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제법 내리는 아침이다. 어제까지는 외투를 입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더니 날씨가 오락가락이다. 여기저기서 벚꽃 축제가 열리기 시작했고 작년보다 늦게 개화해 축제를 연장하겠다는 곳도 생겼다. 어쩜 한 달 넘게 연수가 있는 날이면 비가 올까? 하브루타 독서 지도법의 마지막 수업 날. 찌뿌둥거리는 몸을 이끌고 나갈 채비를 했다. 오전 4시간 교육. 잠자는 뇌세포를 총동원해 질문거리를 쥐어짜는 시간. 이제 이것도 마무리구나.
수업이 끝나자 강연자의 블로그와 오픈 채팅방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지역 단장님이 울산지역 밴드와 오픈 채팅방을 공개했고 기수 단톡방도 열어줬다. 하루 만에 5곳이 생겼다. 이제는 학교 수업을 나가기 위한 실전연습이 시작된다고 했다. 기존 선생님들의 참관수업 5회 기회를 획득하고 2학기 때부터 현장 수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연수를 들으며 ‘4월부터 나가야 하는데 왜 신청을 받지 않을까?’ 했는데 이번 기수는 1학기 수업 제외였나 보다. 2학기엔 사회복지실습이 있는데 애매했다. 내 스케줄이 확실하니 않으니 섣불리 신청도 못하겠다. 더구나 학부모 독서지도 모니터링도 신청한 터라 아직 스케줄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집에 도착해 집안일을 시작하니 가입해 둔 밴드며 단체톡방에서 난리가 났다. 기존회원들의 정보 나눔이며 강연 소식 등 수업 신청을 하라는 공지가 쏟아졌다. 여기저기서 알람이 울리니 버거웠다. 이럴 땐 또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서 가입하고선 또 갑자기 부담감이 훅 몰아치는 건 뭘까?’ 처음에는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의지를 다지며 시켜주면 뭐든지 다 할 것처럼 시작하는 데 주변에서 관심들이 높아지거나 나보다 더 적극적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자동적으로 뒷걸음쳐졌다. 그리고 작은 구멍으로 들어가 들키지 않게 숨어서 관망만 하고 싶었다. ‘변덕일까? 우유부단함일까?’ 가끔 이렇게 소심한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다. 이란성쌍둥이로 자라면서 활발한 동생에 비해 늘 위축되고 말이 없는 아이였다. 세 자매 중 장녀로 자라며 권위적인 부모 아래 예의범절과 다소곳함부터 배웠다. 낯가림이 없고 적극적으로 바뀐 건 사회생활을 하면서다. 내 삶은 내가 헤쳐 나가야 하기에, 얌전히 있으면 온갖 불공평함을 떠안아야 하기에, 삶의 현장에서 많은 시련들을 겪으며 바뀐 거였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방법과 적극적인 행동은 배웠지만 소심한 성향은 아직 남았는지도 모른다.
저녁 식사를 시작하며 남편에게 교육청 연수는 이제 끝났고 각종 모임과 스터디로 조금 바빠질 것 같다고 얘기했다. 남편에게서 돌아오는 말.
“야! 니는 팔자 좋네. 시간 남아도네. 할 일 없나?”
남편의 축하와 응원을 바랐지만 역시나 변하지 않는 사람이다. 남편과 나는 생각 포인트가 전혀 다르니 오늘도 대화는 산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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