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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빵 Dec 02. 2022

[리뷰] 드라마 : 웬즈데이

snap twice 손가락을 두 번 튕겨라

Eight schools in five years

5년 동안 8개 학교라

They haven't built one

storong enough to hlod me

저를 감당할 만한 곳이 없더라구요

해리 포터, 타라 덩컨, 율리시스 무어, 셉티무스 힙, 나니아 연대기 등. 판타지 이야기가 꽃피우던 시기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공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주어지고, 마음먹으면 책 속의 상상을 실사 영화로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된 덕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이 미지의 영역이었던 고대시대에서 점차 자연을 인간의 통제 아래에 둘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발현된 중세, 세상의 중심에 인간을 두고 과학으로 증명되어야 믿음을 부여하는 근대를 거쳐, 기술보다 앞서 있는 상상이 어쩌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실존 영역이라는 가설이 등장한 현대는 다시 허황된 판타지가 창궐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Since i've been here,

여기 온 이후로

i've been hunted, haunted, and

무언가에 쫓기고, 홀리고,

the target of an attempted murder

살인 미수 대상이 됐죠




디즈니의 귀여움과 무해함을 견디지 못하고 나온 팀 버튼. 누군가에겐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도록 괴랄한 등장인물들의 뒤틀어진 심상과 공동묘지가 가득 등장하는 팀 버튼 만의 창의적 상상력은 희한하게도 대중에서 사랑받는 편이다.


뚜렷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미디어의 특성상, 그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의 성질이 강조된다. 디즈니는 희망과 용기가 가득한 영웅적인 측면을 선택했고, 팀 버튼은 절망과 우울이 가득한 빌런적인 측면을 선택했다. 마블의 영웅과 DC의 빌런을 보는 기분처럼 디즈니의 공주들과 팀 버튼의 창조물들을 보게 되는 이유다.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아이들을 위해서 늘 굴하지 않고 웃는 디즈니 캐릭터들이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스펀지밥을 생각해보자. 월요일이 좋다며 노래까지 부르며 일하는 스펀지밥과 그런 스펀지밥과 뚱이를 바라보며 구시렁거리는 징징이 중 누가 더 타당해 보이는가. 현실은 본인만 주인공인 줄 아는 이기적 유전자들과 싸워 밥그릇을 지키는 빌런들의 일대기다.




I act as if I don't care

if people dislike me

남들이 날 싫어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deep down...

실은

I actually enjoy it

어찌나 기분 좋은지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는 1930년대 만화로 시작한 ‘아담스 패밀리’의 설정을 가져왔다. 웬즈데이를 보면 알겠지만 원작 역시 가족 전체가 고문, 범죄, 고통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설정이다. 다행히도 이 설정을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라 엉뚱하고 미스터리한 느낌이 들도록 연출하고 있어 공포적인 느낌은 많이 없다.


아담스 패밀리를 소재로 만든 만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들 중에서도 웬즈데이는 1964년 시트콤 버전을 위주로 차용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세부 설정이나 손가락을 두 번 튕기는 행동을 시리즈 전반에 녹여낸 장면들을 발견하면 괜히 아담스 패밀리와의 연결고리가 반갑다.


하지만 웬즈데이는 제목처럼 아담스 패밀리가 아닌 가족의 장녀 웬즈데이의 이야기다. 온통 검은 옷에 또래들 입에서 듣기 힘든 단어로 독설을 날리는 음침한 아이. 둥글둥글한 성격보다 날카로운 칼날 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전학생. 빌런이 주인공인 이야기의 매력은 결국 빌런 역시 주인공스러운 면모를 가졌다는 점이다.




Secret societies, hidden libraries,

a homicidal monster...

비밀 결사대, 숨겨진 도서관,

살인 괴물...

What other surprises are in store?

다음 깜짝 선물은 뭐지?




https://youtu.be/AIbUp3lXNq0

미스터리와 판타지의 조합이라니, 요즘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하겠다는 심보가 톡톡히 보인다. 더불어 팀 버튼이 감독을 맡으면서 겉만 번지르르한 졸작이 되지 않았다. 하나의 흠이라면 역시나 넷플릭스 시리즈는 넷플릭스화 된다는 말을 따라 흔한 클리셰와 전개가 어른이들에게는 뻔하게 다가올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판타지가 새롭게 사랑받을 만한 모습으로 나타나 주어서 기쁘다. 부디 인기에 심취해 억지로 분량을 늘리지 말길 간절히 바란다. 지금처럼 무모한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주기를.




I know the suspense is killing you

궁금해서 죽을 지경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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