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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임경 Oct 28. 2023

정착지

* 본 작품은 파이널판타지14(Final Fantasy 14)의 설정을 기반으로 한 2차 창작입니다. 


G, 29세, 빛의 전사


그리다니아에 들어온 지 15년. 그간 들어오기까지 수많은 일이 있었기에, 오늘처럼 그리다니아에 입성했던 날을 자축하는 시간은 필요하다. 이슈가르드는 할로네라는 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나라로, 사람들의 종교도 모두 신을 향해 있다. 하지만 그리다니아는 조금 다르다. 그리다니아의 종교는 신과 관련이 있지만, 수호신인 노피카를 향했다기보다는 대정령을 향한 감사와 폐끼치는 마음, 그리고 조심스러움이다. 


나의 수호신은 노피카로, 그 덕에 그리다니아에 들어올 수 있었다. 들어오는 동안에 몇 가지 절차를 걸쳤던 게 기억난다. 대체로 나는 가만히 있고, 정령들이 가만히 있는 나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내가 오염되었는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당시에는 그런 것인줄 몰라 그저 가만히 서서는 벌거벗은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내 낱낱을 다 보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슈가르드의 사제들이 했던 것을, 당시에는 정령들이 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검은장막 숲에 있다가 그리다니아에 들어왔다. 




그리다니아에 들어오고 나서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집을 구하는 일이었다. 집 없이 검은장막 숲의 오두막에서 삼 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다보니 불편한 것이 많았다. 불안하고, 불편하고, 뭐 하나 잘 되는 것도 없는 것 같았다. 불안함이 주는 영향력은 대단했다. 이슈가르드에서는 계층이 상층과 하층으로 분리가 되어있고, 하층에서 또 다시 계단을 내려가야하는 곳에 내 거처가 있었음에도 그렇게 불안하지는 않았다. 그저 해가 지면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런데 집이 없다는 건 다른 문제였다. 나는 집을 큰 가방에 싸서 다니는 게 일상이었다. 그리다니아로 오기까지 나는 탕진할 돈도 없었다. 손재주가 좋고, 힘이 좋아 목공 일을 조금씩 하다보니 그렇게 재산이 모였다. 집이 없으니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고 돈은 그렇게 쌓여갔다. 다행히 사람들은 내 재산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럴만도 한게, 가난한 여자 아이를 누가 훔쳐갈 것이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싶었다.


오두막의 계단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내 나이가 열일곱 살이었던 것 같다. 우연히 그리다니아의 축제에 대해 들었고, 그때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렇게 입성했다.


내가 처음 구한 집은 소형의 한 층이었다. 세를 내어주는 사람이었는데, 지하를 사용하라고 해서 지하를 썼다. 해가 하나도 들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깥을 산책하는 건 일상이 되었다. 기분이 좋아서이기보다는 살기 위해서였다. 햇빛을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고나면 목수 길드에 가서 일을 조금 받아서 일하고, 그렇게 또 돈을 모았다.


축제때가 되면 사람들은 그리다니아로 많이 모였다. 그러면 환술사 길드는 상시 긴장상태였다. 오염이라는 게 무엇인지 잘은 몰라도, 이들의 집을 해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수호천절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오는 날이면 될 수 있는 선에서 이들을 도왔다. 치안에 힘을 쓰고, 필요한 가구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소질이 생겼고, 목수 길드에서 꾸준히 일을 하게 되었다. 내가 한 것은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그리다니아 근처에 정착할 수 있도록 간이 주택을 지어주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평범하게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말하게 될 이슈가르드에서의, 그 일이 없었다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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