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주말부부였던 우리 부부. 떨어져 있던 만큼 각별하고 애틋해도 표현할 방법이 그다지 없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밥상에는 유독 정성과 시간을 투자했다.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여겼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현장일이 천직인 것 같다고 해도 새벽일을 나가는 신랑이 안쓰럽기도 하고, 든든하게 먹고 나가야 덜 추울 것 같다는 마음에 신랑밥상에는 유독 신경을 더 쓰는 것 같다.
또 하나, 신랑은 밥때가 지나면 예민해진다. 기왕이면 예민해지지 않게 해 주려고 밥상을 제때 차려주려 한다. 5시 반, 아침밥상이 완성된다. 식사하고 먹으라고 숭늉까지 준비하면 아침밥상준비는 끝이 난다. 돌솥밥은 못해줘도 반찬이 많으면 세상 뿌듯해지고, 반찬이 비워져 빈 그릇을 마주하면 뭔 가모르게 기쁘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행복 인가 싶기도 하다. 이 과정만 끝내도 뭔가 큰일을 해낸 듯 뿌듯해진다.
신랑이 아침을 먹는 동안 나는 신랑차에 시동을 걸어놓고, 입고 나갈 옷을 준비한다. 준비가 끝이 나면 밥 먹고 있는 신랑 곁을 지킨다.
신랑이 출근하면 아이들이 2차전으로 식사를 시작한다. 아이들은 아빠밥상에서 몇 가지가 추려지지만 여하튼 잘 먹는다.
잘 먹어주는 가족 덕분에 반찬실력도 일취월장해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가족도 나를 성장시켜주는구나 싶어 고맙고 감사해진다. 감사하게 되는 아침밥상이다. 주는 만큼 받게 되는 선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