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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Jan 03. 2024

3000원의 행복

우리 집에서 가장 사랑받는 반찬이 하나 있다.
바로 '다시마채 무침'이다.


나야 바다에서 자랐고 워낙 좋아하던 반찬이라 시집와서도 이것만큼은 자신 있게 만들어왔다.

만들어 봤더니 신랑이 좋아했고, 도련님이 좋아했다.

가족이 모두 좋아하다 보니 도련님이 집에 오신다고 하는 날이나 제사가 있을 때는 필히 만들었던 반찬이기도 하다.

내가 더욱 애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격이 착한 데다가 요리방법이 아주 쉽다.

10분이면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다. 눈감고도 만들 자신이 있다.


다시마를 데친다는 분들도 계신데 나는 물에 담가 짠 기만 제거하고 씻어서 그대로 무친다.

씻어 건져 내고 물기를 뺀 다시마채를 먹기 좋게 가위로 대충 자른다.

거기에 양파와 붉은 고추를 넣고 고춧가루, 다진 마늘, 통깨를 넣고 멸치액젓으로 간을 맞춘다. 양파와 고추가 들어가니 맛깔스러움이 더해져 완벽한 반찬이 된다.

요리는 이게 끝이다.

간편하고 준비할 재료도 적으니 주부가 좋아할 만한 반찬이다.






1주 전, 제사장을 보러 갔다가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특히 제사 때는 기름진 음식이 많으니 매콤하고 입이 개운할만한 반찬은 꼭 필요하다.

그날도 어김없이 3000원을 주고 다시마채 한 봉지를 샀다.

해가 갈수록 같은 돈에 비해 양은 줄지만 콩나물보다 많은 양이기에 용서가 된다.


같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맛있는 날이 있고, 맛없는 날이 있다.

그날은 짭조름하며 바다내음이 물씬 느껴질 만큼 맛나게 무쳐졌다.

반찬하나 만든 게 전부인데 자존감은 하늘을 찌른다.

3000원의 행복이라고나 할까?


다시마채반찬은 우리 집 밥상에서 오래오래 함께 할 것 같다. 3000원의 행복을 오래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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