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다섯째 주
약 8년 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었습니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단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돈을 많이 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건강과 시간을 털어 넣었던 시기였죠. 고양이 사료는 무겁다는 걸, 물은 배달시키지 말아야겠다는 걸 깨달은 나날들이었습니다.
꾸준히 쿠팡을 나가다 보면 몸이 편한 일을 줍니다. 예를 들어 박스를 6시간 동안 접는 일 같은 것들이요. 그런 날은 잡념이 사라지고 온몸에 피곤함이 가득 퍼집니다. 퇴근하는 순간, 마치 기회를 엿보던 도둑처럼 순식간에 졸음이 침투합니다.
이 책을 쓴 후안옌은 북경에서 택배기사를 했습니다. (정확히는) 호텔 종업원, 쇼핑몰 경비원, 물류센터 야간직, 택배기사 등 19가지 일을 전전했죠. 그러니 저도 조금은 공감할 수 있는 말들이 넘쳐났습니다. 기이한 짜증, 바로 그 '설명할 수 없는 예민함'을 아시나요.
과장하는 게 아니라 정말이지 매일 밤 죽을 듯이 졸음에 시달렸다. 그럴 때마다 퇴근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바로 자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아침에 퇴근하고 나면 졸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정신이 말짱해졌다.
더군다나 몸을 혹사하는 노동을 오래 해서 그런지 기이한 짜증이 들끓었다. 뭔가 즐거운 일을 해서 그런 짜증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퇴근하면 노래방에 가서 날이 저물 때까지 노래하다 잠깐 눈만 붙이고 출근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정도로 미친 사람은 아니었다. 일하다 죽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을 잘 챙겨 먹거나 마트를 둘러보는 차분한 방식을 택했다. 마트가 작고 물건 종류도 많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덜 수 있었다. 마트를 다 돌아본 뒤 사는 물건이 한두 개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
하루 종일 일에 치여 집에 돌아갔음에도 여전히 쉬지 못하는 상황. 영화 <84제곱미터>의 주인공은 바로 그 층간소음에 시달리죠. 변사 사건의 원인이 층간소음이라는 현실을 절묘하게 표현한 영화였습니다. 그 스토리는 철저히 현실을 고증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이 보충설명하고 있었죠.
각 방에 아래층 대문을 열어줄 수 있는 인터폰이 없었다. 누가 찾아오든 대문 밖에서 문을 열어달라고 전화를 하거나 위층에 대고 소리를 쳐야 했다. 아래층에서 누군가 소리칠 때마다 나는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고, 그럴 때면 정말이지 그 사람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 직장을 다니고, 일이 또다시 덮쳐옵니다. '기이한 짜증'이 또다시 반갑게 손을 흔듭니다. 처음엔 밀어닥치는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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