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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Jan 28. 2024

28  김찬옥 시인의'시상에서 최고 비싼 이자'

시상에서 최고 비싼 이자

김찬옥 시인

 

 

  어머니는 양파를 까다가 뜬금없이

  “이자는 뭐니뭐니 혀도 눈물에 붙는 이자만큼 비싼 것이 없어야. 야야, 우뜸거리에 살던 숙희 엄니 아냐? 그 여편네 서방 무능하다고 어린 새끼 다 버리고 집 나가 평생 소식도 없더니, 지난달 서울 사는 역구지 떡 네 딸이 봉사활동이다냐 뭐다냐 그런 걸 나갔는디, 근디 알고 본께 그 여편네라고 안혀. 불도 안 땐 단칸방에서 꼬챙이처럼 말라 날마다 눈물 바람만 허고 산다고 허드라. 지 살자고 지속에서 나온 새끼한티 눈물 되로 주고 떠나더니, 늘그막이 눈물을 말로 퍼내고 있잖여. 시상엔 그 어떤 것도 공짜가 없당께. 그 중여서도 자식한티 준 눈물만큼 이자가 높은 것은 없어야. 나도 니 아버지 일찍 보내고 너희 다섯 남매 넘들만큼 빤듯허게 가르치지 못혀서 그것이 늘 걸렸어야. 넘들 한티 눈물놀이는 안 허고 살었지만 늘그막이 공부방에 틀어박혀 있는 너를 보면 오목가슴이 쓰려야.”

 

 어머니는 꼬깃꼬깃 모아둔 몇십만 원의 눈물주머니를 등록금에 보태 쓰라며

 “이렇게라도 빚을 청산 혀 야만 먼 길 가볍게 갈 수 있을 것 같어야.”  

            

시집 <물의 지붕. 2009>



<시시콜콜> 시를 읽다가 뜨끔 놀란다. 투가리같은 말투가 영락없이 우리 엄마다. 거침없고 뚝뚝하고 우왁스런 말들이  맺혔다가 풀어지면서 순간 따뜻해진다.  "시상엔 그 어떤 것도 공짜는 없당께.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간 게 안 묵어도 배 부르다야. 내 새끼들 객지서 고상한 거 생각허믄 오목 가심이  찢어지는 것 같어야."  내가 기억하고 있는 엄마의 말이다.

전라도 엄마. 경상도 엄마. 충청도 엄마, 지상에 신이 존재할 수 없어 세상에 엄마를 보냈다는 신도 다른 말투 속에 아킬레스건 같은 공통분모가 존재한다는 걸 알까. 그 속내가 경계를 일시에 무너뜨리고 무장해제시켜 버리는 세상 모든 엄마들의 말은 경전이다. 먹고 돌아서면 또 생각나는 중독성 강한 매운맛처럼 가독성이 있다. 시도 되고 소설도 되는  말들이  가신지 7년째인데도  엊그제 전화통에다 대고 했던 엄마의 소리와 푸념 같아 행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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