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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케니 Nov 11. 2022

두 달 전에 받은 피부 연고 있는데, 그거 써도 돼요?

털북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흔한 오해 - 39

사랑스러운 털북숭이 등에 큰 딱지가 만져져요. 언제 생겼는지 알 순 없지만 지난번 목욕시킬 때만 해도 분명 이런 건 없었어요.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니 이런저런 검사를 한 뒤 곰팡이성 피부병이란 진단이 나왔어요. 가루약과 피부병에 적용할 소독약, 피부 연고를 처방받아 집에 온 뒤 주치의 선생님 말씀대로 열심히 먹이고 발랐어요. 며칠이 지나 어느덧 피부가 정상으로 돌아와 치료를 종료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2달 뒤 이번엔 다른 부위에 지난번과 비슷하게 생긴 피부병이 또 생겼어요. 주말에 시간 내서 동물 병원에 데려가야겠다 마음먹고 있던 와중에 지난번 처방받았던 소독약과 피부연고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가루약은 이전 치료 때 다 먹였지만 소독약과 연고라도 발라주면 나아지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이런 궁금증이 생겨요.


'이 연고 처방받은 지 2달 됐는데 써도 되나? 연고도 유통 기한이 따로 있나?'




동물 병원에서 처방받는 여러 종류의 외용제들은 각각 사용 가능한 기간이 정해져 있어요. 이를 유효 기간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유효 기간이 지나고 나면 안전을 위해 폐기 후 새로 처방받는 것이 좋죠. 유효 기간을 판단함에 있어 우선 가장 중요한 건 소분을 했느냐 안 했느냐예요.


소분되어 용기에 담긴 피부 소독약과 연고, 귀연고

다양한 형태의 용기에 소분되어 담긴 외용제는 처방받은 시점으로부터 1달을 사용 기간으로 보아요. 그래서 사용한 지 한 달이 지나면 폐기 후 새롭게 처방받는 것이 좋죠.


특히나 동그란 연고곽에 담긴 외용제의 경우 '크림'형태를 띠는 제품은 보관 상태에 따라 쉽게 말라요. 아무래도 타 용기에 비해 밀폐력이 떨어지거든요. 이렇게 마른 연고는 필요 이상으로 약물 농도가 높아지거나 발림성이 떨어져 해당 부위에 고르게 펴 바를 수 없게 되기에 오히려 피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크림 제형이 든 연고곽을 보관 시에는 밀폐용기에 넣어 보관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연고(좌측)와 크림(우측)에 따른 제형 차이


병원에서 소분하지 않고 제조사에서 담은 형태를 그대로 처방받는 경우에는 대개 6개월을 사용 기한으로 잡아요. 간혹 해당 용기나 라벨에 사용 기한이 적혀있을 때가 있는데 이건 개봉하지 않은 상태를 가정하에 설정한 유효 기한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 개봉을 하고 나면 그 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내로 사용해야 돼요.

 

그런데 일부 제품의 경우 특정 유효 기한을 명시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아래 사진의 귀연고의 경우 제조사에서 '제조일로부터 2년 혹은 개봉 후 2개월'로 명시해두었어요. 이처럼 따로 명시가 되어 있는 경우엔 해당 지시 사항을 준수해야겠죠.


원 용기에 담겨있는 귀연고


그런데 에 쓰는 외용제의 경우 제조사에서 만든 원 용기 그대로 받았다 하더라도 한 번 개봉을 한 뒤로는 훨씬 짧은 사용 기간을 두어요. 바로 한 달이죠. 눈에 적용하는 방법상 안약이나 안연고가 오염되기 쉽고, 자극에 매우 예민한 '눈'에 적용하는 제품이다 보니 훨씬 짧은 사용 기한을 적용하고 있어요.


원 용기에 담겨있는 안약(좌)과 안연고(우)




외용제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처방받는 내복약도 권장되는 사용 기한이 있어요. 내복약도 마찬가지로 처방 형태에 따라 사용 기한이 달라져요.

블리스터 형태의 내복약

포일에 블리스터 형태로 포장된 알약의 경우 해당 약이 담긴 박스에 명시된 유효 기한까지 사용 가능해요. 개별 포장이 되어 있기에 가장 긴 유효 기간을 자랑하죠. 그런데 대개 박스 안에 다수의 블리스터 포일 형태로 소그룹 지어져 있는데 블리스터 포일에는 유효 기한이 적혀있지 않아요. 그래서 만약 상비약으로 쓰기 위해 다량을 처방받는다면 해당 약의 유효 기한을 주치의 선생님께 문의해주세요. 참고로 블리스터에 들어있지 않은 알약은 6~12개월을 유효 기간으로 두어요.


가루로 소분되어 처방되는 내복약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동물 병원에서 처방 나가는 내복약의 대부분은 가루로 소분되어 처방되고 있어요. 알약은 체중이 많이 나가는 털북숭이에게만 가능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가루로 소분된 내복약은 6개월을 유효 기간으로 보아요. 하지만 일부 단체에서는 가루로 소분 시 1개월을 유효 기간이라고 이야기하죠. 그래서 저는 가루약의 경우 최대 3개월까지만 처방해드리고, 흡습성이 강한 약의 경우 최대 2주를 넘기지 않으려고 해요.




이렇듯 동물 병원에서 처방받는 의약품은 제조 형태나 담긴 용기에 따라 유효 기한이 서로 달라요. 외우기 어렵다면 모든 의약품의 유효 기한을 한 달로 보고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간혹 치료가 종료되면 그 당시 받았던 모든 의약품을 폐기하시는 분도 계세요. 혹은 1년 전에 처방받았던 외용제가 아직 집에 남아있다며 새로 처방해줄 필요 없다는 분도 계시죠.


혹여나 제가 말씀드린 유효 기간이 지난 제품을 썼다고 너무 큰 걱정을 하진 마세요. 연고가 맹독이 되는 그런 심각한 변화는 아니니까요. 단지 공기와 맞닿으며 산화가 시작되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약품의 효과가 감소하게 되죠. 그리고 사용 방법에 따라 외용제가 오염될 수도 있기 때문에 유효기간을 지키며 최대한 오염되지 않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외용제를 오염시키지 않는 방법은 다음과 같아요.


- 액체(ex. 안약, 소독약, 귀연고)는 되도록이면 적용 부위에 닿지 않게 공중에서 떨어트리기

- 고체(ex. 피부 연고, 안연고)는 손으로 떠서 바르지 말고 면봉으로 덜어내어 적용하기


위의 방식대로 용기의 입구가 신체 표면에 닿지 않게 유의하면 유효 기한 내에 의약품이 변질되고 세균이 번식하는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내복약은 되도록이면 제습제와 함께 밀폐용기에 넣어 보관해주세요. 특히나 여름 장마철의 경우 가루약의 색이 변하거나 끈적해지는 변화가 생기기 쉽거든요.


만약 처방받은 약의 색이나 냄새, 제형이 변했다면 절대 사용하지 마시고 바로 폐기해주세요. 제 아무리 비싼 약이라 할지라도 털북숭이의 건강과 바꿀 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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