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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Dec 13. 2023

새벽 5시, 도시락을 쌌다

코로나 시국에도 싸지 않던 도시락을 싸게 되다니 무슨 일가 싶다.





현장에서 일하는 신랑이 도시락을 부탁했다.
점심때 밥을 대 먹던 식당이 있었는데 밥맛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중식당으로 옮겼다고 했다. 중식당을 이용한 지 한 달쯤 지났는데 매일 중식당을 이용하니 속이 더부룩해서 안 되겠다며 힘들더라도 도시락을 싸달라며 부탁을 했다.
직접 보온도시락까지 주문한 것을 보니 정말 간절한 듯 보였다.
기꺼이 사주겠노라 이야기했다.

학창 시절 이후, 보온도시락을 싼 건 아이들과 등산 갈 때 한두 번 싼 게 전부였는데 다시 도시락을 준비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좋은 것만 주고 싶은데 김치랑 반찬하나면 된단다.
첫날이니 신랑이 좋아하는 빨간 소시지에 계란옷을 입혀 준비했다.
부족할까 봐 숭늉 한 그릇 끓여 보온병에 담아 보냈다.

밖에서 일하는 신랑이 이것만 먹고 추위와 싸우며 일을 해야 되는데 혹여 부족하진 않을까, 준비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쓰였다.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신랑점심이 궁금했다. 얼마뒤 카톡이 왔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일은 무슨 반찬을 해줄까?' 걱정하던 마음도 잠시, 이내  행복한 상상에 젖어들었.







퇴근 후 신랑이  가져온 도시락을 열었더니 깨끗했다.
7명이 함께 일하는데 모두 자기를 부러워하며 도시락을 부탁했던 분들도 있다고 했다. 안된다고 했다지만 괜스레 뿌듯해 어깨 뽕이 차 오르기도 했다.





퇴근을 하며 두 손 무겁게 장을 봐왔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욱 맛난 점심을 준비해 안겨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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