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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인혁 Jul 14. 2021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7가지 부분

   

※ 위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평입니다영화를 추가적으로 즐기기 위한 감상일 뿐 절대적인 견해가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또한 약간의 스포가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내가 일하는 오산 미군기지에는, 아직 17시 30분이 되면, 애국가와 미국 국가가 울린다. 자유를 위해 피 흘렸던, 사람들의 희생과 열정을 나타내는 국가는 그들이 지켜온 ‘위대한 조국’이다. “위대한 아메리카”에 대한 미국인들의 자부심과 집착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를 만들어 냈다.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강대국인 미국. 하지만, 1776년 독립선언 이후 이제 고작  25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은 본인의 문화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유럽 문화를 벤치마킹하면서 문화 발전을 이룩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만이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함을 갖고 싶었던 열망이 움튼다. 1920년대, 가장 ‘미국다운’ 작품으로 뽑히는 스캇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발표된다. 오늘날에도 미국의 고등학생들의 필독서인 이 소설은, 미국 문화의 자랑이자, 미국이라는 나라의 고유성을 지닌 유럽의 색을 벗어난 작품이다. 아쉽게도 피츠제럴드의 사후 빛을 받은 작품이지만, 현재 3번의 영화화, 21세기에도 30만 부씩 팔리는 미국의 고전이 되었다. 여러 재생산된 작품들 중에서도, 2013년 개봉된 베즈 루어먼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를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최근에 나온 작품이기도 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열연을 볼 수 있는 이 작품에 대해서 조금은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7가지 포인트를 소개하며, 영화를 추천하고자 한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속 초반 파티 장면

1. 허세와 욕망이 가득한 1920년대의 뉴욕

소설이든 영화든 이해를 돕기 위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1920년대의 미국이다. 대부분 유럽을 무대로 펼쳐졌던 1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은 피해 없이, 승전국의 위치를 얻는다. 피폐해진 유럽의 재건을 위해 많은 양의 재화와 돈이 들어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의 경제를 폭발적으로 상승시킨다. 연일 고가를 갱신하는 주가와 부동산, 발전되어가는 현대 문물들까지. 경제의 상승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소비문화를 변화시킨다. 술과 음악 그리고 다양한 아름다움. 1920년대의 미국은, 화려한 부의 시대를 통칭하는 일명 ‘재즈의 시대’라 불리게 된다. 재즈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위대한 개츠비는, 그 당시의 화려함을 현대에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화면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다양한 파티 장면과 의상들에 많은 제작비를 들였고, 이 결과는 자연스럽게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과 미술상에 수상으로 이어졌으니, 그 화려함에 한번 주목해 보기로 하자.   

1920년대 금주법이 제정된 시기의 사람들의 모습

2. Young & Rich 개츠비의 사업

데이지를 위해 부자가 된 개츠비. 개츠비는 어떻게 32살의 나이로 명예와 부를 다 잡을 수 있었을까? 1919-1933년 미국은 금주법이 시행되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나오는 독백처럼, 역설적이게도 엄청난 술 소비량을 보여주었다. (역시 하지 말라면 더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 넘쳐나는 수요에 맞추어 이 당시는 밀주를 들여오는 불법적인 사업이 유행했다. 영화에서 개츠비는 약국을 여러 개 운영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소독용 알코올을 취급해야 하는 약국에서 술을 파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개츠비는 다양한 약국을 통해 밀주 사업을 진행하였고, 이는 엄연한 불법적인 행위였다. 영화 중간중간에는 미국 전역에서 전화가 오는 장면들이 많은데, 이는 유통뿐만 아니라 생산까지 사업을 진행했음을 알려준다. 추가적으로 영화에서는 따로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마이어 울프심과 더 큰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그 안에는 정계의 인사를 바꾸는 등의 정치적인 음모론까지 존재한다. 추가적인 여담으로 개츠비와 사업을 함께하는 극 중 인물 마이어 울프심은 실존했던 갱스터 아널드 로스 스타인에게서 모델을 따왔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는 실제로 미국의 월드시리즈의 결과를 조작했을 정도로 미국 갱스터계에서는 거물이었다고 한다.  


초록 불빛을 잡으려는 개츠비

3. 반짝이는 초록 불빛의 상징성

영화를 보면, 데이지의 반대편 집에서 반짝이는 초록 불빛을 향해 손을 뻗는 개츠비의 모습이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순수한 열망을 영화 속에서는 가장 주된 해석의 부분으로 주목하게 했는데, 단순히 한 가지 해석으로 만보기에는 함축성이 많은 매개체이다. 다양한  부와 높은 계층을 향한 개츠비의 열망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고, 가질 수 없는 그릇된 욕망으로 볼 수 도 있다. 이런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만을 사이에 두고 개츠비의 집과 데이지의 집이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웨스트 에그와 이스트에그의 특성을 보면 이해가 쉬운데, 이스트에그는 오래전부터 부유함을 지니고 있었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고, 반면 웨스트 에그는 뉴 머니 (New Money)라 불리며, 20년대의 경제적 호황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모여 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다양한 해석으로는 유럽식의 문화를 갈망하는 미국인의 열망이라는 다양한 뜻으로 해석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해석이자, 결론을 관통하는 이 초록 불빛.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이 불빛에 대해  개츠비의 행동에 대해 책과 영화에서는 다음과 같이 닉의 독백으로 묘사한다.    

 ‘신세계의 싱그러운 초록색 가슴을 나는 그곳에 앉아 그 오랜 미지의 세계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개츠비가 데이지의 부두 끝에서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았을 것이다. 그 꿈이 이미 자신의 뒤쪽에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이 밤 아래 두루마리처럼 펼쳐져 있는 도시 너머 광막하고 어두운 어떤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은 것이다. 그리고 어느 맑게 갠 날 아침에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작품을 관통하는 상징물인 이 초록 불빛에 대해서 영화가 주는 해석뿐만 아니라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1920년대 실제 플래퍼들의 모습과 보브컷을 한 조던 베이커 역의 엘리자베스 데비키

4. 조던 베이커로 대표된 변해가는 여성상. 

데이지의 친구이자, 골프 선수인 조던 베이커는 1920년대 격변하는 미국의 여성상을 의미한다. 이 사람이 보여주는 패션은 그 당시 플래퍼(Flapper)의 모습을 보이는데, 하지만 하는 행동은 상류 여성층에 가깝다. 새가 날갯짓한다는 뜻의 Flap에서 유래된 말인 플래퍼는, 1920년대는 오랫동안 계속된 여성 운동 역시 결실을 얻어 여성의 투표권이 인정되는 부분에서부터 도전적이고 자주적인 여성상을 뜻한다. 증권과의 성장으로 사무직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 역시 활발해졌고, 이를 화려한 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여성 계층의 의미 역시 지녔다. 재밌는 점은 이전 세대의 여성들은 장발을 길러야 했지만, 이들은 처음으로 보브컷(그래서 여주인공들이 머리가 다 비슷비슷)을 했으며 발목까지 닿는 드레스 대신에 스커트를 입었으며,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공적인 자리에서 금기시되던 섹스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재즈의 유행에 영향을 미쳤으며, 처음으로 자동차를 몬 여성 세대이기도 하다. 다만 초반의 플래퍼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당시의 플래퍼들은 딱히 직업이 없고 미국 남부에서 유행하던 사교계의 관습을 이어받은 경우가 많았다. 조던 베이커는 작중에서 골프 선수로 나오는데, (당시 골프는 돈이 많아야 할 수 있는 스포츠의 전형) 자주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을 흉내 내는 상류층의 여성의 한계를 보여준다. 추가적인 여담으로 닉 캐러웨이와 썸을 탈것처럼 아니면 그냥 친구처럼 영화에서 비치지만, 조던 베이커는 책 속에서는 실제 캐러웨이와 모종의 연애감정을 키워가는 사이로 나온다, 하지만 둘 사이는 잘 되진 않는다.


5. 작가의 우려와 한탄을 드러내는 T.J 애클버그 안과의의 눈.     

책과 영화에서는 다음과 같이 간판을 묘사한다. ‘T.J에클버그 의사의 두 눈은 푸르고 거대하다. 홍채의 높이가 무려 1미터에 달한다. 얼굴은 없고 눈만 있지만, 보이지 않는 코에 걸려 있는 거대한 노란 안경 너머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분명히 어떤 익살맞은 안과 의사가 퀸스 자치구에서 영업을 좀 해보려고 걸어 놓은 뒤, 그 자신이 영원히 눈이 멀어 버렸거나 아니면 이 광고판을 까맣게 잊고 이사를 가 버린 게 틀림이 없었다. 오랜 세월 동안 페인트도 칠하지 않은 채 햇볕에 그을리고 비를 맞아 좀 바랬지만, 여전히 두 눈은 생각에 잠긴 듯 장엄한 매립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높은 곳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안과의의 눈. 모든 것을 관망하지만 그 어떤 말도 하지 않는 이 매개체는 작가가 고안한 신의 눈이자, 독자들의 눈을 상징한다. 쓰레기 산이라는 화려함의 뒷면 속에 있는 이 간판은, 당시 미국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누군가는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청교도적 가치관 속에 만들어진 미국의 본모습이 황금에 의해 무너져가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는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톰 뷰케넌의 외도, 차이 치여 사람이 죽는 사고 등. 인간성의 추락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방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는 미국의 신념과 기독교에서 말하는 도덕이 물질만능주의의 가치에 의해 유명무실해지는 현실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처럼. 이를 지켜보는 우리들 역시, 개인의 삶 속에서도 덕적 해이를 방조하고 있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영화 후반 부 개츠비의 장례 장면

6. 영화에 나오지 않은 씬(scene)들.

영화판에서는 나오지 않고 삭제된 장면들이 있다. 이는 개츠비의 장례식에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아, 캐러웨이가 마이어 울프심과 통화하는 장면, 개츠비의 실제 아버지가 장례식에 찾아와 개츠비가 어릴 적부터 남달랐다는 것과 그가 쓴 계획표를 보여주며 애도하는 부분이 삭제되었다. 마지막으로 뉴욕 생활에 환멸을 느낀 캐러웨이가 사람들을 보며, 진정한 순수성에 대해 고민하던 중 보석가게에서 톰 뷰케넌을 만난 후 톰이 자기 합리화를 늘어놓는 장면이 있다. 이 과정을 거친 후 캐러웨이는 초록빛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독백을 시작한다. 삭제된  모든 부분들은 원작에 있는 부분들이지만, 개츠비의 순수한 사랑을 강조하고 싶었던 감독은 이 장면들을 삭제하였다고 한다.  

   

영화 속 데이지와 개츠비

7.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베즈 루어먼 감독은 인터뷰에서 원작을 다 살리지 못해 아쉬움을 표현하였고, 영화는 개츠비가 데이지에 대해 보여준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평론 쪽은 혹평을 일삼았지만.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그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위대한의 의미를 단순한 순수한 사랑으로 해석하기에는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지닌 개츠비를 바라보기에는 조금은 아쉬울 수 있다. 원작에서는 ‘위대한’의 의미에 대해서 정의하거나 한 가지의 해석으로 닫아두지 않았다. 원작이 가진 깊이를 재현하기에는 영화는 한계가 있을 수 있기에,  우리는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여진 개츠비를 다양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화려하고 멋지게 이뤄낸 모든 것을 한 여자만을 위해 즉, 순수한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개츠비의 위대함. 다른 어떤 사람들은 반의 적인 표현이라 말하며, 순수한 꿈을 구웠던 사내의 무너지는 현상을 본 허무함과 덧없음의 조소 섞인 표현의 위대함 역시 의미를 살렸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는, 자신이 가진 꿈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열정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가난을 극복하는 것, 사랑하는 여자를 데려오기 위해 화려한 파티를 여는 등 목표를 위해 실천하고 계획하는 그가 대단해 보인다. 이처럼 본인만의 해석으로 개츠비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바로 ‘위대한 개츠비’를 만날 수 있으니, 다양한 해석을 해 보기를 추천한다.    


 

위대함을 부르짖는 미국인들에게, 진정한 위대함이란 무엇일까? 언젠가 함께 관제를 하는 미군에게 왜 군대에 자원했고, 한국이라는 땅까지 오게 되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be a great person’이라는 그의 대답에, 나는 감동을 했다. 미군에게는 한국이 휴전국으로 이라크처럼 위험지역 1순위라고 하며, 이 시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그 마음이 조금은 귀감이 되었었던 기억이 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물질 혹은 현실에 부딪혀 잊고 지내던 순수한 열망, 그리고 사랑이라는 다소 진부하고 유치하지만 특별한 가치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이러한 가치가 저 건너편에 빛나고 있음을. 어쩌면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려는 것이 작은 것에서 실천하는 가장 위대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나게 하였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위대함은 무엇일까? 위대한 사람이 될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였다. 


가장 유명한 개츠비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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