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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Jan 06. 2024

북리뷰-듣기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글

"영혼은 의식을 갖고 있는 귀, 우리는 그 귀를 통해 영혼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소리는 우리가 안으로 귀 기울 때 때만 들린다."-에밀리 디킨슨

 

책 <듣기>(샘터. 2014)는 귀, 소리 듣기, 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소리는 어떤 의미의 소리일까? 귀가 좋아하는 소리는 소음이 아닌 소리다.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소리. 책은 듣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수많은 사례와 설화, 인디언의 영혼을 맑혔던 자연의 소리를 들어가며 자세하게 소개한다

 

목차를 보면 태교의 비밀, 귀 있는 자는 들어라, 우주는 소리가 신이다, 세상의 문이 우리에게 열릴 때, 생명의 강에  음악이 흐른다, 자궁 속 어머니의 목소리를 다시 듣다,등 으로 나눠 소리와 듣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책에서 다루는 것은 원주민 사회의 듣기 문화에 대한 것과 '귀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리는 알프레 토마티의 연구 성과와 그에 자극받은 서구의 음악과 소리 연구가, 영상 운동가들의 소리 치료 또는 음악치료의 결과물로 보여준다.

 

귀는 언제나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왜 저자는 '듣기'를 강조하는가? 그 이유를 가야금과 비슷한 투바의 악기

차디간에 담긴 기원설화를 바탕으로 얘기하는데  관심이 간다.

 

저자는 차디간 설화를 통해 모든 문제는 듣지 않는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미워서 못 듣고 싫어서 못 듣고,

불쾌해서 못 듣고, 시간이 없어서 못 듣고,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못 듣고, 게을러서 못 듣고, 마땅치 않아서 못 듣는다.


​하지만 귀는 이런 못된 마음과는 달리 그 모든 소리를 듣는다. 소리는 안으로 감긴 나선형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마치 소용돌이가 그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잡아 그곳으로 끌고 들어가듯 이 세계를 잡아서 내게 가져온다.

 

19세기의 과학자이며 철학자인 로렌츠 오킨의 말에 따르면 눈은 우리를 바깥 세계로 데려가고, 귀는 세계를 인간에게 가져온다.

 

특히  이 책에서 관심 가는 분야는 북미 인디언들과 제3세계 원주님들의 문화를 통해 소리와 듣기가 그들의 삶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인디언들의 태교는 산과 들과 노을 속에서 시작된다. 임신한 엄마가 사람을 피해 혼자서 고독과 정적에 싸여 울창한 숲이나 아무도 밟지 않은 평원의 풀밭을 거닐며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으면서 새들의 노랫소리를 흉내 내기도 한다. 순전히 뱃속 태아를 위해서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북미 인디언들은 동물과 식물을 인간의 영적 교사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가 동식물들이 인간보다 이 세상에 먼저 왔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인간은 숲 속을 걷거나 자연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수긋해지는지 모르겠다.


길을 가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 그 꽃 색깔이며 모양과 향기 등을 일일이 태아에게 설명하듯 태아를 생각하는 마음은 미물에게도 같다. 남의 둥지에 맡겨 새끼를 키우게 하는 얌체족 뻐꾸기에 대한 새로운 사례가 책에 소개되어 흥미롭다.

 

남의 둥지에 알을 맡겨 놓고 둥지 근처를 지키며 뻐꾹  뻐꾹 울어대는 이유가 자기가 부모임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하니 어이없으면서도 한편으론 놀랄 따름이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이의 뇌를 키운다는 걸 뻐꾸기도 알고 있었다는 얘길까!

 

 인디언들은 아이들에게 늘 침묵하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자연의 존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나의 내면 이야기에 귀 기울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생명을 공경하고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라니 이런 침묵과 듣기는 사람을 성숙하게 하고도 남겠다는 느낌이다.

 

책을 읽다 보면 들판의 농작물도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허다한 농부의 말처럼 듣기에 마음이 가는 것은 들어야 할 소리를 소음으로 간주하고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디언식으로 말한다면 나무는 내가 슬플 때,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다 참을성 있게 들어준다는 것. 고독과 침묵을 모르고 소음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듣기가 숨쉬기라고 말하는 인디언들은 어쩌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왜 고독이 주는 선물을 외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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