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임경 Nov 27. 2023

선택과 집중

강제 휴식이라고 쓴 지난 글이 무색해질만큼 갑자기 불호령이 떨어졌다. 원래 잡아뒀던 주제는 안 된다고 해서 주제를 엎어야 하는 일이 생겼고, 창작 과제도 엄청난 양이 주어졌다. 일단 급한 것이 창작 과제라서 나는 살면서 몇 번 해보지도 않은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됐다. 원래대로라면 다 해내자! 가 나의 삶의 지침이었는데, 그런 것은 잠시 버려두기로 했다. 이제는 내가 살아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아서였다.


원래 나는 선택과 집중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소홀히 하거나 대충 하거나, 극단적으로는 포기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일정이 겹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됐다. 난생 처음 하는 선택과 집중이라서 아직까지 얼떨떨하기는 하다.


그런데 나만 선택과 집중을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다른 선생님들의 과제도 역시 안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상황을 교수님도 예견하지 않으셨을까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주 수요일에 하나의 창작 과제를 마감하고, 목요일부터 달려서 화요일 오전까지 과제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12월 5일에 과연 우리는 종강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12월 5일 종강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살고 싶지는 않아졌다.


그 사이에 바빠서 나는 표기하는 <마이루틴> 어플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하루종일 한글 창을 잡고 씨름을 했던 것 같다. 그동안 중장편의 글을 쓰셨던 분들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나도 조금은 더 여유있게 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웃긴 것은, 그러다가 대강 분량이 마무리되고 나니 "아 빨리 하기를 잘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이만큼의 분량을 길게 끌고 간다면 그건 그것대로 지옥일 것 같다.


이번 과제로 뭔가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일단 생각하고... 내일 가서 교수님께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지 생각중이다.


***


그 사이에 나는 약이 다 떨어졌다. 취침전 약은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하는 거라서 - 수면제 외 기타 중요한 성분의 약들은 모두 여기에 있음 - 챙겨먹었는데 약이 20일즈음에 떨어졌다. 잠은 자야해서 수면 유도제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약효가 좋아서 잠은 잘 잤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약을 갑자기 먹지 않아 생기는 부작용이었다.


기력을 다 소진한 뒤에 누워만 있는다거나,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다거나, 혹은 힘든 일이 있으면 갑자기 울고 싶어지는 경우였다. 3. 갑자기 울고 싶은 경우는 극한의 정신 노동 끝이라 이상하지 않았고, 사실 잠 들기 어려운 거랑 속 울렁거리는 것의 지분이 상당했다. 거기에 수면 유도제를 먹고 자면 조그만 소리에도 깨서 지금도 굉장히 피곤한 상태이다.


***


이런 상황에서 생각보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게 됐는데, 완벽주의 성향을 버리는 것도 거기에 포함된다. 나는 원래 마감 직전까지 퇴고를 수십번도 더 했는데, 이번에는 약간 내려놓았다. 일단 내가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강해진 것 같다. 이만큼 삶에 대한 의지가 절실했던 적이 없는데, 극한의 노동량을 요구하는 과제의 장점이라면 장점인 것 같기도 하다. 일단 해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과제는 잘 마무리되고 있는 중이다. <안녕? 질병코드 F313>에서도 쓰기는 했지만, 나는 연말이 되면 늘 계획을 세우고 회고록을 쓴다. 올해는 어떻게 진행될까. 어드벤트 캘린더도 받았으니 그것을 까는 재미로 조금씩 써볼까 한다. 이번에는 절대로 연말에 몰아서 쓰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장 생각나는 목표

* 박사학위논문 주제에 적합한 작품 선정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강제 휴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