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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Writer Issac Jun 16. 2021

3. 첫 투자자를 만나다.

나의 첫 고객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투자자와의 미팅이 잡혔다. 왜 이렇게 떨리던지. 신기했다. 그동안 대형 글로벌 컨설팅 펌에서 근무하며 대기업 임원들과는 일주일에도 수차례 미팅을 하였고, 미국 IBM 본사에서 CEO인 Ginni Rometty 앞에서 전략을 직접 presentation 해 보기도 하였었다. 그 어떤 순간에도 떨리지 않았었다. 오히려 그 순간들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우리 회사의 고객이 아닌 내 고객을 만나는 날이었다. 나는 혼자였다. 내가 제공하게 될 서비스를 하나하나 설명할 때, 혹시 빠지면 옆에서 그 부분을 보완해 줄 사람도 없었고, 조직을 뽐낼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이 없었다. 자격지심까지 있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의 로고가 그렇게 든든한 존재이었는지 그 로고가 없어지니 비로서 알게 되었다. 막상 미팅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긴장감 때문인지 그 1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나의 1인 사무실에 돌아와 내가 한 말과 행동들을 천천히 복기해 보았다. 분명 반드시 해야만 하는 말을 못했고,보여 주었어야 하는 자료를 보여주지 못했다.

미팅 프로세스를 다시 고민해 나갔다. 처절한 반성 과정이었다. 굳이 합리화시키자면 너무 일찍 고객에게 연락이 온 것이 화근이었다. 충분한 준비를 한 후 투자자들 만나고 싶었지만, 내 예상보다 너무 빨리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준비 과정에서 그리고 미팅 과정에서 모두 나는 프로답지 못했다.

Customer Journey라는 개념이 있다. 고객(또는 소비자)이 구매를 결정해 나가는 과정부터 구매까지의 단계를 개념화한 지도이다. 반성하며 내 투자자들의 Customer Journey를 곰곰이 고민해 나갔다. 내가 투자자라면, 나를 어떻게 찾게 될까 에서부터 나와의 만남을 청할 때에는 나에게 어떤 기대를 할지 생각했다. 막상 나를 만났을 때 그들은 어떤 대답이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며 또 듣기 싫어할 지도 고민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함께 일할 대상을 결정할 때에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게 될지 경우의 수를 나누어 상상해 보았다. 이러한 생각을 통해 내 사업의 경쟁력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홈페이지에서도 그리고 투자 미팅에서도 나는 과거 경력을 상세히 설명하려 노력하였다. 적어도 내가 ‘전문가’라는 인식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투자자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도 경쟁력이 될 수 있었다. 다만, 나나 우리 회사의 가치를 싸게 책정하려 하지는 않았다. 추가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정말 열심히 일 할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도 중요한 차별화 전략이라 생각했다.

“전문성”, “가성비”, “열심” 이 3가지가 핵심 키워드가 되었고,이 키워드들을 더 강하게 투자자들에게 전달할 방법들을 고안해 내기 시작하였다. 그 중 하나가 내가 속한 분야의 전문 article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홈페이지 내에 블로그 형식으로 여러 글을 포스팅하여 전문성을 뽐내는 방법이었다. 이날부터 이틀 동안 51개의 글을 작성하였다. 물론 대부분 3문단 내외의 짧은 글이었지만 그래도 깊이와 식견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Article 작성을 마친 후, 파워포인트로 된 내 사업 소개 자료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러던 중 일이 발생하였다.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나의 첫 고객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투자하고 싶습니다.”

미쳤다. 엉터리로 한 미팅이라 생각했는데, 어리둥절했다. 나중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투자자에게 들은 이야기는, 내가 분명 긴장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서 더 정성스럽게 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더 중요했던 것은 내가 며칠 전 올린 51개의 글을 보고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 이야기는 수년이 지난 이야기이다. 이제 나의 키워드 리스트에서 “가성비”는 빠졌다. “전문성”과 “열심” 이라는 키워드는 여전한 나의 핵심 키워드이다.

"살아가는 힘"은 깊은 자기 고민과 반성 그리고 변화하려는 노력에서도 크게 발휘된다. 그 힘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었고, 점점 더 큰 힘이 되어 지금의 나의 모습까지 온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살아가는 힘"을 갖게 된 배경과 근원에 감사하며 살아가려 한다.

이 글에 활용된 이미지는 unsplash 에서 제공받은 그림을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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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Issac 소속 직업 프리랜서

생각 지향 언어- 살아가는 힘; 작고 약한 사람이게 조차 살아가는 힘은 있다. 나는 그 힘을 조금씩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더 공부하고 고민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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