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양견 사랑이, 가족이 되다 -2
'이렇게 이쁘게 생긴 아이도 버려지는구나'
예쁨도 잠시, 똥그란 눈, 축 쳐진 귀, 한껏 내려앉은 어깨, 영락없이 버려진 아이의 모습이었다.
보호실 4곳에는 사랑이와 닥스훈트, 웰시코기, 웰시믹스견까지 총 4마리가 있었다. 사랑이를 제외한 3마리는 방방 뛰며 사람을 반기는 듯했으나 사랑이 만큼은 시든 잡초처럼 풀이 잔뜩 죽어있었다.
가족이 되려고 그랬을까?
8살, 몰티즈, 수컷, 중성화무, 케어불가라는 명찰을 보고서도 왠지 모르게 눈이 자꾸 갔다.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또 보고나 가겠지, 나를 건드리지 마'라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몰티즈 여아였던 하늘이에 비해 몸이 2배 이상 컸고 수컷이라는 말에 일단은 돌아섰다. 옆방에 있는 고양이 보호실에도 갔다가 아기강아지가 있는 곳을 기웃대기도 했다. 최하 60만 원에서 최고 240만 원까지 있었다. 강아지 몸값에 깜짝 놀라기를 수도 없이 했다. 무엇으로 가격을 측정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박'을 연신 외치며 매장을 돌고 돌았다. 무슨 마음에선지 또다시 발걸음은 사랑이에게로 향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꾸만 눈에 밟히는 아이였다. 직원에게 물으니 보호자의 건강 때문에 맡겨졌고, 맡겨진 지 두 달째인데 아직까지 간식을 보내오신다고 했다. 보통 강아지들이 보호소에 들어오면 한 달 안에 나가지만 사랑이는 좀 길게 있던 편이라고 했다. 그 말은 또 한 번 나를 흔들었다. 거기에 덧붙여 소심하지만 애교도 정말 많고 사랑을 많이 받은 듯하다고 했다. 다행히 집안에 마킹은 하지 않지만 대신 입이 정말 짧다고 했다. 전 주인이 준 간식을 받아 들고 하나씩 건네며 친해져 보려 애썼는데 간식은 잘 먹으면서도 곁은 내어주지 않았다. 밀당의 귀재였다.
또다시 다른 아이들을 기웃거리다가도 마지막은 늘 사랑이 곁이었다.
"우리 한번 키워볼까? 나를 데려가주세요~하는 눈빛이야. 어때? 아들은 어때?"
신랑이 먼저 의견을 제시했다.
"나는 마킹이 제일 걱정인데, 저분 말이 맞을까?"
8살에 중성화가 안된 것도 걱정이었지만 마킹이 가장 걱정이었다. 내 동생이 수컷강아지를 키웠던 적이 있었고 사정을 들었던 터라 남아는 꺼러 졌다.
'내가 잘 돌볼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잠시,
"나이 많은데 누가 데리고 가겠나? 우리 집에서 눈 감을 때까지 잘 살다가 가구로 데리고 가자."
남편도 아들도 사랑이가 눈에 밟힌다며 데리고 가 자고 아우성이었다. 마킹 없다는 직원의 말을 믿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사랑이를 데려가겠다고 했더니 입양절차가 은근 시간이 걸렸다. 입양서류도 작성해야 되고 설명도 재차 들어야 했다. 많은 문항이 있었지만 그중에 기억나는 건 재파양시 500만 원 과태료가 있고, 분실 시 200만 원, 5달 동안 10회 정도 사진을 요구하면 전송해야 하고, 데리고 갔는데 병이 있는 건 책임져줄 수 없다는 사항이었다. 길고 긴 서류와의 전쟁을 끝내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곁을 내어주지 않는 아이를 어떻게 데리고 가느냐의 문제였다. 중고 케이지를 사느냐 마느냐를 고민하고 있으니 직원이 이불로 감싸 안아 우리에게 안겨줬다. 처음엔 으르렁대긴 했지만 안기고 나니 얌전했다. 이대로라면 집에 갈 수 있겠다며 용기를 내어보았다. 차로 오는데 소심한 건지, 얌전 한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경직되어 있었다. 얼마 안 가 사랑이는 창문을 잡고 섰다. 자세를 보니 아마도 드라이브를 자주 다녔던 아이 같았다.
집에 오자마자 방에 내려놓으니 그때부터 탐색에 돌입해 킁킁대기 시작했다. 얌전 빼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온 방을 누볐다. 소변패드를 깔고 아이가 물을 먹을 수 있도록 채비했다. 다행히 앉아서 쉬를 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뒤에 일어날 일은 모른 채 말이다.
하늘이가 쓰던 물품은 모조리 나눔 하고 정리했던 터라 집에 남은 강아지물건이 없었다. 감싸온 이불이라도 깔아주자 싶어 이불을 들었는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게 다 털이야? 이거 뭐지? 사랑이 건가? 아니겠지? 설마... 몰티즈라며?'
털이 안 빠지기로 유명한 몰티즈가 털이 이리 빠진다고? 말도 안 된다며 신랑을 붙잡고 하소연했다.
신랑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미 왔는 거 어쩌겠노, 일단 청소해 가며 키워보자."
신랑의 말에 나는 시름이 점점 깊어졌다. 나는 다 양보했다고 생각했다. 남아에 8살, 중성화도 안되어있고 편식까지, 다 받아들였는데 털이라니. 받아 들 일수가 없었다.
"봄 되면 밖에서 키우자"
"일단 키워보고."
신랑은 단호했다. 내 말은 안중에 없는 듯했다.
검은색 옷마다 붙어있는 사랑이의 꼬리털은 내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돌돌이를 들고 사랑이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다행히 녀석은 천진난만했다. 온 집안을 돌아다녔고 마킹을 하는지 안 하는지 예의주시했지만 고맙게도 패드에 앉아서 해결해 줘 고마웠다. 가끔 조준이 안 돼서 튀긴 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소변 튀는 건 애교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변을 능가하는 문제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