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교환학생 이야기
공감대가 적은 사람과 깊은 대화를 하는 것은 어렵다. 덴마크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물론이고,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쉽지 않았다. 경험과 문화가 다르니 질문에 대답만 이어질 뿐, 감정적인 공감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럴 때는 한국 이야기를 먼저 꺼내주는 친구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내가 보고 경험한 것을 비슷한 시기에 이 사람들도 보고 경험했다고 생각하니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한국하면 역시 아이돌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같았다. 빼놓을 수 없는 BTS 이야기부터 우리 또래라면 중고등학생 때 한 번쯤 좋아했을 법한 엑소를 비슷한 시기에 좋아했다고 밝히는 친구도 있었고 에이티즈 같은 요즘 보이그룹을 좋아한다는 친구도 있었다. 가장 신기했던 건 자신의 첫 케이팝이 소녀시대였다고 말한 싱가포르 친구들의 말이었는데, 나 역시 처음 좋아한 가수가 소녀시대였기 때문에 우리가 비록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노래들을 들어왔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한국 드라마 얘기도 빠질 수 없었다. 다들 대학생이 되고는 아이돌보다는 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는 것처럼 보였다. 드라마와 실제가 어떻게 다른지 질문을 해오는 친구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는 친구들이 한 명도 빠짐 없이 언급한 드라마는 바로 'Hospital Playlist', <슬기로운 의사생활>이었다. 나 역시 새내기 시절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 일주일을 보냈을 정도로 좋아했던 드라마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 됐다.
가장 의외였던 것은 아시아 문화권 친구들은 한국 음식을 낯설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나라에서는 한국 음식이 유행이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불닭볶음면을 '삼양'이라고 부르며 집에 가서 해먹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었다. 특히 불닭볶음면은 덴마크 일반 마트에서도 볼 수 있었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덴마크에서는 비빔밥 역시 꽤 알려져있다고 했다. 한국 음식 때문에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고 친구들과 모여 한국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기도 했다.
단순히 알아가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공통된 경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 문화를 경험해보고 한국 문화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과 더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함께 한국 음식을 만들어먹은 친구들은 드라마 PD를 꿈꾸고 있다는 나의 말에 응원을 해주기도 했다. 드라마 PD가 되고 싶었던 건 세계에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리고 우리 문화를 더 발전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문화의 힘을 직접 경험하면서 확실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었다. 나도 언젠가 온지구가 즐길 수 있는 이야기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