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모의 내면이 아이의 세상이 된다.'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다. 평소 정신분석학적 해석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라, 몰입도가 꽤 높았고, 그중에서도 아이와 충돌 상황을 다룬 설명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 조절에는 '높은 처리 모드'와 '낮은 처리 모드'가 있다. 높은 처리 모드는 전전두피질을 활용해 자신의 감정을 성찰하고 조율하며, 자신과 타인의 내면을 이해하는 능력(마인드사이트)를 유지하는 상태이다. 반면, 낮은 처리 모드는 충동적 반응이 지배하는 상태로, 자기 성찰과 조율 능력이 차단되어 분노나 불안 같은 감정에 휩싸이기 쉽다.”
나는 이 낮은 처리 모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뤄야 할 지 항상 고민이었고, 책에서는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트리거: 내적(예: 과거 상처) 또는 외적(아이의 행동 등) 사건이 낮은 처리 모드를 촉발하는 단계
전환: 원래 높은 처리 모드에서 낮은 처리 모드로 넘어가는 순간
몰입: 낮은 처리 모드 상태에 머무르며 자기 성찰과 조율 기능이 차단되어 감정적으로 치우치는 단계
회복: 다시 높은 처리 모드가 활성화되어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상태로 복귀하지만, 언제든 다시 낮은 처리 모드로 빠질 위험이 존재
이 상황에서 부모가 자신의 강한 분노와 공격성을 자각했을 때 가장 좋은 대응은 즉시 자녀와의 상호작용을 멈추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은 악화되고, 부모는 통제력을 잃으며 아이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해결되지 않는 상황은 아이를 결국 낮은 길에 '갇히게' 한다고. 그 '갇힌다'는 표현이 어찌나 적확한지.
또한 모호한 한계 설정은 더욱 균열을 만든다고 한다. 이때 단호함, 규칙 설정, 경계 짓기 같은 양육 태도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이때 부모가 아무리 지지적인 반응을 보여도 아이의 화가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어, 아이를 혼내거나 억지로 받아들이기보다, 잠시 내버려 두어 아이가 자신의 불편함을 견디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고 책은 말한다. 파괴적 반응이 일어났을 때는 반드시 복구가 필요하다고.
책에서 설명해준 이러한 감정 조절 방식은 최근에 받았던 정신분석에서 '정신화' 개념과 연결이 되었고,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실전에서 적용도 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 '낮은 길'의 정서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정신 분석을 받고, 아이에 대한 마음이 계속 머무는 동안 내 마음의 결계가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한동안 내가 향유해왔던 아름다움에 대해, 아이를 낳고 나서는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시절이 길었는데, 요즘은 그 아름다움을 아이와 조금씩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간단히 예를 들면 내가 좋아했던 음악이나 글, 미디어를 아이와 함께하고, 이야기 나누는 그런 것들이다. 아이는 나와의 이런 경험이 크게 와닿는지 오래 기억해주는 것 같다. 이런 시간을 함께, 많이, 자주 보낼수록, 아이가 낮은 길에 이르는 경험을 적게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내 내면을 아름다움으로 채울수록, 아이의 세상에도 아름다움이 스미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