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멜빵 Nov 06. 2022

[리뷰] 영화 : 주디

smile smile smile, smile

maybe you feel like you are like them

너는 그들과 같다고 느낄 수도 있지

but really you are not

하지만 넌 그들과 달라

you live another world, entirely

너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거야

주디를 만난 건 작은 우연이었다. '헌터스'라는 작품 속 OST로 흐르던 노래가 귀에 꽂힌 게 시작이다. 들리는 가사로 급히 찾은 노래는 '라이자 미넬리(Liza Minnelli)'의 'Mein Herr'. 낯선 독일어 제목을 검색하자 뮤지컬 영화 '캬바레(Cabaret)'의 영상이 나왔다. 겨우 3분 30초 남짓 동안 라이자 미넬리는 나를 캬바레로 초대했다. 이 몰입력은 또 다른 뮤지컬 영화 ‘시카고’에서 'All that jazz'를 처음 봤던 순간을 겹치게 했다.


영화 캬바레를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방법을 찾아봤지만, 구독하는 플랫폼 중에서 이 영화를 찾을 순 없었다. 그때 라이자 미넬리의 정보에서 익숙한 이름 '주디 갈런드'를 발견했다. 'over the rainbow'의 그 배우. 오랜만에 듣는 그녀의 이름을 따라가 보니 '르네 젤위거(Renée Zellweger)'가 주연을 맡은 영화 '주디'가 나왔다. 시카고 '록시 하트(Roxie Hart)'를 맡았던 그 배우. 이 사소한 연결고리는 나에게 운명이라고 꼬드겼고 나는 그것에 넘어가기로 했다.




Buzz, buzz, buzz went the buzzer

삐, 삐, 삐 버저가 울려
Plop, plop, plop went the wheels

퉁, 퉁, 퉁 바퀴가 돌아
Stop, stop, stop went my heart strings

멈춰, 멈춰, 멈춰 내 심장이 뛰어




오즈의 마법사 속 주인공 '도로시 게일'은 무지개 너머 꿈의 나라를 어여쁜 그림처럼 그린다. 꿈 많고 꽤나 용감한 편인 소녀는 가장 '이상적인 어린이'의 표상이다. 돈 많고 권력 있는 누군가가 광장에 조각상 하나를 세우고 칭찬할 만큼 이상적이다. 그리고 주디는 바로 그 도로시 조각상이었다.


13살 아이가 촬영 일정에 맞춰 일하기 위해 각성제와 수면제를 마구 복용하며, 살이 찔까 봐 햄버거 하나도 먹지 못하고, 담배와 성접대를 강요받으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감히 믿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모두가 진실이며 당시 할리우드에서는 드문 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쓰는 돈은 적을수록 좋고, 버는 돈은 많을수록 좋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그런 면에서 사람을 쥐어짜 낸다. 마침 유행은 수명이 짧아서 단기간에 '누군가의 능력치'를 끝까지 뽑아낼수록 좋다. 이후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미 사람들이 '누군가' 혹은 '누군가의 능력치'에 지긋지긋함을 느낄 정도로 질린 후라면 잊히기에 더욱 좋을 뿐이다.




Forget your troubles, c'mon get happy

고민은 잊고 행복해요
You better chase all your cares away

당신은 모든 걱정을 멀리하는 게 좋겠어요
Shout "hallelujah", c'mon get happy

할렐루야라고 외쳐봐요, 행복해요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 입과 웃는 얼굴은 행복한 분위기를 띤다. 그런데 그 행복함을 수천 명, 수억 명에게 보여주려 한다면 조금 오싹한 느낌이 든다. 심지어 매일매일을 우울이란 없는 듯이 완벽한 행복을 노래한다면 장르가 스릴러로 바뀐다. 유독 평화와 친절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우울은 가지고 있다. 감정을 상대적인 선에서 본다면 우리는 우울이 있기에 행복을 알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오래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 아이러니 한 점은 심리학에서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 우울증이 시작이라고 보는 관점이 있다고 한다.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 곧 본인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감정을 꼭꼭 씹어서 잘 삼켜내라는 말이다. 물론 그것은 쉽지 않다. 감정은 매 순간 정도와 모습이 달라진다. 그것을 남에게도 자신에게도 해가 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일은 인간이 사회를 구축하며 부여받은 숙제다.


안타깝게도 미디어는 캐릭터성이 확실한 단면적 인물을 좋아한다. 누구에게나 쉽게 기억되고 소비될 수 있는 막연히 착하거나 못된 인물들 말이다. 어린 주디는 도로시로 서는 무대를 사랑했지만 1분 1초까지 도로시를 위해 살아야 했던 삶은 증오했다. 마침내 도로시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된 후로도 그녀는 어린 시절 길들여진 습관으로 주디의 삶을 파괴적으로 썼다. 이제 손뼉 쳐 주는 관객이 없는 곳에서까지.




You gonna love me, like nobody's loved me

당신은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게 될 거예요

Come rain or come shine

비가 오나 화창하거나

Happy together, unhappy together

같이 행복하고, 같이 절망해요

https://tv.naver.com/v/12350965

Come one Jude, really we done.

어서 가자 주디, 우리 공연 끝났어

Maybe some other time

미안, 다음에 가는 게 좋겠어

Do you think, could I give a just one song?

혹시 제가 한 곡만 불러도 괜찮을까요?




이 영화는 주디의 말년을 담고 있다. 인기가 식어서 찾아주는 이도 거의 없고, 돈에 쫓겨 살 곳도 없는 그녀의 이야기를 당신을 알고 있을까. 이상적으로 반짝이던 조명 빛 아래에서의 그녀 말고, 수면장애를 겪으며 늘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질만 부리던 그녀.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평범함을 포기해야만 했던 3남매의 엄마. 악몽 같은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무대에와 함성을 진심으로 혐오하기도, 사랑하기도 한 가수이자 배우. 프랜시스 에설 검으로 태어나, 도로시이자 게일을 연기하고, 주디 갈란드로 떠난 사람.




You won't forget me will you?

저를 잊지 않을 거죠? 그렇죠?

Promise you won't

그렇지 않기로 해줘요

작가의 이전글 [리뷰] 영화 : 메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