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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Jan 19. 2024

25  장석남 시인의 '세탁기'

세탁기

장석남 시인


우두커니

문 열린 세탁기야

때 묻은 하늘이나 넣을까

기다림이나 넣을까

커피나 한잔 내려 마시고

시골 빨래 서울 빨래

겨울 빨래나 넣을까


매일매일 덕을 쌓는 세탁기야

헤 입 벌린 바보야


천사야


봄아


시집< 꽃밟을 일을 걱정하다>.76쪽의 시.





<시시콜콜> 시인의 시중 드물게도 이 시는 동시 같다. 세탁기를 바보라고 부르고 천사라고도 부르다니 재미있다. 시골 빨래 서울 빨래?라고 구분하니 장난스레 나도 서울쥐 시골쥐 이솝우화도 맴돈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 오래전 농사일에 바쁘신 어머니댁에 세탁기를 사 드렸을 때, 어머니는 손사레 치시며 쓸데없는 데다 돈을 썼다며  반기지 않으셨다.


 빨래는 전부 흙투성이 빨래여서 세탁기가 소용없다는 얘기다. 빨래판에 쓱쓱 비비고 주물주물 방망이로 투닥투닥 두들겨 빨아도 때가 다 안가시는데 실실 돌아가는 세탁기로는 택도 없다 그러셨다.

"세탁기는 서울 빨래에나 필요하지."


그러셨던 어머니의 시골 세탁기는 어찌된 일인지 농한기에 더 바쁘다.  일 손 쉬는 농한기에 겨울에는 촌빨래도 서울 빨래가 되기 때문이다.

허리 아픈 어머니도 겨울엔 세탁기 덕을 보니 시인처럼 천사까지는 아니어도 속으로 세탁기 보며 고맙다 고마워 그런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이시 접하니 오래 써 털털거리는 우리집 세탁기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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