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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Apr 27. 2024

03  이석구 작가의 북토크

며칠전 우리 동네 책방 '브론테 살롱'에서 이석구 그림책 작가의 북토크가 있었다. 브론테 살롱은 카페 위층에 있고 책방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그곳은  나하고도 인연이 있다. 얼른해도 2년 전인가. 마을 도서관 에서 주관한 <상주 작가와 함께 그림책 쓰기> 프로 젝트에 덜컥 참여했었다. 참여자들은  달이란 빠듯한 시간 글을 쓰고 그림까지 그려  가까스로 더미북을 완성했고 그것을 빨간콩 출판사이기도한 책방 대표님이 출간을 맡아줘 짜릿하고 설렌 전시회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작가의 북토크 참여는  처음이다. 시간이 저녁 7시. 이래저래 바빴던 날이라  피곤 하기는 했지만  다행히 책방이 집 근처여서 마실가 듯 다. 자리는 조촐했다. 서가로 둘러 쌓인 좁은 공간에 간이의자 여나믄 개가 놓여 있고,  시작 5분 전에 들어가니 입구 쪽에 한 사람이 와 있고 작가님과 인터뷰어로 보이는 여성분이 나란히 앉아 담소하고 있었다. 내 옆엔 핸드폰을 거치대에 놓고 방송 준비하는 직원이 있었다.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앉아 있는 시간이 영 어색하고 뻘쭘 했다. 


가끔 유투브 채널에서 작가들의 라방(라이브방송)을 보긴 하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보게 되니 신기하기도 했다. 이석구 작가의 새로 출간된 그림책 <다음에는>을 홍보 겸 축하하는 자리는 조촐했다. 라방시작되자 사람들이  두명씩 들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빵집 아저씨 브레드 씨가 나오는 그림책  표지사진.

사실 난 이 작가를 잘 모른다. 그런데도 궁금했던 건 순전히 브레드 씨 덕분이다. 브레드 씨는 작가의 첫 그림책 <두근두근> 에 나오는 빵집 아저씨다. 이 아저씨를 첨 알게 된 건 서점에서다. 그림책 코너를 둘러보다 책 제목에 눈이 갔고, 몇 장 들춰보다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깜냥은 깜냥을 알아본다고 책속 부끄럼 많고 낮가리는 브레드 씨가 꼭 나 같단 생각이 들었다. 왠지 브레드 씨를 센터 아이들 에게 소개 하고 싶었다. 매주 월요일마다 가는 센터에서는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활동을 한다. 예상대로  착한 브레드 씨는 센터 아이들도 좋아했다.

 "우리 동네에도 두근두근 빵집이 있었음 좋겠어요. 이런 아저씨가 있음, 내가 좋아하는 악어빵(바케트)을 사러 갈 것 같아요." 왁자지껄 하던 아이들 표정이 떠오르면서 작가님을 보고 있으니 브레드 씨가 다름아닌 작가님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검정 티에 청바지, 소림사 수련승 같은 민머리에 이야기할 적마다 터지는 호탕한 웃음이 인간적이고 참 좋았다. 서글서글한 작가님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쉽긴 하다.

신간 <다음에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틈틈이 그렸다는 드로잉 북과 <다음에는>어떤 과정을 거쳐 출간 되었 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더미북이 아주 인상깊었다. 그것은 아마 나도 서투나마 처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더미북을 만들어 본 첫 경험 덕분이었으리라. 책 이야기, 작업 과정 얘기를 들으며  작가는 작품에 자신의 분신숨겨두 듯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책속 주인공인 브레드 씨와 다른 듯 같은 동철이와 우진이가  재밌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작가님이 즉석에서 해준 사인.


1시간 남짓한 북토크가 끝나고 들고 간 책과 현장에서 구입한 새 책에 사인을 받았다. 작가님은 가져간 책엔 사랑스런 토끼를 순식간에 그려줬다. 토끼 사인을 보면서  혼자 빙그레 웃었다. 센터 아이들이 생각났다. 녀석들에게  작가님이 해준 사인을 자랑하며 두근두근 빵집의 브레드 아저씨를 만나고 왔다면  아이들은 어떤  표정일까. 그리고 아이들에게 동철이와 우진이 얘기도 들려줘야지. 담주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동철이와 우진이의 축구 이야기가 나오는 신간은 밝고 경쾌한 색연필 느낌이 좋다. 하지만 나는 어른이어설까. 브레드 씨가 더 정이 간다. 작가의 책 <두근두근>이나 <다음에는>제목이 주는 어감처럼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작가의 착한 인상이 사려깊은 브레드씨와 자꾸 겹쳐 보이는 건 비단 나만의 느낌일까. ​​

새 책 <다음에는>의 주인공을 그린 원화 그림과 사인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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