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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Feb 02. 2024

18  배추꽃 피면 봄이다

내일 모레가 봄으로 들어선다는 입춘이다.

옛 어른들 말씀에 " 2월엔 부지깽이도 흙에 꽂으면 싹이 튼다"했던가.

이제 된추위는 얼추 지나 가고 꽃소식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만 남았겠다.

봄하면 사람들은 개나리 진달래, 목련 같은 봄꽃을 떠올릴테지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는 배추꽃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겨우내 쌓였던 눈이 시나브로 녹고 남쪽에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면 겨드랑이 근질근질 거리 듯

들밭에 봄빛이 아른거린다.


김장 하고 남은 알량한 무 배추는 혹한에도 살아 남아 기세 등등하게  쫑을  올린다. 봄햇살에 해살스레 올라온 꽃대엔 토짝토짝  돋는 돌배기 아이의 젖니처럼  피어나는 배추 꽃은 노랑나비 다.


개나리, 민들레, 수선화, 산수유. 생강, 프리지아....,그리고 배추꽃까지

봄꽃은 왜 거개가 다  노란 꽃일까.


배추꽃과 무꽃

아지랭이 아른아른거리는 봄.​

펄렁펄렁 나비 날 듯 노란 배추 꽃이 화르르 피면

어느  순간 시샘하 듯 피어나는 무꽃은 하얗 보드라운 보라빛으로 얼비치곤 지.

나물 캐러 가는 엄마를 졸래졸래 따라 다니다 눈 앞에서 나풀거리는  흰나비를 좇아가면  틀림없이 보게 되는 배추 .

배추 꽃에 앉은 나비는 잡힐 듯 잡힐 듯 하다 내 손을 빠져나가고

애꿎은 배추꽃 따서  입에 넣으면 배추 맛이 살풋 나던

 노랑 배추꽃.

남들은 개나리 진달래 피면 봄이라지만

나의 살던 고향은 복숭아꽃 살구꽃대신 노랑 배추 꽃이 피면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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