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남편이 아침 식사를 하며 오늘도 약속이 있다고 했다. 지난주는 금요일부터 시작해서 일요일 저녁에 들어오더니 요즘은 외박이 평일 한두 번, 주말은 고정이다.
남편이 출근하고 어제 나눈 단톡방을 다시 확인했다. 먼저 지인들이 주말에 모임을 하자는 얘기가 있었고 항상 우리 집에서 모였는데 이번에는 다른 집에서 모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직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야 하니 모임 장소는 집이 편했다.
지인들은 모두 20대 시절 유치원 교사를 하며 만난 동료들이다. 결혼 시기는 달랐으나 아이를 낳은 시기가 비슷해 자주 모였다. 봄, 가을이면 아이들과 소풍을 갔고 덥거나 추우면 수영장이나 키즈카페를 잡아 함께했다. 유치원 교사들이니 서로 아이를 봐주거나 식사를 준비하거나 각자 역할 분담이 되니 육아도 재미있었다. 공동육아 같은 시간을 보낸 후 어린이집에 아이가 입소하고부터 우리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전공이 유아교육이니 자연히 아이와 관련된 일을 찾았다. 만만한 건 학습지 교사였다. 부모 교육을 듣는다는 명목으로 학습지 회사까지 가게 되었고 회원 관리를 하며 영업업무도 해 시간활용이 좋았다. 그러나 회원이 많아질수록 정작 내 아이가 방치되는 것 같아 접었다. 다시 알아본 곳은 어린이집 보육교사 일이다. 그렇게 지인들은 어린이집 보조교사나 유아종합지원센터, 유치원 관리직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서로가 젊은 시절에 만났으니 각자 일하는 스타일과 과거 연애사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남편들까지. 여기에 시월드 소재까지 보태지니 주제가 다양하다. 가끔 현재와 과거를 오가기도 하니 이야기는 자유로웠다. 더구나 유아와 관련된 일들을 아직 하고 있으니 일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나 고민이 있을 때면 서로에게 조언을 얻기도 했다.
요즘의 화두는 고령화 시대의 우리 미래에 대한 걱정과 아이들의 교육지원 문제다. 각자 교육에 대한 기준과 목표는 다르지만, 전업맘처럼 스케줄을 짜 아이의 모든 시간을 케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하는 엄마들이 할 수 있는 만큼은 정보를 모으려고 애쓴다.
“이번에도 언니 집으로 가면 돼? 나 일단 유치원 출근했다가 일 좀 하고 저녁쯤 넘어갈게”
“알겠어, 언니야 오늘 저녁 애들은 뭐 해서 먹일까?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해!”
“언니야! 그럼 오늘은 집에서 놀고 내일은 애들이랑 시내 가자!”
순식간에 내일의 일정까지 계획되었고 저녁쯤 모이기로 했다. 남편은 내게 회식 외엔 외출을 거의 하지 않으니 왕따냐고 하지만 엄마들은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시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남편이 집을 비울 때면 나는 지인들을 모았다. 사람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았고 다양한 이야기는 간접경험도 되지만 때론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우리 집이 그들에게 사랑방 같은 곳이길 원했다. 이러한 의도를 알았는지 언제부턴가 지인들은 집 근처에 오게 되면 잠시 들러 커피 한잔하고 가는 장소도 되었다.
아빠가 나가자 엄마의 주말 스케줄을 파악한 외동아이는 누나와 함께 놀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기분이 좋은지 토요일마다 가는 수영과 레고센터도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즐겁게 나섰다. ‘그래 이런 낙으로 지인들을 초대하는 거지’ 신이 난 아이 모습을 보니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다. 가끔 지인들은 얘기했다. “언니가 아이한테 꼼짝 못 할 줄은 몰랐네!”라고. 비록 몸은 힘들어도 지인들과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남편은 10년이 지나도 음식 맛이 늘지 않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핀잔을 주지만 지인들은 나의 수고를 고마워하고 감사할 줄 알기에 보람도 느낀다.
“엄마! 그럼 나 지난번 친구들이랑 파자마 파티 할 때처럼 늦게 잔다!”
한 해가 지나면서 어른처럼 늦게까지 놀다 자고 싶은 아이. 핑계가 하나 생긴 날이다. ‘오늘은 지인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얼마 전까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나눴으니 여행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젠 집도 공간이 좁아져 매번 조용히 놀라는 말이 미안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마침 펜션에 가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계획을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