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봄이어서 좋은 건 멀리 가지 않아도 사방 꽃이 눈에 들어온다. 단지 내에 핀 목련, 목련나무 아래 민들레, 제비꽃, 다육이 화분을 내놓은 집 앞 산수유가 노랗다 못해 눈이 부신다.
산수유나무아래서 꽃을 올려다보며 엊그제 산에서 본 생강 꽃이랑도 참 많이 닮아있다. 생강꽃과 산수유꽃은 어떻게 구별 할까. 밥풀만한 꽃 송이 송이를 들여다 보다 문득 신용목 시인의 '산수유'란 시구절이 아슴아슴 떠올라 몇 구절 주절주절 거려본다. 제 살가죽을 찢어 잎 보다 꽃 먼저 밀어 올리는 나무나 풀꽃에게 경배하고픈 봄날이다.
"데인 자리가 아물지 않는다.... 물집은 몸에 가둔 시간임을 안다... 시간의 문장은 흉터이다. 둑 위에서 묵은 편지를 태웠던 날은 귀에 걸려 찢어진 고무신처럼 질질 끌고 다녔다 날아간 연기가 남은 재보다 무거웠던가 사는 일은 산수유 꽃빛만큼 아득했으며...., "( 산수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