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에 관한 이야기에 이어 오늘은 번외로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해보고자 한다. 특히 전자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지만,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글이다.
사실 전자책 쓰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전자책 만드는 방법이야 시중에 나와 있는 책 한 권만 잘 읽어도 충분히 혼자 따라서 해볼 만하다. 단, 이는 자신과의 약속이라 강제성이 없으니 속도가 잘 나지 않을 수 있다. 또 주제의 방향을 잡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정 혼자서는 못 쓰겠다면, 전자책 완성을 위한 챌린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구하며 함께하다 보면, 혼자 쓰는 것보다 내용이 훨씬 풍성해지고 속도감도 생긴다.
챌린지 프로그램은 대부분 ‘한 달 안에 전자책 완성’이라는 목표를 갖고 단계별로 여러 미션이 진행된다. 잘만 선택하면 체계적으로 잘 짜인 프로그램을 통해 혼자서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약 4주간 매일 주어지는 미션만 성실하게 수행해도 어느새 전자책 한 권이 뚝딱 만들어지기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며 동기부여와 자극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전자책 쓰기에 앞서 “기획의 촘촘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획(企劃): 일을 꾀하여 계획함.
먼저 기획의 정의를 살펴보자. ‘일을 꾀하여 계획함’이다. 그럼 계획은 뭔가. ‘앞으로 할 일의 절차, 방법, 규모 따위를 미리 헤아려 작정함’이다. 기획과 계획. 이게 다른 말인가 싶다. 말장난인 것 같기도 하고.
두 단어는 어떤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하지만 기획은 무엇(WHAT)을 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계획은 어떻게(HOW)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획은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갖가지 생각(IDEA)을 하나의 방향성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남들과는 조금 구별되는 창조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획 단계가 끝나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찾아 비슷한 카테고리에 묶는다. 그리고 실행을 위해 시간순으로 정리하는데 이게 바로 계획이다. 시간과 품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기획이라니,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고, 그들에게 특화된 영역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일상의 기획자로 이미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대학에 가기 위해,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연인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결혼 프러포즈에 성공하기 위해... 이 밖에도 어떠한 목표를 설정(기획)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진행(계획)한 모든 게 이에 포함된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이미 ‘기획적 사고’의 틀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몇몇 프로젝트는 꽤 성공적으로 완수했을지도 모른다. 절대 우리에게 낯선 것이 아니다. 모든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러웠기에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문제는, 작정하고 기획이란 걸 하려니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는 거다.
지금 내가 왜 전자책을 못 쓰고 있을까. 글쓰기 실력이 부족해서? 아니다. 기획 없이 계획만 있을 뿐이다. 나의 지식(경험)과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누가 될지, 그들의 문제를 내가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지, 내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다른 사람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최종적으로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뭔지에 대한 고민 없이 머릿속에 오로지 전.자.책. 이 세 글자만 있는 것이다.
부수입은 만들고 싶고, 전자책이 자본 없이 쉽게 시작할 수 있어 가장 인기 있는 지식 창업이라니 무작정 뛰어들려고 마음먹었다면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자책 그것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하여.
이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시동만 거는 것과 같다. 전자책은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에 있는 하나의 선택지가 되어야 한다.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효과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여러 단계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본업 외에 또는 본업의 연장선상에서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인식시킬 것인지(브랜딩), 어떤 차별점을 내세워 어필할 것인지(포지셔닝) 등 전략적인 접근법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획의 최종 목표는 설득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사람들의 마음이 내가 바라는 데로 움직여지는 것이 목표다. 그러니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들이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줄 때 '나'의 가치가 올라간다.
이것이당신의 미래를 기획하라고 말하는 이유다. 부디 지금 당장 몇백, 몇천만 원이라는 숫자만 떠올리는 단순한 사고는 지양하자. 멀리 보는 자가 멀리 뛸 수 있다. 꿈의 크기만큼 성장하는 법이다. 절대 그 한계를 숫자에 가두지 마라. 우리는 모두 그 이상을 추구할 수 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보다 큰 그림을 제대로 그려 놓고 전자책 쓰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먼저 집중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완성하고 싶은 작품의 밑그림을 한 번쯤은 그려보고 컴퓨터 앞에 앉기를 추천한다. 아직 스케치도 안 했는데 얼마에 팔겠다는 생각부터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미래의 자기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놓으면, 세부 계획 세우기는 훨씬 수월해진다. 물론 전자책도 보다 빨리 완성된다. 자기 미래에 대한 그림은 다른 누가 대신 그려줄 수 없다. 그 누구도 본인만큼 자신을 파악할 수 없다. 마음속 깊은 곳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은 솔직한 "내 꿈의 색깔"을, "그 꿈의 크기"를 누가 감히 가늠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전자책 완성 자체에 대한 부담감은 이제 좀 내려놓자. 1년 후, 3년 후, 5년 후, 10년 후… 앞으로의 내 모습을 먼저 그려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 그림을 위한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자. 이것만 잘해놔도 전자책 반은 이미 쓴 것이다.
'전자책으로 1인 지식 창업을 꿈꾸는 당신에게'라는 이름으로 '멘토링'과 '기획'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필자가 이 부분에서 전문가여서가 아니다. 필자는 2021년 여름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비전공 예비 공연기획자를 타깃으로 공연기획 입문서 한 권을 썼다. 성적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챌린지를 시작할 때부터 타깃층이 워낙 좁아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란 걸 알고 시작했다. 하지만, 비전공으로 학연·지연의 도움을 전혀 기대할 수 있는 예비 공연기획자들에게 멘토가 되어 주는 것이 목표였기에 '내가 필요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집필했다. 챌린지 기간에는 40페이지로 완성했고, 이후 20페이지를 추가하며 내용을 보완해왔다 현재 틈틈이 2차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다.
10여 년을 문화기획자로 살아오며, 브랜딩과 포지셔닝, 홍보, 마케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지속해서 학습해 왔기에 '돈이 되는 것'과 '돈이 되지 않는 것'을 구분할 수 있으면서도, 첫 전자책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지키고 싶던 자존심과 쓸데없는 아집으로 콘텐츠를 제대로 성장시키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그 덕분에 콘텐츠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를 파악해 목표 설정을 다시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브랜딩과 포지셔닝을 위해 고수해야 할 것들과는 별개로 수익성을 위해서는 원치 않아도 해야 하고, 또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풀어볼 예정이다).
이렇게 굳이 필자의 부족한 점을 밝히는 이유는 이미 많은 사람이 전자책을 완성하고, 그중에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예도 있지만, 기대 이하의 결과로 의기소침하거나, 아예 시작도 못 하는 분들이 몇 배는 더 많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제2의 월급'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전자책 부업은 분명 선택이 아닌 필수다.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어떤 도구보다 강력한 파급력이 있고, 점차 컨설팅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되면 고수익도 가능하다. 이에 전자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나만의 책'을 세상에 내놓고 싶어 조바심이 나고, 또 팔리지 않는 책에 대해서는 낙담하는 마음이 생기는 걸 모른 척하기는 힘들다.
당신은 "전자책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명제에 이미 설득당한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분명하게 그리지 않고 시작한다면, 바람에 흔들리는 뿌리 없는 나무와 다르지 않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구체적이고 분명해야만 나만의 페이스로 끝까지 달릴 수 있다. 그 부분을 꼭 나누고 싶었다.
발전을 위한 자기 자신에 대한 냉정한 비판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성공에 나 자신을 단순 비교하거나, 자기 콘텐츠에 대해 쉽게 불신하지 않으려면 "기획이 탄탄"해야만 한다. 당신의 최종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부디 미래의 당신 모습을 진지하게 그려 보는 시간을 먼저 꼭 갖기를 바란다. 단 한 명이라도 생각이 환기되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시리즈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