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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Jan 31. 2024

17  장난꾸러기 피터

어제는 날이 풀려서 중랑천을 걸었다. 햇살을 등지고 숨차게 걷다 뛰다 했더니 저녁엔 바람 빠진 풍선처럼 푹 퍼졌다.

몸은 피곤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새 건전지로 갈아 끼운 시계처럼 가뿐하면서 기운이 났다. 소파에 퍼져 손만 뻗으면 닿는 그림책 더미에서 베아트릭스 포터 전집을 꺼냈다.

피터 래빗 전집은 그녀가 사랑하는 동물들의 이야기와 따라 그리고 싶게 만드는 베아트릭스의 삽화가 갈피갈피 있어 충분히 매력적이다. 동물들 표정 하나하나가 어찌나 생동감이 넘치는지 들여다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한번 그려보고 싶게 한다.

청개구리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피터 래빗, 인형의 집에 사는 못 돼 먹은 생쥐 부부 톰섬과 헝카멍카, 앓아누운 재봉사대신 우렁각시처럼 몰래 나와 외투의 소맷단과 옷깃을 바느질해 주는 생쥐 이야기, 가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마음이 순해진다는 게 이런 걸까.

래빗네 가족 중 피터 래빗은  좋게 말하면 모험심 강하고 활달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엄마 속께나 태우는 말썽꾸러기다. 그래서 세상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어느 날은 엄마가 지 말라는 맥그리거 아저씨네 텃밭에 들어갔다가 아저씨한테 들켜 줄행랑치는 장면장면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스릴 넘친다.

말썽쟁이 이 피터는 그녀가 키우던 토끼 중 한 마리였단다. 그래서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는 동물 캐릭터 토끼, 생쥐, 돼지, 고양이, 오리, 가 하나같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다시 봐도 통 크게 맥그리거 아저씨네 텃밭에 들어가 상추도 먹어 보고 강낭콩, 순무를 먹는 장난꾸러기 피터는 볼수록 매력덩어리다. 피터를 보면 자연과 동물을 사랑했다는 베아트릭스 포터의 마음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피터를 따라 그리면서 연신 피식피식 거렸던 기억이 나서

연필 드로잉북을 들춰 본다.


​​

위 드로잉: 맥그리거 아저씨네 농장에 들어가 당근을 훔쳐먹는 피터 래빗.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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