를 꿈꾸는 게 동심하고 큰 상관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공주들의 화려한 옷과 장신구들을 더 다양하고 비싸게 팔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말이 더 설득력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성 역할에 대한 고지식한 생각도 포함된 게 아닌지 의심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쿠스코'가 있었기 때문에.




글쎄 내가 황제폐하의 흥을 깼지 뭐요

네?




신처럼 받들어지는 왕 쿠스코는 꾸미기와 노래를 좋아한다. 영화 시작 부분에 나오는 노래를 들어보면 쿠스코의 음악 취향도 상당히 좋은 편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사랑하는 흥이 깨지면 누구든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망나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쿠스코를 키운 이즈마의 성격을 고대로 빼닮은 탓이다. 이즈마의 부하 크롱크가 조금만 더 일찍 왕궁에 들어왔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을지 모른다.


다행히 이런 쿠스코의 성격은 자신을 '라마'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농부 파차를 만나 무사히? 정확하게는 각종 천벌을 받고 깨달음을 얻은 끝에 개과천선한다. 그 과정에서 주가 되는 건 우정과 도덕성에 대한 이야기다. 너무나도 디즈니스럽지만 영상을 보면 다양한 기법으로 보는 재미가 있다.


더불어 공식적인 주인공의 쿠스코지만 쿠스코만큼이나 다채로운 모습과 분량을 선보이는 이즈마, 크롱크, 파차는 물론 분량은 짧지만 치챠, 챠카, 티포, 다람쥐, 영감님 등 모든 인물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기억에 선명히 남는다. 많은 명대사가 주인공이 아닌 조연 캐릭터들의 대사일 정도로 모든 캐릭터가 제작자의 사랑을 받아 만들어진 것 같다.




다림다람다람 다림다림다롱

고조 고조 고조 고조 ... 고조 고모요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aver?code=31289&mid=414

https://youtu.be/JX6btxoFhI8

과거 디즈니만의 2D 부드럽고 과장된 2D 그림체를 온전히 느끼면서도 네온 색감이나 빠른 전개가 공존하는 이 영화는 지금 다시 봐도 촌스럽지 않다. 주인공 쿠스코도 재수 없지만 더한 빌런 이즈마의 존재와 점차 성장해나가는 철부지의 모습이 어린 나에게는 '나의 불완전함도 앞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도 줬던 것 같다. 디즈니의 욕심에는 조금 못 미쳤을 수 있지만, 흥행성적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는데 왜 디즈니 왕이나 왕자의 명맥은 왜 끊기게 되었을까.


디즈니의 타깃층은 어린이, 소녀, 어른 등 세분돼 있지만 소년들에 대한 흥행은 디씨와 마블(지금은 결국 디즈니 거지만)에게 전적으로 넘기는 느낌이다. WWE나 AEW도 포함될 수 있겠는데 우선 '영웅'이라는 이름이 붙는 캐릭터들이 소년들의 대표 소비 콘텐츠가 되고 있다. 누군가는 성별에 의한 차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진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정작 태어나기도 전부터 '예쁜' 공주님과 '멋진' 왕자님으로 불리게 되는 아이들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엘사의 'Let It Go'가 무섭도록 인기를 얻을 때 가수 이디나 멘젤이 콘서트를 열었을 때가 있다. 이디나는 'Let It Go' 노래를 사랑하는 아이들을 무대 위로 불러들였고 그중에 소년은 오직 한 명이었다. 이 노래를 좋아한다는 소년들을 보기가 어렵고, 그들은 노래가 별로라거나 자신은 노래를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디나가 소년에게 질문했다. 소년은 당당하게 '확실히, 그건 아니잖아요'라고 답한다. 어른들도 빠질 정도로 아름다운 노래인데, 무엇이 소년들에게 이 노래가 좋다는 사실을 부정해야만 하도록 만들었을까.


자신에게 가해진 압박 따위에 지지 않은 용감한 소년의  'Let It Go'로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https://youtu.be/dYjyNeoV9qE


+ 예쁘고 나발이고 정형화 되지 않은 색다른 캐릭터들 많이 보고 싶다... 이즈마랑 크롱크 같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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