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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에도 안 적혀 있죠"…자동차 버튼 활용법

by 뉴오토포스트

브레이크 고장 나면 이렇게 하세요
눈길에 갇혔을 땐 ESC 버튼 3초 누르기
숨겨진 '꿀기능' 대공개


자동차는 수만 개의 부품이 결합된 정밀 기계이자, 이제는 바퀴 달린 컴퓨터로 진화했다. 운전석 주변을 둘러보면 수많은 버튼과 스위치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는 전원이나 볼륨 조절 등 극히 일부 기능만을 사용하며 운전한다. 제조사가 공들여 넣어둔, 심지어 위급 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수도 있는 기능들이 운전자의 무관심 속에 잠자고 있는 것이다.

maxresdefault-1.jpg 사진 출처 = 현대차

그중에서도 ‘롱프레스’, 즉 버튼을 길게 누르는 조작법을 몰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엄청 많다. 짧게 한 번 누를 때와 3초 이상 길게 누를 때, 자동차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 단순한 차이가 눈길에 갇힌 차를 빼내기도 하고, 브레이크가 파열된 절체절명의 순간에 차를 멈춰 세우기도 한다.

생명을 지키는 ‘위급 상황’ 버튼 활용법

8a026f656ecf47228bcce2e8755aef6b.jpg 사진 출처 = 현대차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예기치 못한 사고나 조난 상황에서 나를 구해줄 기능들이다.

첫째, 눈길이나 진흙탕에 바퀴가 빠졌을 때 사용하는 ‘ESC 버튼’ 롱프레스다. 대부분의 차량 운전석 왼쪽 무릎 부근에는 미끄러지는 차 그림이 그려진 ‘차체자세제어장치’ 버튼이 있다. 평소에는 절대 꺼서는 안 되는 안전장치지만, 바퀴가 구덩이에 빠져 헛도는 상황에서는 이 장치가 오히려 탈출을 방해한다. 바퀴가 헛도는 것을 ‘미끄러짐’으로 인식해 엔진 출력을 강제로 줄이고 제동을 걸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때 ESC 버튼을 짧게 한 번 누르면 ‘구동력 제어’만 꺼지지만, 버튼을 3초 이상 길게 꾹 누르면 자세 제어 기능까지 모두 해제된다. 이렇게 하면 시스템의 간섭 없이 타이어가 힘차게 헛돌 수 있게 되어, 그 회전력과 반동을 이용해 진흙이나 눈 구덩이를 박차고 나올 수 있다. 탈출 후에는 반드시 다시 버튼을 눌러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둘째, 주행 중 브레이크가 고장 났을 때 사용하는 ‘EPB 버튼’ 롱프레스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주행 중 풋 브레이크가 딱딱하게 굳거나 푹 꺼지며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당황하지 말고 기어 레버 근처에 있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EPB)’ 버튼을 손가락으로 건 채 3초 이상 쭉 당기고 있으면 된다.

많은 운전자가 파킹 브레이크는 정차 중에만 작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주행 중 길게 조작하면 비상 제동 기능이 활성화된다. 이때 차량은 단순히 뒷바퀴만 잠그는 것이 아니라, ABS 및 ESC 모듈과 연동하여 네 바퀴 모두에 유압을 보내 제동을 건다.

삶의 질을 높이는 ‘편의 기능’ 롱프레스

option1-3.png 사진 출처 = 엔카닷컴

안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훨씬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숨은 기능들도 있다. 바로 ‘스마트키 열림 버튼’ 롱프레스다.

한여름 땡볕에 주차된 차 문을 열면 숨이 턱 막히는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이때 차에 타기 전, 스마트키의 ‘열림’ 버튼을 3초 이상 길게 눌러보라. 일부 차종(쉐보레, 수입차 등)의 경우, 누르고 있는 동안 4개의 창문과 선루프가 동시에 스르륵 열리며 뜨거운 공기를 순식간에 환기해 준다. 반대로 ‘잠금’ 버튼을 길게 누르면 열려 있던 모든 창문과 선루프가 닫힌다. 차에서 내린 뒤 창문이 열린 것을 발견했을 때, 다시 시동을 걸 필요 없이 이 기능 하나면 해결된다.

낮은 천장도 걱정 없게 만드는 ‘트렁크 닫힘 버튼’ 롱프레스도 있다. SUV 차량은 트렁크가 높게 열리기 때문에, 천장이 낮은 구형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나 쇼핑몰 배관 등에 트렁크가 부딪혀 흠집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동 트렁크에는 ‘높이 조절 메모리’ 기능이 숨겨져 있다. 트렁크가 열려있는 상태에서 손으로 원하는 높이까지 내린 뒤, 트렁크 도어에 있는 ‘닫힘’ 버튼을 3초 이상 길게 누르면 ‘삐빅’ 소리와 함께 그 높이가 저장된다. 이후부터는 트렁크를 열 때 딱 설정해 둔 높이까지만 열리게 되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3초’의 호기심이 운전의 격을 바꾼다

OPUEV051016.jpg 사진 출처 = 기아

자동차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안전하고 편안하게 탈 수 있다. ‘롱프레스’ 기능들은 제조사가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고심 끝에 넣어둔,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배려’다.

지금 당장 주차장으로 내려가 내 차의 버튼들을 길게 눌러보자. 위급 상황에서 나를 지켜줄 ESC와 EPB의 작동법을 손끝으로 익혀두고, 트렁크 높이를 내 키에 맞게 조절해 보자. 버튼 하나를 3초간 누르는 그 작은 호기심과 습관이, 당신의 카 라이프를 더욱 스마트하고 안전하게 업그레이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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