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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젠가는작가 Jun 08. 2024

식판닦는 경영학도


지방대학 경영학과는 나온 여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인서울 대학도 아니고 지방대.

전문직을 할 수 있는 전공도 아니고 경영학과.

지방대나 경영학과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왜 재수까지해서 나는 하필 경영학을 지원하고 졸업한것일까 후회를 하곤 한다.




2006년 사회초년생으로 출발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섰던 기억이 난다.


'광고홍보학과에 입학을 해서,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경영학과를 복수지원했고 장학금 받아가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였습니다.'

이게 내 자기소개서에 꼭 들어가던 멘트였다. 그리고 면접에서 이 멘트는 소위 먹혔다.



2018년 두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일하기 위해 다시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했다.

12년 전의 단골멘트는 넣지 않았다.

광고홍보전공도, 마케팅도 복수전공도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모두 부질없는 학교급식실 조시실무사를 위한 자기소개서 이니 말이다.



첫 아이를 출산하기 전까지 큰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관리부서에서 근무를 했었다.

당연히 아이를 낳으면 내가 키워야겠다고 생각을 했던터라 고민도 없이 사표를 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육아휴직 제도가 활성화 되지도 않았기에 육아휴직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연년생으로 둘째를 낳고 둘째가 돌이 지나고 나서 일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외벌이 수입이 넉넉치 않았던 이유도 있었지만 이젠 나도 다시 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욕심이 더 컸었다.



다시 일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구직사이트를 보면서 현타가 왔다. 

전에는 신경쓰지 않았던 출근시간, 퇴근시간이 걸림돌이 될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었는데, 9시 출근 6시 퇴근은 어린 아이들을 돌보면서 다니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린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찾았다.

내 전공, 내 경력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에게 중요한 건 늦은 출근 시간, 이른 퇴근 시간이었다. 비정규 계약직, 개인 회사(가족 회사)를 거치며 각종 서러움을 경험하면서 나도 제대로 된 집단에 속해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못할 망정 소속감을 가지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내 나이 38살 가을, 식판 닦는 경영학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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