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명흔 Feb 05. 2024

밍밍하다

저녁 먹고 산책 간다며 나간 아들이 손이 무겁게 뭘 사들고 왔다. 녀석, 빈 골로 올리가 없지. 가끔 장 보다 깜빡하고 빠뜨린 두부나 달걀 심부름을 잘 하지만 알바 하다 쉬는 요즘은 입이 궁굼한지 나가면 커피며 과자같은 주전부리를  사들고 온다. 그러면서도 다이어트중이라는 말은 달고 산다.


 비닐 봉지에서 감자조림 한 팩을 내놓는다. 반찬가게 앞을 지나다 사람들이 북적돼서 한번 들어가 봤단다.  마감세일이라며 온갖 반찬들을 2,30 프로 싸게 팔아서 감자 조림을 샀단다. 녀석 딴엔 조림감자가 먹고 싶었나. 반찬가게를 잘 가지 않다가 언젠가 감기 몸살을 앓은 뒤  조물조물 묻힌 나물반찬이 먹고 싶어 서너 가지 사 먹은 적 있다. 가게 반찬은 단맛이 강해 그닥 달갑지 않은데 다행히 나물은 달지 않아서 맛 있었다.


그러고보니 감자조림은 잘 안 해줬다. 장 보면 감자를 자주 긴 하지만 주로 알이 큰 감자를 사 뚝떠뚝떡 썰어 된장국을 끓이거나  카레라이스, 채 썰어 볶음 위주로 다. 같은 감자 지만 알이 잔 조림용 감자는 만나기 쉽지 않고 감자조림은 쉬운 듯 하면서도 식감이나 간 맞추기가 어려워 썩 내키지 않는다.

아침은 혼자 먹는 밥이라 감자조림 세알을 따로 덜어내 전자렌지에 1분 데웠다. 원래 찬음식을 반기지 않기도 하지만 끈적한 간장소스가 감자와 따로 놀아서다.

저녁에 무친 봄동 겉절이와 달걀찜 옆에 조림감자를 놓았다. 그러고보니 다 새 반찬이다. 감자알은 크기가 고르지 못하고 제 각각이다.  찬 걸 데우니 윤기가 돌아 제법 먹음직스럽다. 한 입 크기로는 괜찮다. 겉은 들큼하고 속은 어째 밍밍하다. 니맛도네맛도 아니다. 감자살이 설겅거리지 않는 걸 보니 벌 삶았나. 잘 삶아지긴 했다. 삶을 때 소금을 한 꼬집 정도 넣었다면 밑간이 들지 않았을까.

짜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간이 배어 있지 않으니 얘들말로 2프로 부족하다. 봄동 겉절이를 얹어 먹으니 간이 맞다. 감자라면 다 좋아하니  녀석 입맛에는 맞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엔 조림용 감자를 찾아내 감자조림을 한번 해봐야겠다. 그때는 내식대로 소금도 한꼬집 정도 넣되 단맛은 빼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