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에게 우연한 상황에서 나온 이야기 소재가 있으면 그것을 토대로 삶의 경험이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지식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번에도 상황이 맞았다. 오늘은 22대 총선이 있는 날. 4년에 한 번씩 투표를 위해 쉬는 날이기도 하고 길거리 선거운동을 아이들의 반장 선거나 회장 선거와 연관도 지을 수 있으니 일반적인 국경일이나 기념일과는 달랐다. 평소 아이는 거리에서 확성기 소리가 들릴 때마다 무슨 일이냐 물었고 각 당의 응원 색깔을 보며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다.
아침 식사 시간, 아이가 오늘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나 오늘 친구들하고 사회시간에 필요한 조사활동 해야 해서 만나기로 했어.”
“응. 멀리 가야 하면 엄마가 데려다줄게. 도움 필요하면 얘기해.”
“알았어. 그런데 엄마는 투표 안 해?”
“미리 하고 왔어. 오늘 바쁘면 못 할 수 있으니깐 사전투표 하고 왔어”
“그런데 투표는 왜 하는 거야?”
아이가 궁금한 것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아이의 물음에 하나씩 답해주는데 갑자기 남편이 말을 잘랐다.
“야! 친구 누구랑 가?”
“친구 몇 명이야?”
“여자친구도 있어?”
아이와 엄마의 대화를 순식간에 잘라먹는 남편. 또 자기 얘기가 먼저인 습관이 나왔다. 나는 순간 짜증이 났지만 아이와 대화가 중요하기에 들이대는 남편의 얼굴을 손으로 살짝 가로막았다. 순간 남편이 멈칫했다. 그리고 내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아이의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리는 듯하자 남편은 다시 입을 열었다.
“세이야! 그래서 오늘 어디로 갈 거야?”
“응. 아빠 아직 몰라. 친구들하고 만나서 의논해야 해!”
그리고 조금 전 본인 질문에 대한 아이의 답을 확인한 후 아침 식사를 마무리했다. ‘어쩜 저렇게 성격도 급하고 매번 자기중심적일까?’ 그래도 다행인 건 나의 저지에 남편이 욱하지 않았다는 거다. 분명 저녁 시간 반주를 먹으며 내가 그런 행동을 했다면 또 따졌을 텐데 아침이라 본인도 자신의 기분을 중요시하므로 서로를 건들지 않았다. 이렇게 부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젖어드는 부분이 있는가 보다. 그렇게 나이 들면 닮아가는 부부가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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