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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영 Jul 22. 2021

다른 이의 삶의 목표가 된다는 건

내가 삶의 목표가 될 줄은 몰랐는데


만약 자신이 다른 누군가의 삶의 목표가 된다면 어떨까?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나 자신이 뿌듯할 것 같다. 자신이 다른 이의 목표가 된다는 건, 그 이가 나의 삶을 어느 정도 인정해줬다는 거니까. 하지만 나는 아인슈타인처럼 위대한 사람도 아니거니와 유재석처럼 유명한 연예인 아니기에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했다. 누군가가 날 삶의 목표로 삶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수두룩하고, 전혀 특별하지 않은 나를 목표로 해도 얻을 것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내 인생은 전혀 특별하지 않았다. 남들이 가는 고등학교에 나도 휩쓸려 따라가고, 딱히 공부도 열심히 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다만 책 읽는 건 조금 좋아했었다. 그러다 책에서 유학이란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유학. 가슴으로 되뇌자 왠지 모를 두근거림이 있었다. 유학을 가게 되면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른 사람과 문화를 마음껏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책에서 유학에 대해 알게 된 뒤로 처음으로 꿈을 갖게 되었다. 내 삶에 이토록 이루고자 하는 꿈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꿈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처음 생긴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나에게 재앙이 다가왔다. 코로나였다. 당분간 외국에 나갈 수 있는 길이 막혀 버렸다. 유학을 못 가게 된 것이다. 적어도 2, 3년 간은 유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공부했던 게 모두 허사가 되었다. 꿈을 포기한다는 건 힘들었지만 그렇게 내 인생에 있어 유일한 꿈을 접게 되었다.


그러고 조금 시간이 흘러 군대에 들어오게 되었다. 진짜사나이처럼 티비에서만 보던 훈련을 직접 겪게 되었다. 처음 겪는 훈련이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상당히 지친 것이었다. 어떨 땐 지쳐 침대 위에 눕자 바로 잠들어버리기도 하고, 또 어떨 땐 멍하니 하늘을 보며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 엄마한테서 손편지가 도착했다. 뜻한 손길로 쓰인 편지였다.  편지를 읽자 글 속에 묻힌 따뜻한 사랑이 튀어나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몸과 마음 한결 가벼워졌다. 그렇게 한참을 읽다 편지의 마지막에 달했다.


'나도 잘 몰랐는데, 동생의 롤모델이 너라고 하더라'.

마지막 문장을 읽었을 때, 눈물이 나왔다. 혹시라도 울렁이는 눈망울을 맞은편 침대에 앉은 동기가 훔쳐볼까 애써 참아냈다.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나는 왜 눈물이 나온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하는 것에 다른 이가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걸 몰랐다.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동생에게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계속 비치고 있었다. 나에게 코로나라는 재앙이 다가왔을 때, 난 결국 실패했다며 낙담하고 말았지만, 동생에겐 내가 성공했냐 안했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동생은 꿈을 이루고자 고군분투했던 나의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태껏 누군가가 나의 노력을 지켜보 인정해주고 존경하기도 한다는 걸 처음 았다.


편지를 읽고 다시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더욱 바르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가 날 보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내가 열심히 산다면 날 보고 있을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나의 존재가 이 사회에, 이 세상에 조금이나마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마치 어느 나비의 날갯짓처럼, 나의 작은 행동이 커다란 태풍을 몰게 할 수도 있단 걸 명심하려 한다. 만약 내가 목적의식을 잃은 채, 길 위를 방황하고 있다면 그때 다시 편지꺼내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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