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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 or review Nov 15. 2024

신성함과 불경스러움을 비볐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이번 주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지크슈)를 봤습니다. 평상시에 뮤지컬을 즐겨보진 않지만 좀 억울해서 봤습니다. 이런 삶이 억울해서, 너무 억울해서, 그동안 안 하던 짓거리(문화생활)를 했습니다.


한 마디로 '가장 성스러운 스토리와 가장 불경스러운 노래의 만남'이었습니다.


남들이 안 하는 지크슈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 지크슈.. 왜 유명한거야?


지크슈가 처음 등장한 건 1971년 브로드웨이. 이른바 'King Of Rock&Roll'이라 불리는 불세출의 락스타 '엘비스 프레슬리'가 세상을 휩쓴 뒤였습니다. 하지만 하위문화 로큰롤은 여전히 '볼썽사납다'는 평가를 받았죠. 그러니 지크슈 작가는 가장 불경스러운 로큰롤 음악을 가장 신성한 성경 스토리에 입히는 아이러니를 기획합니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당황했을 겁니다. '아니 어떻게 이 내용에 이런 음악을...?'이라고 표현하면 정확하겠네요. 실제로 미국에선 실패했지만 런던에선 흥행하자, 영국 공영방송 BBC가 취재를 고민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물론 "신성 모독 작품엔 얼씬도 하지 않겠다"며 퇴짜를 놨다고 전해지죠. 그도 그럴 것이, 관객은 지저스(예수)가 록 음악에 맞춰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충격받았을 겁니다. 이를테면 '겟세마네'라는 노래에선 지저스가 이렇게 절규합니다.


내가 죽으면, 전보다 더 유명해지는 건가요?

내가 죽으면, 내가 전한 메시지들은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거 아닌가요?

내가 죽으면, 내가 얻는 것은 뭔가요?

도대체 내가 왜 죽어야만 하죠?


급진적인 해석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한 거죠. 



☞ 무슨 내용인데?


유다가 지저스를 은(Silver) 삼십에 판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이야기가 지크슈 스토리의 핵심인데요. 당시 기독교에서 받아들이는 정설은 '유다=나쁜 놈'이라는 해석이었습니다. '돈에 눈이 멀어 스승을 팔아넘긴 배신자'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크슈에선 이걸 정반대로 해석합니다. '유다도 인간적인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대중들을 걱정한 건 유다가 아닐까?', '은 몇 푼에 지저스를 쉽게 팔지 못했을 것 같은데?'라고 반문하죠. 지크슈 1막은 유다가 끝끝내 번쩍이는 은 삼십을 받아 드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물론 성경을 배척한 건 아닙니다. 성경 내용이 기반입니다. 성경을 알고 보면 재미가 배가됩니다. 등장인물이 입고 있는 '옷 색깔'이 대표적인데요. 유다는 완전히 검은색 옷만 입습니다. 심지어 죽을 때까지요. 반대로 지저스는 완전히 하얀색 옷만 입습니다. 마찬가지로, 심지어 죽을 때까지요. 온전한 선과 온전한 악을 표현하기 위해서일까요. '검은 유다'는 결국 벗어날 수 없는 시대적 해석의 한계가 드러난 부분이겠죠. 지저스는 십자가에 못 박히며 입고 있던 흰색 옷을 찢김 당합니다. 수십 차례에 걸쳐 매질을 당합니다.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기 위해 '새하얀 선(善)'을 포기합니다. 유다를 제외한 11명의 제자들은 어떨까요. 지저스를 따르는 제자들은 검은색 내의에 흰색 옷을 걸치고 있습니다. '내면의 악'과 '겉으로 보이는 선'이라는 뜻인데, '지저스와 유다, 그 사이'인 거죠.


지저스가 '제자들을 부르는 순서'도 성경을 바탕으로 합니다. 지저스는 죽기 전 아무도 없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허공에 제자들을 호명하는데요. 베드로, 요한, 야곱 순이었습니다. 이들은 실제로 지저스에게 가장 사랑받아 항상 옆을 지키던 제자들이었고요. 특히 베드로. 베드로라는 이름은 '반석'이라는 뜻이며, 지저스가 직접 지어준 이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제자들이 지저스를 버리고 도망가는 장면에서도 베드로가 가장 마지막에 퇴장합니다. '아... 안 되는데.. 안 되는데...' 고민하다가요. 디테일까지 놓치면 안 됩니다.



☞ 왜 봐야하는데?


지크슈는 작품성도 매우 뛰어납니다. 작품성 하나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지크슈 넘버 작곡 작사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지크슈 넘버들을 작곡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지크슈(1970) 이후 메가 히트 곡을 씁니다. 뮤지컬 '캣츠' <Memory>(198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1986년), 뮤지컬 '스쿨 오브 락' <School of Rock> 등이 모두 이 사람 손에서 나옵니다. 지크슈 넘버에 가사를 쓴 '팀 라이스'도 승승장구하죠. 뮤지컬 <미녀와 야수>(1994), 영화 <라이온 킹>(1994),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2011), 영화 <알라딘>(2019), <아이다>(2000) 작사를 맡았습니다. 말 그대로 양대 거장의 출발점인 셈입니다.


올 타임 레전드라는 뜻입니다. 그냥 박은태 겟세마네 하나 들으러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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