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Fax 보고서의 모호한 기준, 중고차 시장에...

CarFax, 촉매 변환기 도난을 '수리'로 재분류해 논란
이는 재판매 가치 하락 및 구매자 혼란을 야기
신뢰도와 중고차 시장 투명성에 의문을 던진다.

중고차 시장에서 자동차 이력 보고서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투명성과 신뢰의 상징이다. 특히 CarFax는 북미 지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며 중요한 구매 결정 기준이 된다. 하지만 최근 CarFax의 한 결정이 보고서의 신뢰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9,672달러에 달하는 촉매 변환기 도난 사건을 '차량 손상'이 아닌 '서비스 수리'로 재분류했기 때문이다. 과연 CarFax는 무엇을 기준으로 이러한 판단을 내렸으며, 이로 인해 중고차 시장은 어떤 파장을 맞이하게 될까?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CARFAX’

한 캐나다 남성은 최근 자신의 2023년형 램 픽업트럭을 처분하려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새 차로 구매했지만, CarFax 보고서에 무려 13,634 캐나다 달러 상당의 '손상' 기록이 존재했던 것이다. 이 손상은 트럭 구매 전 발생한 촉매 변환기 도난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 기록 때문에 트럭의 재판매 가치는 5,000~8,000 캐나다 달러 가량 하락했다. 이 남성은 도난으로 인한 손실에 대한 불만이 컸을 뿐만 아니라, 이 사고가 '사고'로 분류될 상황이 아니었다고 느꼈고, CarFax에 직접 항의하게 되었다.

중고차 구매자에게 혼란과 신뢰가…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CARFAX’

CTV News와의 인터뷰에서 CarFax 대변인은 놀라운 답변을 내놓았다. "구조적 또는 사고 관련 손상이 없었고, 도난당한 부품이 순정 부품으로 교체되었기 때문에, 이는 차량 이력 보고서에 '사고/손상' 기록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CarFax는 해당 기록을 '서비스 수리'로 재분류했다. CarFax는 일반적으로 부품 도난은 '손상'보다는 '도난 사건'으로 간주하지만, 보고된 정보에 따라 기록한다고 해명하며, "촉매 변환기 도난은 여전히 보고서에 공개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특정 사건의 경우 '서비스 문제'로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 'Ram Trucks'

만약 이 트럭을 구매할 예정인 소비자가 CarFax 보고서에서 해당 기록을 단순한 '서비스 수리'로 인지한다면, 실제로 발생한 거액의 도난 사건과 그에 따른 1만 달러에 가까운 수리비를 알지 못한 채 구매할 가능성이 커진다. 보고서가 손상/사고 기록이 없다고 표시해도, 잠재적으로 구매자는 사전에 촉매 변환기가 톱으로 절단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의 완전한 이력을 알 권리가 있는 중고차 구매자들에게 심각한 혼란과 불신을 일으킬 수 있으며, CarFax 보고서의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사진 출처 = 'Depositphotos'

이번 CarFax의 결정은 '손상'과 '수리'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동차의 특정 부분이 도난당해 교체되었고 그 비용이 거액이라면, 이를 단순한 '서비스 수리'로 치부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러한 정책이 확대될 경우, 유사한 사례들이 보고서에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아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하락할 위험이 있다. 소비자들이 보고서를 맹신하기보다, 더욱 꼼꼼하게 자동차 이력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CarFax 논란, 투명성 회복만이 길이다

사진 출처 = 'CARFAX'

CarFax의 촉매 변환기 도난 기록 재분류 결정은 중고차 시장의 중요한 정보 제공자로서의 신뢰 기반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다. 자동차 이력 보고서의 핵심 가치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소비자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하지만 9,672달러 규모의 도난 사고를 단순한 '서비스 수리'로 둔갑시키는 행위는 이러한 가치를 훼손하며, 잠재적으로 악의적인 판매자에게는 불리한 정보를 숨길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논란은 CarFax가 스스로의 보고 기준과 가치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소비자들이 어떤 사건이 '손상'이고 어떤 것이 '서비스 수리'인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더욱 투명하고 직관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CarFax는 단순히 '보고된 내용만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 중요한 정보를 재해석하여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궁극적으로 중고차 시장의 건전한 성장은 CarFax와 같은 정보 제공자들의 신뢰도에 달려 있으며, 투명성 회복만이 CarFax의 생존 전략이자 중고차 시장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