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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샘 May 20. 2024

우리들의 인형극 2

인형극 놀이로 진행한 동료장학

머지않아 나의 동료장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수업나눔이라는 이름의 공개수업인데 유치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께 수업을 공개하는 날이다. 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 아이들과 나의 호흡, 아이들에 대한 나의 마음, 수업기술, 지원태도, 환경조성 등 아이들의 놀이도 따라가지만 교사인 나도 보게 되는 날이다. 옳거니! 나는 인형극으로 정했다. 얘들아 준비되었지?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하고 있는 인형극 놀이를 공개수업에 할 결정을 내렸다. 우리끼리 관객보다 다른 사람이 관객으로 참여했을 때 희열이 있다는걸 나도 잘 알고 있었고 우리반 아이들의 이런 모습들을 만방에 알리고 싶었다. 공개수업은 오늘 그렇게 인형극 놀이로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놀러오시는 날에 신이나서 유치원에 오자마자 인형극장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어제 다 못한 초대장을 먼저 해야하지않을까?” 나의 말에 “인형극장을 먼저 만드는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하며 고등학생처럼 이야기하는 아이의 얼굴이 설렘에 발그레해졌다. 9시부터 준비하고 만든 인형극장에 아이들은 11시30분이 다가오자 신나긴 하지만 인형극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떨어졌다. 교실에 있는 달팽이가 똥을 싼 일로 더 기뻐하고 박수쳤다. 아이들의 발걸음을 조금씩 돌려 인형극장에 시선을 안착시켰다. 다른 반 선생님들이 오시자 아이들의 얼굴에 우리의 것들을 보여준다는 기대감, 기쁨, 설렘, 긴장감, 부끄러움, 반가움이 묻어났다. 아이들이 생각하고 아이들이 계획하고 내가 조금은 개입하여서 끝을 짓기도 했지만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 인형극이 끝났다. 시간이 끝나고 협의회가 시작되었다.


“극을 하면 관중에게 전달되는 것도 있어야 하니 목소리를 크게하거나 관중의 눈맞춤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놀이가 지금 참관한 교사들에게 우리가 만든 인형극 놀이 과정을 보여주는 것인지, 극이라는 장르의 인형극 공연을 올린 것인지 초점을 어디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끄덕끄덕 지금 이야기하시는 선생님들의 모든 이야기가 공감가고 이해가 되었다. “아이들과 너무 솔직한 교실을 보여준 것 같아요. 공개수업이라서 다른 사람이 오지만 너무 솔직한 모습. 솔직한 모습이 좋기도 하지만 교사들이 이렇게 왔을 때는 흐름을 보여주거나 놀이를 따라갈 수 있는 과정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중간에 아이들이 잘 따라와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선생님이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오늘의 수업은 조금 자만이 아니었나 싶어요” 하하 하고 웃으면서 자만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렇게 보였을 수 있겠다‘ 중간 중간 아이들이 너무 흐트러질 때는 다시 시선을 모으고자 “바로 앉아주세요. 바른 자세” “선생님을 보세요” 하며 아이들을 통제하던 나의 모습도 생각났다. 우선 오늘 수업을 아이들에게 묻어가려했던 나의 자만도 있을 수 있지만, 이건 묻어간게 아니라 유아들의 시선에서 유아들이 하는 놀이를 보여주는 것이 맞지않나라는 내 생각이었다. 교사가 다듬고 칠하고 다시 손봐서 깔끔하고 멀끔한 놀이가 아닌 흐트러져도 아이들이 준비한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생각할 수록 나한테 안좋은 이야기를 해서 내가 비판적으로 사고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어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렇다. 교사인 내 입장에서 오늘 내가 보여준 수업이라는 명목하에 나의 자만이 묻어난 수업이었다. 조금 더 다듬고 연기하는 아이들을 보여주고 하나씩 더 보여줄 수 있었지만 아이들에게서 놀이가 나오고 이어지고 빠지길 바랬다. 아이들 렌즈를 끼고 오늘을 회상했다. 아이들 입장에서 보았을 때 나는 방해자였을 수 있다. 중간에 왜 우리가 정한 인형극을 안하냐고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고 언제쯤 끝나는지 재촉하듯 물어보는 [파란의자] 그림책 속 낙타였다. 아이들은 인형극을 보며 웃기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교사의 시선에서 본 인형극은 뭐라고 하는지 잘 안들리고,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고, 중간에 자기들끼리 웃기도 하는 질서보다는 무질서한 모습이었다. 맞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아이들이 잘 들리게 큰소리로 정확한 대사를 주고받으며 차례에 맞추어 하는 인형극을 하고 보았을 때는 어떨까?


여러 결정 속에 수업의 기술을 가진 교사로서도,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고 싶은 한 학급의 구성원으로서도 모두의 결정은 나를 결정보단 고민하게 했다. 그치만 이 고민이 결정나지않더라도, 혹시 계속 고민을 해야한다고 해도 나는 좋은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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