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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임경 Oct 24. 2023

하나의

파이널 판타지(Final Fantasy 14) 팬창작


* 본 작품은 파이널판티지14(Final Fantasy 14)의 설정을 기반으로 한 2차 창작입니다.     


세상을 굴리는 신은 총 열네 명. 그중에서 둘은 각각 선(善)과 악(惡)을 담당하고 있다. 선악(善惡)의 신은 사람들의 소원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의 소원이라고 한다면 대개 사적인 것이다. 공적인 소원을 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고, 그들은 대개 각 국가에서 ‘수장’이라는 칭호를 달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이 아닌 와중에도 공적인 소원을 비는 사람도 있다. 대개는 “세상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세요.”라거나 “내일은 모두가 편안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이 소원을 빌었던 대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악’을 주관하는 신은 너무나도 바빠서 그들과 같은 미미한 존재들에게는 도저히 손을 뻗쳐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고나면, 그들은 선악이라는 보편적인 것에서 벗어나 보다 지엽적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남은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들은 바로 열두 신이 된다. 열두신은 비레고, 랄거, 아제마, 날달, 노피카, 알디크, 할로네, 메느피나, 살리아크, 니메이아, 리믈렌, 오쉬온이다. 이들은 각각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주거지나 신념, 혹은 탄생일을 기준으로 해서 신을 모신다. 그리고 그것이 맞지 않는 이들이 하나둘 존재한다.


대개 열두 신이라고 함은 사람들에게 축복을 주기 위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을 수호신으로 모시지 않는다고 해서 믿고 있는 이들을 해코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르다.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것은 지역이나 국가와 같은 것일 테지만, 실은 종교이다. 그리고 그 종교는 대개 ‘신’을 대상으로 만들어진다. 바로 에오르제아가 그런 곳이다.


풍요의 땅 에오르제아. 하이델린의 가호를 받아 지내고 있다는 이곳에서도 신을 믿는 이들의 농간은 언제나 있을 뿐이다. 하이델린은 그 어느 지역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군가는 살 수 있고, 누군가는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 또, 누군가는 평온하게 살고 누군가는 힘들게 사는 곳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쟁의 신 ‘할로네’가 있었다.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할로네와 노피카에 대한 관계성을 먼저 말해야 한다. 할로네는 노피카의 아이들을 죽인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할로네와 노피카는 서로 앙숙이라면 앙숙, 숙적이라면 숙적이 되었다. 할로네가 노피카의 아이들을 죽인 것은 신의 이름으로 처단한 것은 전혀 아니다. 그저 노피카의 아이들이 할로네의 일종의 움직임에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노피카는 어쩌면 더 화가 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두 번째, 이번에는 할로네의 뜻이 아니라 할로네의 이름으로 일이 벌어지려고 한다. 


신은 주사위를 굴릴 생각이 전혀 없으나, 사람들은 이미 신의 주사위를 수십 개 들고 있기 때문이다.      




열한 살. G는 특별한 이름 없이 이슈가르드에서 목공과 석공일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다. 위로는 오빠가 한 명 있다. 목공과 석공 일의 대부분은 오빠가 했고, G는 어깨 너머로 배우며 세공만 조금 할 줄 알았다. 어린 G가 할 수 있는 것은 대개 교회 중건으로 바쁜 가족들에게 도시락을 가져다 주는 일이었다. 


G는 그날도 도시락을 싸서 양손 가득 들고 가고 있었다. 귀족이 아닌 평민으로 태어난 탓에 교회로 올라가는 계단은 처음 밟아봤다. ‘신(神)’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는 아이에게 계단을 밟으면서 지켜야하는 예절이라든가 규칙 같은 건 세상에 없는 것이었다. 그녀의 부모조차도 교회로 올라올 때는 어떻게 해야한다는 것을 단 한번도 말해준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교회에 신이 나 올라가고 있었다. 교회에 오르고 나면 사람들이 용돈을 준다. 그러고나면 하층의 거리로 내려가 아이들과 딱지를 치거나, 아니면 돈을 사탕으로 바꿔 먹는다거나 했다. 어쨌든 간단한 유희거리는 생겼다. 소문에는 총을 만질 수 있는 이를 구하고 있다고 했는데, G는 그때까지는 골목대장격이었다. 골목대장이라기보다는, 골목대장에 준하는 만큼 몰려다니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무슨 일만 있으면 옆에 있는 아이 한 명이라도 붙잡아 놀곤 했다.


신이 나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사제와 부딪혔다. 사제는 붉은 천으로 부분 장식이 된 흰 장옷을 입고 있었다. G는 그것이 사제복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황급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도시락 배달을 왔습니다. 죄송해요.”


약간의 휴지나 말줄임의 정도를 표현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G는 황급한 나머지 해야 할 말을 속사포처럼 내뱉었다. 사제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고개를 숙인 G의 얼굴을 살폈다. 서로 색이 다른 눈.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못 볼 것도 아니다. 소문에 의한 교황의 숨겨진 아들 – 교황의 사생아, 그러나 현재는 자작가에 속해 있는 이 – 과 비교해보면 한쪽 눈은 선명한 푸른 계열이었다. 하지만 반대쪽 붉은 눈이 거슬렸다. 거기에 사제복에 묻은 약간의 식사도 기분이 나빴던 차였다.


“이런 재수없는 새끼.”

“……네?”

“할로네 신께서 너에게 은총을 주셨다면 네 눈이 그렇게 짝짝이일리 없지 않겠냐.”


사제는 정중하고 성스러운 말투보다는 기분으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제를 만나본 적 없는 G가 그런 것을 알리 없었다.


“너는 보아하니 할로네님의 아이가 아니구나.”


― 어디 가서 누가 너보고 할로네 님의 아이가 아니라고 그러면, 이슈가르드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그래.


대체로 어머니의 조언은 선견지명의 수준에 가까웠지만, 이번만큼 절실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G는 황급하게 “저는 이슈가르드 출생으로, 이곳에서 토박이로 11년 째 지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는 누가 보아도 노피카의 은총을 받았잖아. 신의 은총을 제대로 받기는 했는데, 쯧. 하필 할로네님이 아니라니.”


사제는 교황의 아들에게 이 아이를 데려가면 어떨까 생각했다. 신을 절실하게 믿고 있지만 신의 은총을 특별하게 받지는 않아 교황이 늘 아쉬워하고 있는 사생아였다. 사생아 A에게 데려간다면 어느정도 승산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적어도 다음 정교회에서 눈에 들 수는 있었을 것이다.


“따라와볼래?”

“밥 옮겨야하는데요, 식사 때라…….”


사제는 다른 이를 불러 G의 짐을 옮기게 했다. G는 그렇게 영문도 모른채 사제를 따라 나섰다.     


사제는 하염없이 올라갔다. G는 엄마와 아빠가 있는 곳을 지나 더더 올라갔다. 그러면서도 한참 고민했다. 얼마나 더 올라갈까? 소문에 의하면 교황청이라는 곳이 있다고 했다. 그곳은 어떤 곳일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었다. 하얀 옷을 입고 장엄하게 서 있는 이가 G를 보더니, “노피카의 아이가 맞구나.”라고 한 마디 했다. 


G는 노피카의 아이가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어쨌든 할로네와 비슷한 느낌인 것으로 보아 신인 듯 했다. G는 “노피카카 누군가요?”라고 물었다. “신이지요?”라고 더했다. 흰 옷을 입고 장엄하게 서 있던 이는 “너는 휴런이구나. 그것도 여자 아이. 나를 볼 일이 전혀 없었겠어.”라고 말했다. G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려 가봐. 만나게 될지 어떻게 알겠어. 그 녀석은 신의 은총이라고는 하나도 받지 못한 평범한 수장이 될 터이다.”


G는 이름 모를 교황에게 고개를 꾸벅 인사하고 나왔다. 토르당 7세였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점성원이었다. 점성원 옆에는 보렐 자작가 저택이 있었다. G는 사제를 따라 A의 집으로 들어갔다. 또래의 남자 아이를 보면 악수에 응하라고 했는데, 또래의 남자아이는 보이지 않고 부모만 보였다. 그들은 좋은 사람이었다. 처음 보는 중원 휴런 여자아이에게 새 옷을 내주었다. 그런 뒤 식사를 마치고, A를 불렀다. A는 그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머리에 푸른 눈. 청색 머리에 색이 다른 눈을 가진 G 자신과는 확연히 다른, 어쩌면 이 아이가 그 신의 은총을 제대로 받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A는 가볍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통성명 같은 것은 없었다. G는 악수를 받았다. 두 손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은 엄마가 알려주지 않았으므로 한 손으로 잡았다. A는 그런 G의 당돌한 태도에 손을 뒤로 뺄까 했지만, 마지막까지 손을 잡고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당부는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가만히 얼굴을 보니, 이슈가르드의 보편적 사람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조금 더 둥글고, 다른 따뜻한 곳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A와의 인사를 마친 G는 사제의 안내를 받으며 집으로 갔다. 점성원에서 하층의 주거지까지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사제는 반드시 해야할 말이 있다고 했다. 부모에게 가더니, 가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이 아이는 민들레 홀씨라 이슈가르드에 있으면 분명 성하에게 해가 될 것이네. 돌아오지 못하게 멀리 내던지든, 죽이든, 알아서 하게. 아니면 보렐 자작가에 팔아버려도 괜찮아.”


이 이야기를 들은 G의 오빠는 밥상에서 부모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다.


단 하나뿐인 신의 주사위는 굴러갔고, G는 A가 아닌 이슈가르드 밖에 있는, 또 다른 도시의 숲인 검은 장막 숲에 버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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