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토록 Jan 24. 2023

예비 공연기획자 실무 온라인 워크숍을 준비하며

2022년 초에 네이버에 블로그를 하나 개설했다. 내가 쓴 공연기획 입문서(전자책)를 구매한 분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멘토링에서 좀 더 그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블로그와 친해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글을 올리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아 개별적으로 문의해 주시는 분들과만 소통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와 이웃 맺고 계신 소중한 인연들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올해는 예비 공연기획자들과 좀 더 가까이에서, 더 자주 소통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한다. 바로 '예비 공연기획자를 위한 실무 워크숍'다.



온라인으로 진행될 이 워크숍은 그동안 예비 공연기획자들에게 많이 강조해 왔던 '창의적 사고력''논리적 글쓰기' 실력을 높이기 위한 스터디인 셈이다.



일단 프로그램은 4주 커리큘럼으로 구성했다. ①기획안 ②예산서 ③홍보마케팅 플랜 ④보도자료를 공연기획자의 입장에서 스스로 고민하고 자료를 찾아 자신이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이다. 보통의 챌린지 프로그램처럼 멘로로서 내가 직접 1:1 피드백할 예정이다.



또 워크숍 참여자들의 의견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된다. 내가 참여했던 챌린지 프로그램들의 몇 가지를 벤치마킹해서 커리큘럼을 다듬고 있는 중이다.



그럼 이 실무 워크숍을 통해 예비 공연기획자들이 얻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바로 '실무 경험'이다.



물론 현장은 더 치열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다. 하지만 모의로라도 공연기획자의 직무를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다면 공연예술계 현장에서 자기에게 맞는 일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또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더 채워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어 취업 준비를 하는 데 있어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갈 수도 있을 거다.



아마도 어떤 친구들은 "에잇, 나는 안 되겠다. 그냥 관객으로만 남아야겠다!"라며 이 길에서 돌아서기도 할거다. 그 또한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 하나쯤은 갖고 산다. 어떤 이유에서건 선택하지 못 한 (또는 안 한) 것에 대한 미련을 조금은 갖기 마련이다.



그래서 현재 다른 길을 가면서도 방황하거나, 그곳에 온전히 마음을 다 쏟지 못하기도 한다. 나는 그게 많이 안타깝다. 청춘의 좋은 시절이 그렇게 허무하게 흘러가게 놔두는 것이.



"한 번 태어난 인생,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아야지!" 이 마음 충분히 존중한다. 나 또한 그래서 학창 시절 갖고 있던 꿈을 접지 못하고,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결국 이 길에 들어섰으니까.



근데 옛날에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한 번 태어난 인생,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인정받으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어?"



명문대를 나와 새벽마다 토익학원을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던 친구였다. 꿈을 좇고 그걸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도 필요하지만,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능력 발휘하는 것도 나 자신과 이 사회를 위해서 가치 있지 않냐는 말에 설득 당하고 말았다.



그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다른 길이 보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녀석이 조금 멋져 보였다.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이들이 이 분야에 대해 어떤 상상을 하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다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건, 몇 배는 더 고되고 힘든 부분이 많다는 사실이다. 물론 힘든 걸 싹 다 잊게 할 만큼 마음이 벅차고, 뿌듯할 때도 많다.



그러니 길이 닿아 꿈꾸던 일을 직접 하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하지만 그 길이 자꾸 막히고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조금 돌아갈 수도 있어야 한다. 아니면 전혀 다른 직업을 택해 '워라밸'을 이루며 공연을 즐겨 보는 관람자로 남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래서 나는 모두에게 이 실무 워크숍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시간과 경제적 여력이 된다면 수백만원의 다른 문화 예술 관련 아카데미에 등록해서 자신을 한 번 시험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럴 상황이 되지 못하거나, 조금이라도 실무를 경험해 직무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지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번 워크숍이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확신다.



처음엔 3개월 과정까지도 생각해 봤다. 그럼 지쳐서 과정을 다 마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지역에 상관없이 밀도를 높여 4주간만 집중하면 다 마칠 수 있는 인텐시브 온라인 코스로 진행하려고 한다.



매일 1시간 정도 투자하면 할 수 있는 간단한 미션들을 제시할 예정이다. 오랜 시간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해왔고, 현재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만큼 단계별 미션을 통해 '논리적 글쓰기'를 위한 팁들도 많이 나누고자 한다.



오늘은 워크숍 참여 신청을 받는 마지막 날이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현재 하고 있는 일과 바람들도 제각각이라 서로 어떤 생각과 의견을 주고 받을지에 대해서도 기대가 많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연기획자 되려면 어떤 전공이 가장 유리할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