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는 뭐니뭐니 혀도 눈물에 붙는 이자만큼 비싼 것이 없어야. 야야, 우뜸거리에 살던 숙희 엄니 아냐? 그 여편네 서방 무능하다고 어린 새끼 다 버리고 집 나가 평생 소식도 없더니, 지난달 서울 사는 역구지 떡 네 딸이 봉사활동이다냐 뭐다냐 그런 걸 나갔는디, 근디 알고 본께 그 여편네라고 안혀. 불도 안 땐 단칸방에서 꼬챙이처럼 말라 날마다 눈물 바람만 허고 산다고 허드라. 지 살자고 지속에서 나온 새끼한티 눈물 되로 주고 떠나더니, 늘그막이 눈물을 말로 퍼내고 있잖여. 시상엔 그 어떤 것도 공짜가 없당께. 그 중여서도 자식한티 준 눈물만큼 이자가 높은 것은 없어야. 나도 니 아버지 일찍 보내고 너희 다섯 남매 넘들만큼 빤듯허게 가르치지 못혀서 그것이 늘 걸렸어야. 넘들 한티 눈물놀이는 안 허고 살었지만 늘그막이 공부방에 틀어박혀 있는 너를 보면 오목가슴이 쓰려야.”
어머니는 꼬깃꼬깃 모아둔 몇십만 원의 눈물주머니를 등록금에 보태 쓰라며
“이렇게라도 빚을 청산 혀 야만 먼 길 가볍게 갈 수 있을 것 같어야.”
시집 <물의 지붕. 2009>
<시시콜콜> 시를 읽다가 뜨끔 놀란다. 투가리같은 말투가 영락없이 우리 엄마다. 거침없고 뚝뚝하고 우왁스런 말들이 맺혔다가 풀어지면서순간 따뜻해진다. "시상엔 그 어떤 것도 공짜는 없당께.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간 게 안 묵어도 배 부르다야. 내 새끼들 객지서 고상한 거 생각허믄 오목 가심이 찢어지는 것 같어야."내가 기억하고 있는 엄마의 말이다.
전라도 엄마. 경상도 엄마. 충청도 엄마, 지상에 신이 다 존재할 수 없어 세상에 엄마를 보냈다는 신도다른 말투 속에 아킬레스건 같은 공통분모가 존재한다는 걸 알까. 그 속내가 경계를 일시에 무너뜨리고 무장해제시켜 버리는 세상 모든엄마들의 말은 경전이다. 먹고 돌아서면 또 생각나는 중독성 강한 매운맛처럼 가독성이 있다. 시도되고 소설도 되는 말들이 가신지 7년째인데도 엊그제 전화통에다 대고 했던엄마의 소리와푸념 같아 행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